[이상호의 고공비행] 검사 홍준표에서 비롯된 잘못된 관행, ‘검언유착(檢言癒着)’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7.07 05:05 |   수정 : 2020.07.0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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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은 여권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에 사활을 건 충돌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여권은 이 문제의 책임을 지고 윤석열 총장이 자진사퇴 했으면 하는 것 같고, 윤 총장으로서는 자신의 명예와 검찰조직을 위해 그냥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착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분리, 독립돼 있어야 할 물질, 생명체가 잘못 결합된 상태를 말한다. 여권은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찰간부 간 유착의혹이 특정 정파의 특정 인물을 겨냥한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검찰 간부가 자타가 공인하는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이다 보니 윤 총장과 대검이 수사의지가 없다고 보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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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갈등을 빚고있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 문재인 대통령의 훈시를 듣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착이라는 용어가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검언유착은 과거 검찰과 언론이 처했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검언유착과 관련해 검찰과 언론에 가장 널리 알려진, 그 효시(嚆矢)로 일컬어지는 인물은 검사출신 보수진영의 정치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다.
 
홍 전 대표는 언론을 통해 권력형 비리 수사의 난관을 돌파하는, 이른바 ‘언론플레이’의  귀재였다. 1988년 홍 전 대표는 서울 남부지검 특수부 검사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형 전기환 씨가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을 강탈한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하지만 검찰 상부에서는 전기환 씨 등 몸통을 향해 다가가던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전기환 씨가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권을 빼앗는 과정에 청와대와 서울시, 국세청, 감사원, 치안본부(현 경찰청) 특수대 등 권력기관이 줄줄이 엮여있음이 드러났지만 상부에서는 그가 조사하던 서울시 고위 간부를 귀가시킬 것을 종용했다.
 
당시 홍준표 검사가 스스로 개척한 돌파구는 언론플레이었다. 그는 유력 일간지 기자에게 수사상황을 자세히 흘렸고, 외압 축소수사 의혹 보도로 여론이 들끓자 검찰 수뇌부는 수사 재개를 허락했다.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 검사는 노태우 정권의 실세, 박철언 씨와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 등이 연루된 슬롯머신 비리를 수사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내에는 노태우 정부때 임명된 TK(대구·경북) 출신 간부들이 요직에 있었고, 이 전 고검장에 대한 수사가 조직 내부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라 제동이 걸리기 일쑤였다.
 
이때 ‘검사 홍준표’의 언론플레이는 정점에 달했다. 당시 그는 서울지검을 출입하던 10여개 매체의 기자들에게 매일 각기 다른 특종을 하나씩 제공할 정도였다. 특종과 낙종으로 희비가 엇갈리던 기자 모두에게 특종이라는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가 되었던 것이다. 당시 그의 직속상관, 서울지검 강력부장이 이런 상황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홍준표식 언론플레이’, 1980년대 말의 이런 검언유착은 불의에 대항해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동기는 순수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피의사실 공표죄라는 엄연한 범법행위를 마다하지 않고 극히 최근까지 수사브리핑이라는 잘못된 검언유착 관행을 유지해왔다

큰 사건 수사는 한편으로는 전쟁에 비유된다. 수사대상을 최대한 나쁘게 만들고 여론을 수사에 유리한 쪽으로 이끄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대형 사건일수록 국민적 이목은 집중되는 반면 취재는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니 수사브리핑은 언론에 가뭄에 단비,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수사를 받는 상대방, 변호인의 입장에서 보면 검찰 브리핑과 다른 팩트, 억울한 바가 부지기수지만 언론은 검찰 브리핑 대로만 써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채널A와의 유착의혹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시절, 3차장으로 특수부를 지휘하면서 박근혜정권 적폐수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수사를 총괄하며 수사브리핑까지 도맡아 했다. 이때 그가 기자들과 맺었던 관계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으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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