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전자 이재용의 3가지 채용철학, 패러다임 전환 그 이상?

김태진 기자 입력 : 2020.07.06 07:27 ㅣ 수정 : 2020.07.06 07:27

코로나19로 인한 ‘긴축경영’ 대세 속에 ‘공격경영’, 그 배경은 이재용의 인재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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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삼성전자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막강한 시장경쟁력을 바탕으로 최대 규모의 인력채용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위기 시 대부분 기업은 긴축경영에 돌입한다. 수익을 늘리기보다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생존과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일종의 역선택을 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고 그에 맞춰 인력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긴축경영 대신에 공격경영 기조가 뚜렷하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3가지 인재철학’에 뿌리를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경영적 측면만을 고려한 결과가 아니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9월 20일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아카데미 광주 교육센터를 방문해 교육을 참관하고 소프트웨어 교육생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핵심 수단 = 시스템반도체, AI, 5G 등 신산업 분야 대규모 채용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4차 산업혁명시대의 강자로 진화시키기 위해 역대급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인공지능(AI), 전장사업, 5G, 바이오산업 등 차세대 신산업으로 무게중심을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3대 주력사업부문은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핵심 전략이 인재채용이다. 올해 역대급 석·박사 인력 채용을 진행한 것은 단적인 사례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1~6월)에만 국내외에서 신성장 분야 박사급 인력 50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 올해 상반기에 신규 채용된 인력 500여 명은 주로 시스템반도체, AI 등에 집중돼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산업의 중추역할 분야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000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뽑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총 133조원 투자 및 1만5000명 채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2018년 AI, 5G, 전장용 반도체 등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18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 3월 DS 부문에서 △차세대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설계·공정 △반도체 스마트 공장 △AI·소프트웨어 분야 등에서 채용 공고를 낸 것은 바로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갈 인재확보의 일환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사과에서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별,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며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뉴 삼성 비전’을 밝혔다.

 
[표=뉴스투데이 김태진 기자]
 

■ 장기적 인재육성 = 호암상 받은 세바스찬 승은 12년만에 영입 / 7개 글로벌 AI 연구센터서 각국인재 육성 / 국내 국립공고 AI 교육 담당

 

장기적 인재육성도 이 부회장의 인재철학으로 평가된다. 특히 핵심인재는 단박에 육성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AI 분야 최고 석학인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했다. 승 사장은 2008년 제18회 호암상 공학상을 받은 바 있다. 호암상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을 기리며 제정한 상이다.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뇌인지과학과 교수였던 승 사장에게 탁월한 연구 업적을 이룩했다고 보고 호암상 공학상을 수여하며 연을 맺어왔다. 12년을 기다린 끝에 승 사장을 영입한 셈이다. 그 기간 동안 승 사장은 학문적 업적을 키움으로써, 삼성전자에게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11월 삼성리서치를 출범하면서 산하에 AI 연구센터를 신설한 것도 그렇다. 국내만으로는 AI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과감하게 지구촌으로 시야를 넓혀 인재양성 및 연구센터를 빠르게 설립해나간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5개국에 7개의 AI 연구센터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AI센터를 통해 각국의 AI 우수 인재와 기술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AI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년간 진행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AI 연계 특화교육 프로그램에 서울대 및 카이스트와 함께 참여중이다. 국립공고 교사·학생 대상으로 AI 팩토리 분야 교육을 실시한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 = 3년간 4만명 채용 거듭 강조 / 삼성전자의 탄탄한 수익성이 뒷받침

 

이 부회장의 세 번째 채용철학은 ‘사회적 책임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행사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말했다. 2018년 8월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창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며 과거부터 ‘일자리’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주요 대기업들이 실용적인 차원에서 수시채용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국내 10대 기업 중 5곳은 대규모 공채제도를 폐지하고 효율성 중심의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상태이다. 산업화시대의 공채는 대규모 인력 충원이 가능하지만 신입사원을 현장에 투입하기 까지 오랜 교육 시간과 그에 따른 교육비용이 들어간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기업들은 각 부서별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이 공채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 상징적 의미가 크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4만명 채용론’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해 6월 1일 경기도 화성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케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면서 “작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4만여명의 채용이 혁신을 위한 동력일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책임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공채제도 유지 및 대규모 인재채용이 가능한 것은 탄탄한 수익성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최대 악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55조33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5.6%, 영업이익 3.4% 증가한 수치이다. 이 부회장의 인재 철학은 현재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발휘하고 있는 경쟁력을 통해 그 실천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