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최저임금 1만원 두고 ‘인국공’ 사태 연상시키는 노노(勞勞)갈등 조짐

김태진 기자 입력 : 2020.07.01 07:12 ㅣ 수정 : 2020.07.01 07:12

직장인은 ‘난색’하고 알바생은 ‘환호’ / 서로 다른 계산법으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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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내년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 것인지를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논란을 연상시키는 ‘노노(勞勞)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소위 ‘인국공 사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 기존의 정규직 직원들이 노력의 성과를 무색하게 만드는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는 상황을 지칭한다.

 

직장인들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지속될 경우 알바생과 직장인 간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고용불안’ 요소로 작용한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이다. 반면에 알바생들은 구직난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큰 폭의 시급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3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참석한(왼쪽부터) 근로자 측 이동호(한국노총 사무총장) 위원, 윤택근(민주노총 부위원장) 위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인 지난달 29일을 넘겼다.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의 첫 단추인 요구안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법정 시한을 넘길 때까지 요구안을 내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업종별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차등화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반대가 14표로, 찬성(11표)보다 많았다. 2표는 기권이었다.

 

노사 양측은 1일 4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내놓을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9일 올해(8590원)보다 25.4% 오른 1만770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역대 3번째로 낮은 임금 인상률을 감안해 이번에는 높은 인상률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야 한다는 경영계는 지난 3년간 평균 인상률(10.6%) 혹은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 블라인드 앱서 직장인 80% 이상이 동결 혹은 인하 주장 / 최저임금 1만원은 ‘역차별’과 ‘고용불안’만 초래?

 

직장인들은 전반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어플 블라인드에서는 지난 12일 ‘최저임금 논의 투표’가 진행됐다. 총 107명이 참여했으며 △동결 55명 △인하 32명 △인상 20명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 중 80% 이상이 내년도 최저임금이 동결 혹은 인하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인상을 원하는 20명도 모두 민주노총의 25.4% 인상안을 지지한다고 볼 수도 없다.

 

민주노총은 대기업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블라인드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생각이 다른 셈이다. 왜 그럴까. 이와 관련해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길 경우 편의점 알바생이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과 임금면에서 차이가 줄어든다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상당수 직장인들은 이미 시급 1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고 해서 혜택을 받을 게 없다. 오히려 힘들게 공부해서 취직한 직장인이 알바생에 비해 ‘역차별’을 받게 된다는 인식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될 경우 ‘고용 불안’요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는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알바생 10명 중 6명은 최저임금 인상 주장 / 고용주 90%는 동결이나 인하 선호

 

노사뿐 아니라 최저임금을 두고 알바생과 고용주 간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알바몬이 최근 알바생 1474명, 아르바이트 고용주 329명을 대상으로 ‘2021년 최저임금’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알바생 62.7%는 내년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금융권 취업준비생 카페 회원은 “1만원이 넘으면 좋을듯...ㅎ”이라고 했다.

 

하지만 알바생들은 최저임금의 인상을 원하면서도 고용 불안정성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회원은 “저도 넘었음 좋겠네요ㅠ근데 또 너무 오르면 알바자리 구하기도 힘들어지고,,,ㅠㅠ”라고 말했다.

 

반면 고용주들의 47.7%가 ‘동결’, 43.2%가 ‘낮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고용주 10명 중 9명이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수준에서 높아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지닌 것이다.

 

소상공인 카페의 회원은 “아...자영업자는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라고...ㅠㅠ”, 다른 회원 또한 “9000원이면 배달료에 수수료에 인건비까지 정말 쉽지 않네요”라고 의견을 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주휴수당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의견도 있었다. 주휴수당은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유급 주휴 주휴일을 주는 것이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주휴수당 좀 어찌 해주면 좋겠습니다. 15시간 기준이라도 완화를 해주던가”라고 말했다.

 

■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힘들게 일하면 더 주는게 당연” vs “편의점, 피씨방도 지역마다 노동강도 달라”

 

업종별 차등적용은 경영계가 매년 요구하던 사안이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법안 발의 등 강력히 요구해왔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자는 게 골자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모든 업종에 대해 동일한 금액으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알바생들 간에도 최저임금 차등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한 카페 회원은 “내년에도 역시나 안 되는군요... 이러다가 피씨방 알바, 커피숍 알바, 편의점 알바는 알바계의 대기업이 될 수도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노동의 강도가 덜 한 업종으로 꼽히는 편의점, 피씨방이 알바생들이 동일한 최저임금을 받는다면 그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차등화가 보류됨으로써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역차별을 받는다는 인식인 셈이다.

 

다른 회원 또한 “힘들게 일하면 더 주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참 이해가 안 됨”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차등화 적용을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동네 주택가 편의점은 편한 반면에 인천공항 편의점은 극한알바입니다. 피씨방도 한적한 곳은 편하고 대형은 극한직업입니다”며 구체적인 예시를 들었다.

 

같은 업종이어도 사업장의 위치에 따라 노동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편의점 알바생이라고 낮은 최저임금을 책정한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