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재사냥의 실체 (2)] 중국 반도체 기업엔 ICT 외국인 기술자만 32만명, 한국인 현황 파악도 안돼

김태진 기자 입력 : 2020.06.23 06:32 ㅣ 수정 : 2020.06.23 06:32

한국 반도체 인재를 자회사나 컨설팅업체 소속으로 취업시켜 / 한국 반도체 기업의 동종업종 재취업 금지 조항 무력화돼 / 한국 두뇌유출지수 63개국 중 4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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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거대 기업들의 한국 인재 사냥이 거칠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 기업의 체감 위험지수는 심각하다. 한국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재사냥은 중국이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단기간에 좁혀나가는 핵심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재벌비판에 주안점을 둘지, 아니면 중국과의 경제전쟁에 국력을 모아야 할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그 선택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편집자 주>

 
[그래픽 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중국의 한국인 인재사냥은 반도체 부문에서 가장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대규모 인재 유출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정황증거는 있지만 현황파악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동종기업 재취업 금지 조항을 내걸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마저도 피해가며 이직을 유도하고 있다. 사업구분을 반도체가 아닌 컨설팅 업체, 하청업체 등으로 바꾸는 ‘전략적 스카웃’ 방법이다. 그 결과 중국으로 넘어간 한국 반도체 인재들의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렵다.

 

지난해 12월3일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에 따르면 ‘중국, 인재의 블랙홀’ 보고서에서 2018년 기준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10점 만점에 4점을 기록했다. 조사국 63개국 중 43위이다.

 

‘두뇌유출지수’는 매년 6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핵심인력 유출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다. 10점을 만점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국외 유출 정도가 심한 것을 의미한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6위), 독일(9위), 싱가포르(12위), 일본(27위), 중국(40위)를 기록했다.

 

두뇌유출지수를 토대로 조사를 시작한 2014년 이후 한국은 계속 40위권에 머물고 있다. △2014년(3.74점) 46위 △2015년(3.98점) 44위 △2016년(3.6점) 46위였다. 2017년에는 3.57점까지 하락해 54위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두뇌유출지수가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즉, 3년간 중국 인재유출이 심각해졌던 것이다.


 
[자료제공=한국무역협회 / 표=뉴스투데이 김태진 기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산업고도화 전략 '중국제조 2025'를 시행하면서 부족한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배터리, 반도체, 항공 산업에서 국내 인재들이 중국으로 유출됐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기업들은 해외진출과 고속성장으로 인해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며 “핵심 기술 침해 및 인재 유출 논란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혼란을 틈타 경쟁력이 높은 한국 전문 인재들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 인력 유출 현황 파악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중국기업들이 동종업종 재취업 금지를 피하기 위해 투자 회사나 자회사, 컨설팅업체에 취업시키는 형식으로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영입한다”며 “반도체 기술 인재의 유출은 통계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의 헤드헌터를 통해 국내 업체 직원들에게 접근해 스카웃하던 방식에서 한 단계 더 교묘해진 수법이다. 결국 중국 내 반도체 인력의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영엽비밀 보호 서약서’를 제출한 후 퇴사한 삼성디스플레이 직원 A씨가 한달 뒤 중국 청두에 있는 청두중광전과기유한공사(COE)에 입사한 사례가 있었다. COE의 대주주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사인 중국 BOE와 같다. 당시 COE는 A씨에게 급여를 지급할 때 회사 이름이 은행거래 내역에 기재되지 않도록 했다. 법원은 A씨를 해외 경쟁사로 이직을 숨기려고 협력업체로 우회취업했다고 보고 전직 금지 처분을 내렸다.

 

국내 반도체 인재가 중국에 대규모로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하게 해주는 ‘정황증거’는 분명하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술자 중 상당수가 외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집적회로 산업 인재 백서(2017~2018)에 따르면 2020년 전후로 중국 ICT 분야의 필요인력은 72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중국 자체 공급 인력은 40만명에 불과하다. 45%에 해당되는 32만명은 외국 인력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임직원들을 스카웃의 표적으로 삼는게 노출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중국 반도체 업체인 푸젠진화(JHICC)는 인력채용 공고문에서 경력요건으로 ‘10년 이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자 우대’를 명시한 바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이 같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산기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하면서 “정부 관련 기관이 보유한 국가 핵심 기술에 대한 정보는 비공개로 추진하고, 전문인력 전직을 제한하는 한편 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달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전환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퇴직자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취업과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에 의한 한국 반도체 인재사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 기업의 공동노력이 공식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중국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기술자 32만명 중 몇명 정도가 한국인인지 등과 같은 현황파악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