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검사수첩 (8)] 온라인 고스톱 처벌로 거물급 변호인단과 맞서

이상호 기자 입력 : 2020.06.16 05:05 ㅣ 수정 : 2020.06.16 08:37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서울북부지검에 근무할 때다. 온라인 포커와 고스톱이 사실상 도박이 되어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온라인 포커나 고스톱 게임을 하려면 사이버머니가 필요하다. 문제는 사이버 머니를 어떤 방식으로 취득할 수 있는 지다. 사이버머니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캐쉬(cash)라는 것이 있는데, 캐쉬는 일반인이 30만원을 주고 30만원씩 사는 것이다. 그 30만원의 캐쉬를 가지고 게임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 캐쉬 30만원으로 사이버머니 1조원을 사는 식이다. 이렇게 구입한 사이버머니로 포커나 고스톱 게임을 하게 된다.

 

■온라인 게임 포털, 사이버머니 한도 규정 우회해 도박판 조장

 

당시 법적으로는 성인 1인당 월 30만원까지만 캐쉬를 살 수가 있었다. 그런데 월 30만원으로 캐쉬를 사서 도박을 하다보면 사이버머니가 떨어질 수가 있다. 그래서 운영자들이 꼼수를 쓴 것이, 운세보기 사이트를 이용하는 식이었다. 운세보기를 결제하면 운세는 안 보고 거기에 경품처럼 지급되는 사이버머니를 대신 지급받는 것이어서 이 방법을 통하면 유저들이 사실상 사이버머니를 무한정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식으로 온라인 게임 포털에서 관련 규정을 우회적으로 회피한다는 정보였다.

 

또 다른 정보는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것이었다. 사이버머니는 그 자체로는 몇억원이든 몇조든 그냥 사이버머니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사이버머니를 실제 돈으로 거래를 한다는 것이었다. 현금 10만원으로 온라인 게임사이트에서 사이버머니 1조원을 살 수 있다면 8~9만원에 파는 식이었다. 거래 방법은 고스톱 방을 만든 뒤 현금을 받고 사이버머니를 잃어주는 수법이었다.

 

사이버머니가 온라인 상에서 게임머니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거래가 되고 또 법적으로 월 30만원으로 묶어놓은 것을 업체들이 운세보기 사이트 등 우회적으로 규정을 회피하는 것은 온라인 도박장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수사를 하게 됐다.

 

■대기업 거물급 변호인단 상대... “법률적으로 위법한 행위인가” 치열한 공방 끝 기소

 

그런데 문제의 게임포털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수사가 매우 어려웠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고스톱, 포커게임을 심심풀이로 하고 있다. 심심풀이로 하는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데 실제 고스톱, 포커처럼 도박판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정이 매우 불명확하고 심지어 게임업체에 유리하게 교묘하게 만들어져 있어 사실상 도박장을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수사가 시작되자 업체 측은 최고위급 검찰 간부를 지낸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관련규정 상 운세보기 형태로 사이버머니를 지급하는 것이 기존에 허가받은 게임 운영 방식을 변형한 것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인데, 변호인단은 사이버머니를 지급하는 것은 게임 운영과는 무관한 것이어서 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는 다 규명이 됐고, 다툼이 없는데, 이것이 과연 법률적으로 위법한 행위인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그래서 당시에 검찰 지휘부와 엄청나게 많은 토론을 벌여야 했다. 이게 과연 죄가 되는 행위냐, 그렇지 않느냐... 업체에서 선임한 고위급 검찰 간부 출신 변호인단이 와서 “이건 죄가 되지 않는 행위다”라고 주장하는데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검찰 지휘부에서도 의견이 나뉘었다. 그러다보니 수사는 물론 기소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나를 믿어준 부장검사, 차장검사의 응원은 물론 검사장까지도 내 판단이 옳다고 지지했기 때문에 결국은 기소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게임 포털 사이트에서 이용자가 사이버머니를 거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방조하는 측면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소를 했는데 1심에서 무죄가 나오고 말았다. 내가 북부지검을 떠났을 때 일인데, 다른 곳에서 근무하면서 그 소식을 들으니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죄가 된다고 강하게 주장을 해서 수사를 밀어 붙이고 위에 간부들까지 설득해서 기소했던 사건인데 1심에서 떡하니 무죄가 나니까 그분들 보기가 민망했다. 심지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버렸다.

 

그런데 한참 뒤에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판결이 바뀌어 파기환송 되고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이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당시 게임회사 측 변호인단이 워낙 쟁쟁한 사람들이어서 기소된 사람들은 더러 구속도 됐지만 대다수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바다이야기’ 같은 아케이드 게임보다 온라인 도박게임 폐해가 더 심각
 
과거 우리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했던 ‘바다이야기’는 아케이드 게임이다. 아케이드 게임이란 오락실에서 하는 게임을 말한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아케이드 게임은 거의 게임의 중심에서 멀어져갔다. 도심에서 성인오락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성인오락실이 바다이야기 이후로는 사양산업이 된 것이다.

 

실제 도박 중독자를 만드는 것은 아케이드 게임이 온라인 게임을 당해낼 수 없다. 이제 게임중독도 단순한 중독이 아니라 질병 코드로까지 분류되는 상황이다. 마약중독 못지않게 도박중독도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하면 도박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허가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 폐해가 아케이드 게임에 비해서 온라인 게임이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온라인 도박은 사이버머니가 오프라인에서 실제 돈으로 거래가 되지만 않으면 도박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임이 도박적인 요소가 많더라도 실제 금전거래가 없으면 도박이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문제가 된 게임들은 실제 돈으로 환전이 됐기 때문에 기소했던 것이다.

 

현재도 암암리에 게임에서 취득한 사이버머니의 환전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환전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온라인 상의 사이버머니는 현금과 다를 바 없고 온라인게임은 도박장과 다를 바가 없다.

 

■억대 잃는 정선 카지노는 합법, 백만원 잃는 동네 고스톱은 범죄?

 

보통 사람들은 남자가 도박을 더 좋아하는 줄 안다. 도박을 하는 사람은 남자가 더 많지만 중독 상태의 ‘도박꾼’은 여자도 남자 못지 않게 많다. 이상하게도 여성들이 한번 도박에 빠지면 남자보다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꼭 필요하다.

 

동네에서 고스톱을 치던 사람들이 가끔 적발되어 사건화 되면 초범이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하지만 재범일 경우 통상 벌금 처분을 받는다. 동네에서 하는 고스톱은 보통은 가족들이 신고를 많이 한다. 남편이 맨날 모여서 고스톱만 치니까 정신 차리라고 신고를 하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고스톱을 치다가 처벌받는 경우 실제로 잃은 금액은 몇 만원~ 백만원 정도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모습. 사진은 연합뉴스.
 

그런데 정선 카지노 VIP 룸에서 어떤 사람은 며칠 사이에 억단위의 돈을 잃는다. 국가에서 버젓이 운영하는 기관에서 어떤 사람들은 억단위를 잃는데 단지 장소가 정선 밖이라는 이유로 점백짜리 고스톱을 한 사람들은 처벌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 경쟁력 가진 한국의 게임산업, 육성보다는 규제로 접근해 발전 가로막아

 

건전한 게임육성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게임 산업이라고 하면 바다이야기 이후로 완전히 ‘도박 노이로제’에 걸린 상태다. 아케이드 게임은 완전히 규제대상에 불과하고 대신 온라인 게임을 열어주는 양상인데 실질적으로는 온라인에서 더 많은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내가 사법연수원생 시절 해봤던 게임 중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게임은 정말 대단했다. 시간과 자원을 배분하고, 어떤 전략을 선택해서 상대방을 이기는 전략 게임이었는데 하면 할수록 정말 잘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게임을 만들기도, 하기도 잘하는데. 게임 산업 자체를 나쁘게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좋은 게임을 만들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지만, 게임에 대해 육성보다 규제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좋은 게임이 개발돼서 상품화 되기에 어려운 여건이다. 탁월한 한국의 게임산업이 규제에 막혀 세계적으로 더 웅비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게임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규제 일변도로 정책을 펼 경우 산업적 토양 자체가 황폐화 될 수 있지 않나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