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올인 전략’의 3가지 이유

김태진 기자 입력 : 2020.06.15 20:11 ㅣ 수정 : 2020.06.17 18:54

1조 3500억원대 LCD 매각자금을 모두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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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사업성이 낮은 액정디스플레이(LCD) 사업 매각 대금을 전기차 배터리 (전지)사업 부문에 ‘올인’할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LG화학은 지난 10일 중국 화학소재 업체인 산산(Shanshan)과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키로 하고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2월 중국 시양인터내셔널에 LCD 감광재 사업을 580억 원에 매각한 데 이은 두 번째 LCD소재사업 정리다. LG화학이 올해 LCD 매각으로 확보한 금액은 총 1조3580억원이다. LCD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에 남은 LCD소재사업은 LCD유리기판사업과 자동차용 LCD편광판사업뿐이다.

 
[그래픽=뉴스투데이]
 

신 부회장의 전기차 배터리 올인 전략의 배경으론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전기차 배터리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대표적인 ‘신성장 시장’으로 꼽힌다. 전기차 수요 증가와 함께 미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분야이다. 해외시장 조사업체인 아이에이치에스(IHS)마켓에 따르면, 전치가 배터리 시장 규모는 연평균 성장률 25%씩 상승해, 2025년에는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는 2025년 169조원 시장규모로 추정되는 메모리반도체보다 큰 수치이다. 팽창하는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 원칙이다.

 

둘째, LG화학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전지부문의 비중이 아직 미약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총 매출 중 전지 사업 비중은 △2017년 17.7% △2018년 23.1% △2019년 29.2% 였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7월9일 여의도 LG트윈타워 기자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등 3대 핵심축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성 기반의 성장을 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 의존도를 2024년 30%대로 낮추겠다”며 “자동차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배터리 부문 매출을 전체의 50% 수준인 3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거액의 LCD 부문 매각자금을 손에 쥐게 된 신 부회장이 LG화학의 사업구조 개편 구상을 실천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돌입하는 셈이다.


LG화학 관계자는 15일 본지와의 전화연결에서 “앞으로 배터리에 투자해 나갈 계획이다”며 “OLED, 배터리, 양극재 등 첨단소재는 미래 유망으로 뽑히는 분야”라고 말했다. LCD사업 대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배터리 시장에 몰두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해 자동차 전지 설비에 3조8000억원을 투입했으며 올해 3조원 규모 투자계획을 설정했다.

 

배터리 공장 추가 증설 계획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28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 연말까지 100기가와트시(GWh), 내년까지 120GWh 증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셋째, 전기차 배터리 부문은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특수시장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시장경쟁에서 수요자는 ‘갑’이고, 공급자가 ‘을’이 된다. 수많은 ‘을’들이 자신의 물건을 사달라고 아우성치는 게 이른바 ‘레드오션’이다.

 

그러나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갑을관계 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바로 그렇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4년은 배터리 공급 부족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2023년에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량은 916GWh까지 늘면서 공급량 776GWh를 처음으로 넘어서게 됨으로써 다음 해에는 공급자가 우월한 지위에 서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순수전기차 출하량이 2023년까지 3년간 141%(약 536만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업계는 배터리가 없어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못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와 합작투자를 진행하거나 자체 배터리 공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이 배터리에 올인하는 것은 일단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는 격이 된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의 공격적인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두고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13.1%이다. 2007년 말(111.4%) 이후 역대 최대 부채비율이다. 하지만 배터리 시장의 수급상황을 감안할 때 배터리에 대한 공격적 투자는 LG화학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주는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