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4)] 방사청의 신속시범획득 사업 성공을 위한 6가지 조건

김한경 기자 입력 : 2020.06.08 10:12

1차 사업 진행 간 식별된 문제 적극 보완하는 노력 지속돼야 제도 안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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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6월 중 경쟁 입찰을 통해 신속시범획득 1차 사업 업체를 선정하고, 2차 사업 공모도 진행할 예정인 방위사업청.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 신속시범획득 1차 사업으로 드론 및 안티드론 분야의 4개 사업을 선정했다. 현재 4개 사업에 대한 구매 사양을 공개하여 업체 의견을 수렴했고 내부 검토를 거쳐 6월 중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입찰 공고할 예정이다. 낙찰된 업체는 3개월 이내에 장비를 납품하고 사용자 교육 및 기술을 지원하게 된다.

 

6월 중 1차 사업 업체 선정하고 2차 사업 공모도 진행

 

이와 관련,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7일 1차 사업과 관련하여 “軍은 이르면 9월부터 약 6개월간 납품된 제품을 시범 운용하여 해당 제품이 무기체계로서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군사적 활용성을 인정받고 소요가 결정된 무기체계에 대해 후속 물량을 신속히 획득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위사업청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술력 있는 업체들에게 지속적인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6월 중 2차 사업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1차 사업은 명분에 맞게 쉽게 진행 가능한 분야로 축소해서 진행해 2차 사업이 본 게임이라며, 총 300억원 예산 중 1차 사업에 60억원이 배정됐고 나머지로 2차 사업을 진행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신속시범획득 1차 사업이 진행되면서 몇몇 문제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과제 공모에 제안하여 선정된 업체가 제안하지 않은 업체와 동일 조건에서 입찰 경쟁을 해야 한다. 구매 사양만 충족하면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낙찰되는 방식이어서 공모에 선정된 업체들은 불만이 있지만, 방사청은 입찰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내세워 이런 방식을 만들었다.

 

공모 선정 업체 가산점 주고, 신기술 적용 범주 넓혀야

 

이에 대해 올해는 처음이어서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고 101개 과제가 제안됐지만 내년에도 과제 공모에 많이 응할지는 의문이다. 어떤 이익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강점만 노출될 수 있는데 업체들이 제안할까? 대부분 지켜보다가 입찰에만 참여할 것 같다. 공모에 선정된 업체들은 “수의계약이 어려우면 경쟁 과정에 가산점이라도 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둘째로, 이 사업이 적용하는 4차 산업혁명 기반 신기술의 범주 제한이다. 현실적으로 이 제도 외에는 신속한 획득 통로가 없는 상황에서 군이 신속히 도입할 필요를 느낀 무기체계라면 기술에 관계없이 이 제도를 통해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신기술의 범주를 14개 유형으로 한정함으로써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은 제안해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은 아직 작전 환경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본격적인 구매로 이어지긴 힘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소요군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신기술은 모두 가능하도록 적용 범주를 넓혀주는 것이 제도를 만든 근본 취지에 부합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방사업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은 무기체계로 개발하기보다는 핵심기술로 개발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면서 “이렇게 개발된 핵심기술을 활용해 감시 장비 및 센서 등을 체계 결합한 시너지 큰 무기체계가 개발되었다면 이것 또한 사업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요 적극 반영하고, 구매 사업 ‘수의계약’ 가능해야

 

셋째로, 이 사업은 낙찰된 제품을 시범 운용하여 ‘군 운용성 적합’ 판정을 받으면 종결돼 구매로 연결되지 않는다. 즉 군사적 활용성을 인정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시범 운용했던 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요를 반영시켜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초 과제 선정 당시부터 소요군이 적극 개입해 필요한 무기체계를 찾고 소요까지 결정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넷째로, 소요군이 적극 개입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중기 소요 또는 긴급 소요로 반영돼야 하므로 이를 위해 관련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국방부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과연 올해 안에 개선 방안이 나와 법령 개정까지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후속 물량을 신속히 획득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는 방사청 발표는 허위이다. 

 

다섯째로, 전력화를 위한 구매사업을 경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시범 운용에 참여한 업체가 ‘군 운용성 적합’ 판정을 받았으면 후속 사업의 우선권을 갖는 것이 합당하다. 그래야 업체도 최선을 다하고 기술 발전과 국산화도 가능해진다. 이미 과기정통부와 산자부가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을 선정해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기재부와 감사원 설득해 제도 만든 취지대로 안착시켜야

 

마지막으로 기획재정부와 감사원이 신속획득제도의 안착에 도움을 주도록 설득해야 한다. 통상 기재부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 측면에서, 감사원은 사업 추진 간 방산 비리 발생 측면에서 이 제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들의 이런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신속시범획득 사업은 취지를 살려 빠르게 진행하기 어렵다.

 

방사청 관계자는 “신속시범획득 사업이 4차 산업혁명의 기술발전 속도에 발맞춰 무기체계를 보다 신속히 획득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왕정홍 방사청장 또한 “민간 신기술을 국방 분야에 신속히 적용하는 통로로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한다”며 기술력 있는 업체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왕 청장의 말처럼 신속시범획득 사업이 새로운 통로로 역할을 하려면 앞서 제기된 문제들을 세심하게 검토하여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방부와 방사청이 제도의 취지를 잘 살펴서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만 확고하면 대안 마련은 물론 기재부나 감사원의 설득도 가능하리라 보며, 사업의 성과도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