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검사수첩 (6)]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참사와 검경수사권 갈등 (하)

이상호 기자 입력 : 2020.06.08 09:31 ㅣ 수정 : 2020.06.0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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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또한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은 수사의 모델 케이스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검찰이나 경찰이 건축 전문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건 관련자 중 애당초 학생들이 죽을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지만, 그렇다고 철골조 건물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건물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지붕에 쌓인 눈을 그때그때 치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과연 사람이 잘못해서 건축물이 무너진건지, 관계 법령에 따라 모든 규정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당할 수 없는 눈이 내렸기 때문에 붕괴된 것인지가 관건인데, 이것은 굉장히 과학적인 영역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런 것들을 판단할 수 있는 조사를 요청했다. 국과수는 훌륭한 인적자원이나 장비를 갖추고 있고 경험도 풍부한 곳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나 화재에 비해 건축분야는 취약했다. 인력과 장비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폭설로 인한 재난, 인재(人災) 여부 규명 위해 최고의 자문단 구성

 

국과수에만 의존해서는 이 건물이 왜 붕괴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수사팀은 상당한 예산을 들여 건축 분야 최고의 교수님과 실무 경험자들로 수사 자문단을 만들어 이 사고가 눈 때문인지 사람의 잘못인지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아 내린 결론은 “이 건물이 무너진 것은 눈 때문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규정을 준수하고 의무를 다했으면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는 수사 사례는 이후에도 판교에서 환풍구가 무너졌을 때, 지진 같은 재난으로 사망사고, 건물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같은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수사팀이 두달여간 수사를 진행한 끝에 상당히 많은 인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이 청구한 사람들은 모두 발부가 됐다. 이들은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서도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2018년 6월21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왼쪽 두번째)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맨왼쪽), 박상기 법무부장관(오른쪽 두번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경수사권조정합의문에 서명한뒤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검경 갈등 안돼.. 국민 위해 협업과 협력 필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사건을 통해 검찰과 경찰 간의 협업,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대립과 갈등을 바라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사와 경찰 수사팀은 하나가 됐다. 함께 수사하고, 같이 고민하고, 함께 영장청구를 위한 작업을 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다 같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과정에 참여했던 모든 수사관들이 그전까지 해보지 못한 경험을 했다. 다른 조직끼리 협업해서 수사할 경우에 이렇게 놀라운 시너지 효과가 나고 훌륭한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당시 나와 나이가 같았던 수사팀 책임자들하고는 친구가 됐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동생이 됐다. 지금도 서로 연락하며 안부를 묻고 그때를 회상한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갈등을 빚는 모습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검사는 검사역할을 충실히 하면 되고, 경찰 또한 할 일을 충실히 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 되는데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검·경 스스로와 국민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너진 건물 관리책임자에게 대한 인간적 연민

 

이 사건과 관련,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당시 리조트 책임자는 그 자리에 온지 두 달도 안된 상황이었다. 학력이 높지는 않았지만 입사 후 최고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전무의 지위까지 올라간 분이었다.

 

그는 폭설이 내리자 이를 방치하지 않고 전 직원을 동원, 진입로에 제설작업을 해서 손님들이 낙상하지 않도록 최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책임은 단지 눈 때문에 체육관이 무너질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당시 나는 “과연 내가 책임자라면 눈 때문에 체육관이 무너질거라고 예견할 수 있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분은 검사실로 불려와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내 책상까지 정리해주려고 할 정도로 근면과 성실, 선함으로 똘똘 뭉친 분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했던 것이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관리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인간적인 면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나중에 그분이 징역을 살고 나온 뒤 통화를 했는데 검찰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실시공 방지 등 안전 확보 위해서는 문화를 바꿔야

 

우리나라에서 끊임없이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천 물류창고 화재도 그렇고, 사고가 났을 때만 떠들썩할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대형 안전사고는 계속해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남 얘기 할 때는 “튼튼하게 잘 지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자기 건물을 지을 때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달라진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튼튼하고 좋게 지어달라고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떻게든 비용은 아끼고 빨리 짓기를 원한다. 비용을 아끼고 빨리 짓는 것과 튼튼하게 짓는 것은 양립되기 힘들다. 시멘트가 굳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튼튼한 골조를 쓰려면 비용이 들어간다.

 

최저가 낙찰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도 살펴보아야 한다.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사람이 건물을 짓는데, 그 사람도 이득을 보려면 부실한 자재에 대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선진화 되려면 이런 최저가 낙찰제의 문제점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법률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항상 사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실시공이 되지 않게끔 충분한 비용과 기간을 들여서 건물을 짓는 사회적인 문화가 정착이 돼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