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검사수첩 (5)]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참사와 검경수사권 갈등 (상)

이상호 기자 입력 : 2020.06.04 10:00 ㅣ 수정 : 2020.06.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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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대구지검에 근무할 때였다. 야간 당직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경찰로부터 사건발생보고가 올라왔다. 경주에 있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리조트의 체육관 지붕이 붕괴돼서 마침 그곳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던 대학생들 다수가 사망하고 다쳤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그 지역에는 몇십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상태였다. 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붕이 무너진 것 같다고 했다. 나중에 확인된 일이지만 이 사고로 신입생 등 10명이 사망하는 등 모두 2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중요사건으로 분류된다. 중요사건이 발생하면 대검에 보고도 해야되고 여러가지 할 일이 있는데, 당시 공안부 당직검사가 사건을 챙겨 보겠다고 해서 나는 당직근무를 마치고 퇴근했다.

 

■ 2014년 2월 경주 리조트 체육관 천장, 폭설로 붕괴, 신입생 등 214명 사상

 

대구지검 산하에 경주지청이 있기 때문에 리조트 관할 검찰청인 경주지청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당직 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자고 있는데 새벽 두시쯤 전화가 왔다. 검사장님이 검찰청으로 들어오라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건 때문이구나 싶어서 대충 세수만 하고 다시 사무실로 나갔다.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 등이 다 모여서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경주지청이 자체적으로 처리하기에는 경력이 많은 검사들이 부족하여, 대구지검에서 경력 검사를 지원해서 수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나를 비롯한 몇 명의 강력부 검사들이 경주지청에 가서 수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회의를 마치고 아침 일곱시 무렵에 검사 세 명과 수사관 두 명이 서둘러 경주지청으로 갔다. 리조트는 상당히 높은 산에 위치해 있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쌓인 눈이 상당히 되었고 현장에는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으며 기자들도 상당히 많이 와 있었다. 경찰은 검찰 수사팀에게 현장을 설명해줄 여력이 없을 정도로 현장 정리에 몰두해 있었다.

 

아직 사건 발생 직후다 보니 검사가 현장에서 사건을 지휘하기에는 상황이 적절치 않아 보였다. 일단은 인명구조가 가장 우선시되는 상황이었고 수사는 그 이후의 문제였다. 인명구조는 119와 재난안전본부의 소관이다. 일단 매몰된 현장에 있을 수도 있는 학생들과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장비와 인원이 동원되었다.

 

현장은 상당히 기온이 낮은 상태였다. 나는 현장에 갈 줄 몰랐기 때문에 얇은 양말, 구두만 신고 나오다 보니 발이 꽁꽁 얼 정도였다. 일단 현장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한 뒤 경찰 책임자에게 어떤 부분의 초동 수사가 필요한지 당부해 놓고 다시 경주지청으로 갔다.

 
경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참사 현장에 급파된 소방대원들이 희생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 철골에 깔려 시신 훼손된 대학 신입생 보며 ‘철저한 수사’ 다짐

 

사람이 사고로 죽거나 사인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검사는 변사체 검시(檢屍)를 하게 돼있다. 나를 비롯한 검사들은 유족의 입장을 고려해서 검시를 최대한 신속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망자들은 한 병원이 아니라 여러곳에 나뉘어져 안치되어 있었다. 각 병원으로 검사를 급파하면서 나도 그 중 한 병원으로 가서 검시를 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것이, 병원에 안치된 학생들은 대학교 입시를 마치고 막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받던 아이들이었다. 지붕의 철골조가 무너져서 사람이 깔려서 사망한 사건이다 보니 시체의 훼손 정도가 심했다. 다리가 부러지고 주요 부위가 골절이 된 상태였던 것이다.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겨우 입시에서 해방되자마자 끔찍한 사고를 당해 온몸이 부숴진 아이들을 보니, 가슴 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된다. 이 사고로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처참하게 죽었는데 책임자를 규명하지 못하면 나는 검사로서 자격이 없다. 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이 사건을 수사하자. 이런 마음이 들었다. 신속히 검시를 마치고, 수사가 시작됐다.

 

경주지청에 있던 검사들과 대구지검에서 내려간 검사들이 한팀을 이뤄 수사가 진행됐다. 경찰에서도 경북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서 오십명 정도가 파견돼 경주경찰서에 수사팀을 꾸렸다.

 

■ 대규모 검·경 합동수사팀 출범했지만 수사 초반기에는 갈등 상황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검경은 하나의 팀이 돼서 수사하기도 하지만 경찰에서 초동 수사를 하고 검사는 사건을 지휘하기도 한다. 당시 이 사건 수사는 후자의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검찰과 경찰간에 수사권 조정 문제가 첨예하게 이슈가 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검사가 지휘를 하려면 경찰에서 사건 진행상황을 보고해 줘야 하는데, 경찰은 스스로 수사하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검사들은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는 등 지휘를 올려야 그때서야 기록을 보면서 사건을 파악해서 지휘가 가능하기 때문에 초동 수사 단계에서는 지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검사들하고 경찰 수사팀 수뇌부가 협의를 했다. 경찰에서 진행되는 수사상황을 검찰과 공유해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경찰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찰 스스로 수사를 하고 필요한 순간에 지휘를 올려서 지휘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누군가를 고의로 죽이려고 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사고임이 명확했다. 이런 과실에 의한 사고는 관련자들의 과실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사고의 관련자들에게 어떤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을 규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경찰은 사실관계를 규명하는데 수사를 집중하다 보니 법률적 측면이 간과되는 측면이 많았다. 검사들의 법률적 견해가 반영되야 되는데 처음에는 그런 것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검사들이 경찰 수사의 공을 가로채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수사가 잘 될 수 있도록 경찰 수사를 도와주겠다는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관련 판례들을 정리해서 보내주고, 어떤 사실관계가 수사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렇게 한주, 두주가 지나니까 경찰들도 점점 수사팀 검사들을 신뢰하기 시작하였다. 수사 종반에는 검찰과 경찰은 조직적 괴리감은 전혀 없었다. 서로 협력하고 진정한 한팀이 되어 수사를 하였다.

 

■ 대형 안전사고 발생시 언론보도 내용을 규명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수사력을 소비

 

사건 수사는 두 가지 파트로 진행됐다. 설계 및 시공 파트와 리조트 유지 및 관리 파트로 나눴다.

 

이런 대형 안전사고 발생시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가 언론이다. 언론 보도는 때론 수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때론 수사를 매우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언론의 보도 내용 중 상당히 많은 내용들은 추측성 보도이다.

 

이 사건 수사때만 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제보했는데 리조트 체육관 지붕에 물 새는 것을 목격했다더라, 학생회에서 돈을 받고 원래 그 리조트 가면 안되는데 그 리조트에 갔다더라...’ 등등 이런 유형의 보도들은 나중에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언론보도에 민감한 검찰이나 경찰의 수뇌부는 이런 추측성 보도들이 나오면 수사팀에 보도 내용의 진위를 물어 볼 수 밖에 없다. 수뇌부에서 언론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는데 어떻게 된거냐 수사팀에 물어보면 수사팀은 실제 필요한 수사보다 그 부분을 수뇌부에 소명하는데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수사의 핵심은 이 리조트의 체육관이 왜 붕괴됐는지를 그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가려내는 것인데, 이와 무관하게 언론이 보도하는 간접적인 의혹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다보니 수사력의 30%는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을 해명하는데 사용된 것 같아 사실 짜증이 났다.

 

여기에 수사력의 20%는 언론보도 내용을 취합하고 상부에 보고하는데 쓰이다 보니 실제로 수사할 수 있는 사람과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모든 사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의 사실관계 및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국민적 여론이 집중되면 수뇌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수사력의 상당 부분이 본질과 동떨어진 곳에 사용되는 것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대형 안전사고, 특히 세월호 같은 대형 사고에서는 유족들을 잘 보살피고 납득시키는 것이 수사팀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유족들이 분노하고, 오해가 생겨서 수사를 불신하면 수사는 굉장히 어려워진다.

 

이 사건 당시에도 수사팀은 유족들의 심정을 헤아리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리조트를 운영하는 대기업의 오너가 직접 현장까지 달려와 진정성을 가지고 유족들에게 신속하게 사과하고 통상의 사망사고보다 상당한 액수의 금전적인 보상을 해 준 것은 수사팀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