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n번방 유료회원, 범죄단체가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5.28 01:31 |   수정 : 2020.05.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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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특별기고]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는 큰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약속했다. 특히, 검찰은 운영자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동한 유료회원들에게 성범죄 혐의뿐 아니라 범죄단체가입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법리검토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박사방 유료회원 2명에 대하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및 형법상 범죄단체가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지난 26일 “주요 범죄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피의자들의 역할과 가담 정도, 사안의 중대성 등을 비추어 보면 증거 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이는 성착취물 동영상 제작‧유포 관련 사안에서 처음으로 관전자들을 상대로 범죄단체 가입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수사가 성착취물 동영상 공유방 가담자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필자는 검사 재직 시절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면서 이를 최초로 범죄단체로 의율(擬律)한 적이 있다. 보통 범죄단체라고 생각하면, ‘xx파’로 지칭되는 조직폭력배 조직을 떠올리지만,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폭행‧협박으로 재산을 강탈하는 조직폭력배 외에도 경제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도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를 적용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단체로 의율하여 처벌하는 과정에서 검토하였던 내용과 경험을 토대로, 성착취물 동영상 공유방의 유료회원들에게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형법 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박사방, n번방을 아동음란물 제작 등의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로 판단할 경우, 유료회원들 중에서도 활동내용에 따라 아동음란물 제작 등의 혐의에서 정한 형벌(최대 무기징역)’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판례에 의하면 범죄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그 첫째는 목적성이고, 둘째는 단체성이며, 셋째는 계속성으로,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이 요건들을 종합해서 범죄단체 여부를 판단한다.

 

조주빈 등 주범의 범죄사실에는 성착취물 동영상 제작 과정에서 협박이나 상해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만약 조주빈이 위계 질서 있는 조직을 만들이 위와 같은 범행을 하였다면 범죄단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조주빈 등이 운영한 조직을 범죄단체로 본다 하더라도 문제는 유료회원들인데, 회원가입을 ‘범죄단체의 가입’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별도로 판단이 필요한 문제이다.

 

그 이유는 첫째 기존의 판례에 의할 때 일단 회원과 조주빈의 관계가 상명하복의 관계가 있어야 조주빈을 수괴(首魁)로 보고, 회원을 부하로서 행동대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 과연 그런 관계로 판단할 수 있는지 사실관계가 확인되어야 할 것이고, 상하관계가 아니라면 법률적 다툼이 있을 수 있다.

 

둘째 범죄단체의 조직원은 가입탈퇴가 자유롭지 않아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유료회원들은 자유롭게 회원 탈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므로, 이런 경우까지 범죄단체에 가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해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유료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범죄단체가입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향후 지나친 유추해석 내지 확장해석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관전자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 예를 들면 적극적으로 주범에게 어떤 영상을 보여 달라고 주문을 하였다거나, 회원으로 가입된 기간이 오래 되었거나, 다른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경우. 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싸이트 운영에 개입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 등 종합적으로 볼 때 성착취물 동영상 공유방의 운영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되는 사안에서는 해당 유료회원이 범죄단체에 가입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위 박사방 유료회원 2명에게 범죄단체 가입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현재 법조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이 범죄단체 가입 혐의의 성립 범위를 기존의 태도 보다 확장 해석하여 관전자들을 기소할 경우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많은 법률적 공방이 예상된다.

 

이러한 논란은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의 판단이 있은 후에야 종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사법시험 41회 합격 / 수원, 광주, 대전, 인천, 서울북부, 대구지방검찰청 등에서 15년간 검사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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