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2)] 기재부가 만든 사업타당성조사, 무기획득 사업 지연 요인으로 작용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5.19 09:05 |   수정 : 2020.05.19 09:58

소요검증 등 여타 조사·분석 업무와 중복되고 사업 기간도 증가하는 등 다양한 쟁점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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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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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타당성조사 제도를 만든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직원들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야간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사업타당성조사는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규모 국방사업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사업추진계획 및 소요예산의 적절성을 사전 분석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기획재정부의 훈령인 ‘국방사업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근거로 2011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재 국가재정법에 근거하여 소요예산의 적절성을 검증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하고 있다. 국가재정법 제38조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건설공사 관련 사업이나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은 예산 편성 이전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되, ‘국가안보에 관계되거나 보안을 요하는 국방 관련 사업’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기계획 반영 사업의 예산 적절성 기재부 관점에서 판단

 

이와 같이 국방사업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돼왔으나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국방사업도 총사업비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국방사업에만 적용되는 사업타당성조사 제도가 별도로 마련됐다. 사업타당성조사는 중기계획에 반영된 사업 예산을 계획대로 편성해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 기획재정부 관점에서 판단하기 위해 수행하는 분석 업무이다.

 

이 제도는 그동안 국방예산의 효율적 투자와 획득계획 완성도 제고 측면에서 나름대로 기여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불필요하게 사업 착수가 지연되고 이로 인해 무기체계 전력화에 차질을 빚어 방위산업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무기체계 획득사업은 사업타당성조사 이전에 이와 유사한 소요검증(6개월) 및 선행연구(8개월)를 통해 사전 조사·분석 업무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예산편성 단계 직전에 와서 다시 사업타당성조사를 중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전력화 시기가 전반적으로 지연되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양산 단계 조사 생략해 조사대상 사업 줄이는 노력 필요 
 
게다가 사업타당성조사를 연구개발 착수 이전과 양산 진입 이전 등 2회에 걸쳐 실시하여 사업 지연 소요가 더욱 늘어난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1회만 실시하고 양산 단계는 생략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한다. 또한 소요검증 대상은 총사업비 1,000억원 기준인데, 사업타당성조사 대상은 양산 사업도 500억원 기준을 적용해 조사·분석의 일관성이 없다.

 

즉 양산 사업도 500억원 이상이면 모두 사업타당성조사 대상이 되어 대다수 무기체계 획득사업이 포함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조사대상 사업 수는 많은데 수행기관의 인원이 제한되어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결국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은 해당년도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뒤로 밀리게 돼 본의 아니게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게다가 양산 사업은 양산 계획이 수립된 다음 조사대상에 선정되도록 2016년 지침이 개정돼 연구개발사업 종료 후 양산 사업으로 전환되는 시기 사이에 구조적으로 공백이 생기는 문제도 존재한다. 또 연 2회만 사업타당성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데다 조사기간도 8개월이나 걸려 적기에 사업타당성조사에 착수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무기체계 소요결정부터 전력화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사업타당성조사도 주요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소요검증과 사업타당성조사 간에 중복검토 분야를 최소화하고 조사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양산계획(안)만으로도 조사대상에 포함시켜 조사 착수시점을 앞당길 수 있게 추진 중이다. 

 

조사대상 사업 기준 상향 조정하고 조사 기간도 단축해야

 

이 분야에 정통한 한 방산 전문가는 “조사대상을 1000억원 이상 사업으로 상향 조정하되, (가칭)사업조정위원회 같은 회의체를 통해 사업별로 사전 검토하여 면제, 약식 조사, 정식 조사로 분류하고 주요 쟁점 사업 위주로 사업타당성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정식 조사는 8개월이 기본이지만 양산 사업은 6개월로, 약식 조사는 4개월로 단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군 출신 방산업체 임원은 “국방 사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업타당성조사에 참여하면서 이미 검증된 기본적인 내용을 새삼스럽게 문제 삼아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발생한다”면서 “소요검증, 선행연구, 사업타당성조사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중복 검토를 없애고 기간을 과감히 줄이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사업타당성조사는 민간에서 국방사업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해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면서 “진짜 필요한 제도라면 국가재정법을 고치던지 방위사업법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예산의 적절성을 판단하려면 비용분석을 해야 하는데 조사를 수행하는 국방연구원(KIDA)은 업체자료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적기에 전력화가 필요한 육군 등 소요제기 부서들과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산업체들은 관련 사업들이 사업타당성조사로 인해 지연되고 있어 애가 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를 챙겨야 할 주인이 없는 상태라면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일부 개선을 추진 중이나 전체적으로 문제를 진단해 제대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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