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이낙연 전 총리를 비난하는 '선동정치'는 주인을 속이려는 노예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0.05.07 07:22 |   수정 : 2020.05.07 07:22

대의민주주의체제의 '적'은 '선동정치' / 감성의 논리로 이성적 판단을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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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정치는 국민의 수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대의민주주의체제에서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표를 주는 국민은 주인이고, 표를 받는 정치인은 노예가 된다. 노예는 항상 주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절부절 못하는 처지이다. 
 
이런 구조에서 최악의 정치가 탄생하기 쉽다. ’선동정치‘이다. 노예가 주인을 선동해서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감성의 논리이다. 이성의 논리는 매도당한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필요한 데, 가슴과 머리도 함께 뜨거운 정치인이 여론을 조작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선동가들이 책임감 있는 정치인들을 모략하고 매도하는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진다. 
 
이낙연 전 총리가 겪은 봉변도 유사한 사례이다. 21대 총선 당선자로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전 총리는 지난 5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의 방문 소식을 알고 있던 유가족 30여명이 모여서 면담을 요청했다.
 
조문을 마친 이 전 총리는 면담에 응했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에 대한 대책을 갖고 왔나”고 집중적으로 질문을 했다. 이 전 총리는 “제가 지금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이 있는 위치가 아니다”면서도 “여러분의 말씀을 잘  전달하고 이른 시일 내에 협의가 마무리되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유가족이 “오는 사람마다 매번 같은 소리”라고 비난했다. 이 전 총리는 다시 “내가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아닌데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재차 해명했다. “책임자 처벌을 포함해 기존 법에 따른 조치는 이행이 될 것이고 미비한 것은 보완이 될 것”이라고 언급해 유가족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기도했다.
 
이 같은 논쟁이 반복되는 와중에 유가족들이 흥분했다. 한 유가족이 “그럴 거면 뭐 하러 왔냐, 대책을 가져 와야지”라고 따졌다. 다른 유가족은 “유가족들 데리고 장난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총리는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한 조문객으로 왔다. 여러분들의 마음을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렸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유가족이 “사람들 모아놓고 뭐 하는 거냐”고 비난하자, 이 전 총리는 급기야 “제가 모은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날을 세웠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분히 감정이 실린 답변이었다. 유가족들은 “그럼 가시라”고 압박했고, 이 전 총리는 “가겠다”면서 자리를 떴다.
 
이 같은 논쟁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과 보수언론들은 이 전 총리를 무책임한 정치인으로 격하시켰다.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도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다음날인 6일 사과했다. 그는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를 아프도록 이해하지만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은 저의 수양부족”이라면서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리를 격렬하게 비판하는 세력이 선동정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전 총리의 당초 언행은 정도(正道)에 가깝다. 
 
이 전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오랫동안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현재는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일 뿐이다. ’무직‘이라는 이야기이다. 무직자가 고질적인 공장 화재현장의 문제점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줄 입법대책과 유가족들이 만족할만한 피해보상안을 확언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에 그런 역할을 자임했다면 ’권력의 사유화‘이다. 차기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행정부와 여당을 미리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그런 힘이 없는데도 “내가 책임지고 관련법률을 개정하고 피해보상도 주도하겠다”고 약속했다면, 그게 바로 ’선동정치‘이다. 
 
이천 화재 참사 후속대책은 대통령, 행정부, 국회 등과 같은 제도화된 권력이 논의해서 해결할 문제이다. 이 전 총리는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6월부터 국회의원 신분이 된다. 그 때가 되도 이 전 총리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을 맡을 가능성은 없다. 이천 화재참사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할 후속입법 그리고 유가족에 대한 보상방안 등을 주도할 ’제도화된 권력‘은 이 전 총리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정치권력의 타락은 ’사유화‘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정권의 실세가 파벌을 만들어서 주먹을 휘두르고 그 과정에서 제도화된 권력기관이 무력화되는 것은 후진적 정치에서 만연한 국민적  불행이다.
 
물론 이 전 총리가 유가족들에게 언쟁을 벌이다가 자리를 뜬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하지만 먼저 큰 결례를 범한 것은 유가족들이다. 조문객에게 “장난하냐”고 퍼붓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다만 유가족들의 행동은 그 슬픔과 아픔의 크기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의 비난은 퇴행적 사고의 산물이다. 장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전 총리는 너무너무 맞는 말을 너무너무 논리적으로 틀린 말 하나 없이 하셨지만 왜 이리 소름이 돋는가”라면서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은 본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의 포즈는 ’약자의 대변인‘이지만 내용은 ’선동정치‘이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을 했다면서 ’가슴(감성)‘이 없다고 패대기치고 있다. 하지만 이천 화재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주체는 차가운 이성이지 뜨거운 가슴이 아니다.
 
대책마련을 압박하는 유가족들에게 법적으로 나의 소관이 아니라고 설명한 전직총리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주인을 잘못된 길로 이끌려는 노예의 선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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