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 (61)] 실전 같은 부대 검열 및 훈련평가는 승리의 첩경(하)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4.22 11:22 |   수정 : 2020.04.22 13:18

'허위 보고'의 유혹 떨쳐내고 고지위로 총돌격, 거기서 만난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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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전방의 11월은 완전한 겨울이다. 새벽이 되면 손발이 얼 정도이다. 중대와 대대 전술훈련 평가가 10월 중에 종료되고 11월 중순이 되자 연대전투단(RCT : Regimant Combat Team) 훈련 평가가 일주일간 시행되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밭에는 여름내내 햇볕과 싸워온 비닐과 남겨진 벼이삭만이 뒹굴고 덕분에 훈련에 따른 농가의 대민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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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를 받기 위해 작전지역으로 행군하는 모습과 연대전투단(RCT) 훈련 평가를 위해 사단에서 지원된 화기가 장착된 짚차 [사진자료=국방부]

 

■ 연대전투단(RCT)훈련의 피날레를 장식한 '진실의 힘', 평가단장인 이준 준장이 지켜봐 

훈련평가에 임하기 전에 상급부대에서는 준비 사열도 하지만 중요하게 적용시킬 사항에대해 시범식 교육도 시행한다. 당시 다수의 활성교보재가 개발되어 훈련간 잘 활용하도록 대대에 시범지시가 하달됐다. 장기호 군단장을 모시고 예하 연대장 및 사단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활성 교보재 시범’도 보였다.

선승구전(先勝求戰)이었다. 군단 시범까지 보이고 임하는 연대전투단(RCT) 훈련평가는 이미 이겨놓고 싸우는 격이 되었다. 게다가 상대 연대는 홍천에 있는 11사단에서 사창리까지 행군으로 이동하여 그 피로 때문에 우리 연대가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훈련만을 전담하는 연대로 강원도 어느 지역이든지 이동해서 임무 및 훈련을 수행하는 터라 만만하지는 않았다.

연대전투단(RCT) 훈련평가 첫날 새벽에 출동준비태세 훈련을 마치고 완전군장을 짊어진 중대원들은 적근동에서 직선거리로 40km떨어진 화악산까지 하루종일 행군하여 숙영지에 도착했다. 훈련도 시작되기 전에 모두 지쳐버렸다.

하지만 그곳에서 이틀간 쌍방으로 상대연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훈련을 잘 해냈다. 이어 하룻동안 재편성을 하면서 상호 공격 및 방어준비를 하고 다음날 실내고개로 공격하는 진행으로 평가가 계속 되었다.

56번도로 양쪽으로 2개 대대병진으로 공격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중대에게 앞선 중대를 초월하여 탱크와 보전협동으로 실내고개 최종 목표를 탈취하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연대전투단(RCT) 훈련평가의 마지막날 최종 피날레를 중대가 장식하게 되었다. 지난 1주일간의 긴장된 훈련에 중대원들은 모두 지쳐 있었으나 초겨울 추위도 아랑곳 없이 이마와 등줄기엔 땀이 줄줄 흐르며 실내고개 정상을 향해 뛰어 갔다.
 
1개 소대는 도로에서 보전협동으로 1개소대는 능선을 타고 고지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대대본부에서 작전장교가 “아직도 못 올라갔냐?”며 독촉 무전교신을 해왔다. 대대의 재촉이 반복되자 소대장은 특공조를 먼저 보내 정상에서 신호탄을 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 건의했다.

필자도 힘들지만 중대원들도 지쳐있어 나머지는 밑에서 천천히 가고 몇 명만 올려보내고 점령했다고 허위보고를 하고 싶었지만, 중대전술훈련 평가시 동네 전쟁놀이로 만든 과오가 다시 반복될까 싶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상적으로 전병력이 전술적 행동을 하기로 했다.

드디어 선두 소대가 고지 밑 돌격선에 도달하여 전열을 갖춘 후 ‘돌격 앞으로’ 함성과 함께 고지를 점령했다. 소대장이 고지에서 목표탈취 신호탄을 공중으로 쏘아올리며 적의 역습을 대비하기 위해 전사면에 진지 재편성을 하는 와중에 필자는 뒤따라 고지로 올라 갔는데 깜짝 놀라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지 정상에는 통제관 완장을 찬 장군이 우리의 전술적 행동 실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헐떡거리며 그 장군께 경례를 하고 현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군단 참모장 이준 준장(육사19기, 전 국방부 장관)으로 이번 연대전투단(RCT) 훈련 평가단장이었다.

그도 일부 병력만 올려보내고는 목표를 탈취했다고 허위로 보고하는 비전술적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예상하고 고지 정상인 현장에서 제대로 훈련하는가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군단참모장은 중대 병력들이 정상적으로 고지를 점령하고 진지강화까지 하는 행동절차를 확인한 뒤에 필자에게 “수고했어, 마지막 병력관리를 잘해라”고 당부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군인 가족들의 기도와 정성이 성공적인 연대전투단(RCT) 훈련을 만들어 

연대전투단(RCT) 훈련 평가단장이 자리를 떠난 뒤 대대로부터 훈련 종료 연락이 왔다. 일주일간의 연대전투단(RCT) 훈련으로 몸은 지쳐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잘해준 중대원들이 자랑스러웠다. 각 소대의 인원장비를 확인하고 철수 준비를 했다.

그때부터 부대 주둔지 막사까지 또 긴 복귀행군을 시작했다. 그래도 야외 노숙을 하다가 이젠 두발을 죽 뻗고 잘 수 있는 생활관으로 복귀한다는 생각에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각개 병사의 건강상태를 확인해 행군이 불가한 병사들을 중대행정보급관이 식사 추진차에 태워 먼저 출발을 시켰다.

훈련 첫날 40km행군을 하여 화악산 숙영지에 도착했을 때 각 대대의 숙영지 야전취사장에서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대대별로 장교 부사관 가족들이 고생하는 장병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땀에 절어있는 전투복을 입은 채 가족들이 만들어 준 식사에 엄청 기대를 했었다. 헌데 취사장 화구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만들어 준 육계장에서 기름 냄새가 나 약간 먹다가 포기하고 건빵으로 떼웠다. 그래도 간부 가족들의 정성이 고마웠고 그 마음과 기도 덕분에 연대전투단(RCT) 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귀하는 길에도 이벤트가 있었다. 연대본부가 있는 마을에는 관사와 아파트가 밀집되어있어 지역주민에는 군인가족들도 대다수 포함된다. 

복귀행군이 거의 끝나가면서 연대본부가 있는 마을을 통과하는 데 지역주민들과 왠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도열을 하면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동네 주점 아가씨들이었다. 사탕과 빵을 나누어 주면서 노고를 격려해주는 모습이 꼭 머언 바다에 고기잡으러 갔다가 만선을 한 채 고향 항구로 도착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네 같았다.

화장을 진하게 한 어떤 아가씨는 인접 소대장에게는 달려가 꼬옥 안아주며 수고했다고 하여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인접 부대의 큰 훈련을 격려하는 지역 주민들을 볼 때, 민과 군이 한 몸이 되어 민군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따뜻한 풍경이었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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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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