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준법감시위 초법(超法)적 행보 둘러싼 삼성의 딜레마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4.10 06:15 |   수정 : 2020.04.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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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삼성이 준법을 기조로 하는 미래경영을 위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막상 준법감시위의 활동이 ‘준법’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른 '초법(超法)'적 행태와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김지형 위원장)는 9일, 지난 3월 11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7개 삼성 관계사에 보낸 대국민 사과 권고문에 대한 회신 기간을 다음달 1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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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김지형 변호사가 지난 1월9일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 측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확산으로 인한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권고안 논의에 차질이 불가피했다”며 기한 연장을 요청한 바 있고, 이에 위원회는 삼성이 보다 충실한 이행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위해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 “준법감시위, 준법 아닌 초법, 정치의 눈높이로 접근”
 
하지만 10일 재계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맡고있는 법조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준법감시위에 대한 삼성의 기한연기 요청은 코로나19 보다는 더 본질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횡령·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삼성 측에 준법경영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자, 삼성 7개 계열사가 협약을 맺어 출범시킨 독립 위원회다. 김지형 위원장은 대법관 임명 배경 및 퇴임 후 로펌 활동경력상 친노, 친문계의 진보적 법조인으로 분류된다.
 
이 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총수 일가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해 이 부회장이 대국민 반성·사과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권고문을 보내며 30일의 기한을 준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과 삼성쪽에서 준법감시위의 사과권고를 놓고 고심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로 전해진다.
 
2009년 5월29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의혹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에버랜드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순환출자 그룹의 핵심이다. 이 판결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3세 총수자격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이슈와 관련,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사건이 터졌지만 삼성은 단 한번도 이를 불법적인 승계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인정한 바 없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최순실 사건에서도 삼성과 변호인단은 기본적으로 경영권 승계과 뇌물을 분리해 접근하고 있다. 강압적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났기에 더 이상 법리공방은 하지 않고 구속과 불구속, 형량 등 양형 문제만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준법감시위의 권고대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해 이 부회장이 대국민 반성·사과하라”는 권고를 받아 들이면 이 부회장의 정통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표현과 문구 등 형식을 조절한다고 하더라도 준법감시위와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려 하다보면 본질이 다치는 것이다.
 
이에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준법감시위라면 말 그대로 준법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국민정서 같은 정치적 판단이 우선되는 느낌”이라며 “시한이 한달 연기된 것도  삼성 및 이재용 부회장 쪽의 기본입장, 그리고 수위조절 문제를 둘러싼 협의문제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지형 위원장이 “위원회가 원래 정해준 기한을 삼성 측에서 지키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반응으로 알려졌다.

■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가 바뀌면?
 
현재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현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으로 지난 1월 4차 공판을 마지막으로 3개월째 휴정 중이다. 특검의 신청에 따라 재판부가 교체되거나 법원의 정기인사에 따라 재판장이 바뀔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빨라야 8월, 9월 이후에나 선고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은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고 과거사에 얽매여 미래경영에 발목이 잡힌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준법감시위의 요구를 수용해 왔다. 그런데 재판부가 바뀐다면 경영상 부담만 키우고 얻는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 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외 사업장의 가동 중단은 물론 매출 타격을 실감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분기는 무사히 넘겼지만, 2분기엔 '어닝 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준법감시위의 압박, 시중 여론 떼문에 4월 하순이나 5월 초에는 어떤 형태로든 삼성이나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삼성으로서는 일단 준법감시위가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 무노조경영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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