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승의 한미 동맹] ⑤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핵 동맹으로 진화돼야

류제승 입력 : 2020.02.12 22:58 |   수정 : 2020.02.1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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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1차 안보협의회(SCM)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세계적으로 국제주의가 밀려나고 민족주의가 밀려오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표류 중이며 핵 위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전환기에 들어선 한미 동맹은 주요 현안 마다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15∼16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과 미국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가 공동 주관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전환기 한미 동맹의 갈등과 진로’를 주제로 발표한 류제승 KRINS 부원장이 한미 동맹의 전환기적 상황과 과제에 대해 7회에 걸쳐 심층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강압 외교 지속하면서 핵공유 협정 포함한 군사적 해법 준비해야

[뉴스투데이=류제승 KRINS 부원장] 만일 비군사적 방법과 수단에 의한 ‘강압 외교’(coercive diplomacy)의 효과가 없다고 판명되면, 거대한 압박의 일환으로 북한 정권의 교체를 목표로 한 군사적 해법까지 추가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북한의 핵보유를 수용하면 한국은 핵 인질 신세가 되고, 국제 핵비확산체제(NPT)의 붕괴 위험이 커진다. 그럼에도 전문가들 중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력 사용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조셉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내가 나의 친구(한국)와 적(북한) 모두에게 말한 바와 같이, 북한 핵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옵션들을 갖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콜로라도 덴버에 핵무기가 떨어지도록 북한의 능력을 허용하는 것이다. 나의 임무는 그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하는 군사적 옵션들을 개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미북 비핵화 협상이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북한은 현상 타파 목적으로 제3자에게 핵무기 또는 핵물질 제공을 시도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국제사회와 함께 효과적인 대확산(對擴散) 감시정찰·정보전파·대응작전 활동은 필수불가결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확산이 현실로 나타나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이 현재의 재래식 전력 위주 동맹에서 ‘핵동맹’으로 진화하려면, 한미 간에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비롯해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력을 제공하는 동맹 정책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대책으로부터 한·미 또는 한·미·일의 핵공유 체제 구축까지 포괄하는 심층 협의가 시급하다.

한·미 또는 한·미·일이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만으로도 북한의 핵폐기 결단과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유도하는 효과가 크다. 단, 자체 핵무장은 NPT에 정면 위배되기 때문에 제외해야 한다. 이처럼 여러 군사적 옵션들을 준비해야 하지만, ‘최후 해법’의 준비도 필요하다. 여전히 주된 목적은 북한의 핵 포기를 강압하는데 있다.

1단계 봉쇄 작전은 2017년 11월 3개 항모전투단의 무력시위 때보다 더 조밀한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이어서 2단계 타격작전은 ‘MQ-9 Reaper’와 같은 드론으로 기습적으로 정교하게 전개해야 한다. 이런 유형의 신예 무기는 적의 효과적 대응과 확전을 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북한 지도부가 인식하기에 가장 위협적 수단임이 틀림없다.

한·미 맞춤형 억제, 높은 수준의 ‘핵공유’인 NATO보다 낮은 수준

‘핵 공유 체제’(NSM: Nuclear Sharing Mechanism)란 무엇인가? 미국(核국)은 평상·위기·전쟁의 상황에서 동맹국(非核국)을 방위하기 위해 주둔국에 배치된 미국의 자산뿐만 아니라 본토와 해외에 배치·운용 중인 가용 전략자산을 활용하여 확장억제력, 즉, 핵우산(전략핵·전술핵)·재래식정밀타격·미사일방어능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핵 공유 체제’는 이러한 미국의 확장억제력과 동맹국의 재래식정밀타격·미사일방어능력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통합 운용하여 적대국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억제·강압·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 메카니즘을 통해 핵 정책과 연합 작전의 계획-준비-실행-평가 과정을 공유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NATO의 경우, 미국과 비(非)핵국 독일 등 5개 회원국은 전술핵(非전략핵)의 저장·관리, 운반수단, 작전운용 등을 공유하는 ‘높은 수준’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각고정려(刻苦精勵)하여 현재 상태는 ‘낮은 수준’의 핵 공유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미 국방부는 2011년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Deterrence Strategy Committee)를 설치했다. 이 회의체에서 다룬 중요 의제는 안보협의회의(SCM)에 상정돼 양국 장관의 승인을 거쳐 실행에 옮겨졌다. 2016년에는 한미 양국 장관의 의사결정을 기민하게 보좌하기 위해 위기관리기능(KCM)을 추가 설치했다. 참고적으로 미국과 일본 사이에도 2011년 후반에 한미 억제전략위원회와 유사한 기능의 ‘확장억제 대화체’(EDD)가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DSC는 NATO의 고위참모그룹(HLG), SCM은 핵기획그룹(NPG)의 위상과 기능에 비견되는 협의체다. HLG는 27개 회원국 국장급 관료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미국이 의장국으로 연중 수차례 개최한다. NPG는 27개 회원국(프랑스 불참) 국방장관들로 구성된 최상위 정책결정기구로서 사무총장이 주재하여 연 1회 개최한다.

‘중간 수준’ 또는 ‘높은 수준’의 핵 공유 체제로 진화 시급해

HLG는 핵정책, 핵운용 계획·태세, 전술핵무기 개량, 안전 등을 협의하며, NPG는 핵정책과 핵전력 운용뿐만 아니라 핵군비통제, 비확산 의제 등을 협의한다. NPG의 업무를 보좌하기 위해 실무 기능도 수시 운용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와 같은 협의체 운영을 통해 계획-준비-실행-연습 분야의 공유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이제는 이러한 ‘낮은 수준’의 핵 공유 체제를 진화시켜 ‘중간 수준’ 또는 ‘높은 수준’의 핵 공유 체제를 갖추는데 힘써야 할 때다. ‘중간 수준’과 ‘높은 수준’의 차이는 전술핵의 한국 전진 배치(재배치) 여부를 기준으로 구별하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NATO의 사례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NATO는 이 세상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적대국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의 억제력과 방위력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필수 핵전력에 의존하는 ‘핵동맹’(Nuclear Alliance)으로서, 미국의 전략·전술핵 및 재래식 전력과 동맹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NATO에서도 핵 운용을 위한 최종 결심은 미국 대통령만의 불가침 권한이다. 그러나 핵 투발 계획을 실행하기 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당사국과 상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나아가 당사국의 일부 전투기는 핵(B61-12 전술핵폭탄) 운반 능력과 대비태세를 유지하며, 주기적으로 미국 전략 폭격기(B-52·B-2)를 엄호하는 연습(SNOWCAT)도 시행하고 있다. 작전의 실행 과정을 공유하고 숙달하기 위해서다.

F-35, 이중 목적으로 활용하고 주기적인 훈련도 실시해야

전술핵이 전진 배치된 5개국 외에 다른 회원국들은 준비 및 실행체계는 공유하지 않고 핵 정책과 전력태세 변화 상황만 공유하고 있다. NATO는 2020년까지 전술핵을 B61-12(‘핵벙커버스터’, 50kt 위력)로 개량하여 대체하고, 2025년까지 이중목적전술폭격기(DCA)를 F-35로 대체할 예정이며, SM-3 등 미사일방어(MD)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 한국 공군에 실전 배치 중인 F-35를 이중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주기적인 훈련 실시를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이렇게 되면 한미 동맹은 ‘중간 수준’의 ‘핵 공유 체제’를 구비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높은 수준’의 ‘핵 공유 체제’를 실현하기 위해, 전술핵을 조건부로 한반도에 전진 배치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관한 성공사례로서, NATO가 1979년 12월 12일 ‘이중 결정’을 채택했던 배경·경과·결과를 참고할만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전술핵을 전진 배치하는 방안과, 북한이 FFVD 원칙에 따라 신뢰할만한 비핵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특정 시점까지 전술핵을 전진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후 실행에 옮기는 방안이 그것이다. 현재 미국은 전술폭격기를 투발수단으로 하는 전술핵 150∼200개를 독일 등 서부유럽 5개국에 배치해 놓았고, 미국 본토에도 300∼350개의 전술핵을 보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전술핵을 조건부로 한반도에 전진 배치하는 협의 착수해야

전술핵의 한반도 전진 배치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존재한다. 세계 비확산 체제(NPT) 위반인데다, 북한의 비핵화를 강요할 명분을 잃어버릴 수 있고, 안전한 저장·관리가 부담스러우며, 유사시 기지요원과 시설은 물론 주변지역 주민의 생존성도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깨뜨려 상실된 전략적 균형을 회복해야 하는 상태이고, NATO의 안전관리 체계보다 더 안전하게 구축하면 될 것이다. 또한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돼도 미국이 직접 통제하는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핵비확산 체제는 존중된다.

마침 미국은 효과적인 억제와 확장억제를 보장할 유연성 갖춘 작전수행 태세를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은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지적하면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공식 파기하고, 아·태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북한 지도부가 가장 위협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잠수함 발사 저위력 열 핵탄두(W76-2)와 순항미사일(W-84)의 실전 배치, 미사일방어능력의 증강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 대다수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 개발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조야에서도 그동안 금기시 해온 흐름을 깨고 한국 또는 일본과의 핵공유 체제 구축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 의견들이 이어진다. 지난해 7월 발표된 미국 국방대 보고서와 9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한·일의 핵무장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 예이다.

한·미 또는 한·미·일 핵 공유체제 구축과 협정 체결은 우리 국가 안보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이런 노력과 함께, 한국군 자강노력인 ‘3축 체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북핵 위협의 초기단계, 즉 미국 전략자산 전개 전에 한국군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위 충분성’ 능력만큼은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연재 순서]
① 전환기적 한반도 전략 환경과 김정은의 게임 플랜
② 문재인과 트럼프의 가치 지향과 정책노선 비교
③ 한미 양국 정부의 안보정책 비교
④ 한미 동맹의 미래 진로 설계와 비(非)군사적 과제
⑤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핵 동맹으로 진화돼야
⑥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안정적으로 현안 관리해야
⑦ 한미 동맹과 남북 관계의 조화로운 미래

※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현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이다. 육군교육사령관, 제8군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제11기계화보병사단장, 연합사 기획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차장, 합참 군사전략과장 등을 역임했다. 독일 루르(보쿰) 대학교 역사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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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승의 한미 동맹] ⑤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핵 동맹으로 진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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