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승의 한미 동맹] ① 전환기적 한반도 전략 환경과 김정은의 게임 플랜

류제승 입력 : 2020.02.03 14:48 |   수정 : 2020.02.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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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9월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8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오른쪽 셋째)이 에이브러햄 덴마크 미 국방부 동아시아부차관보(왼쪽 둘째) 등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성김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 덴마크 차관보, 류 정책실장, 엘라인 번 핵·미사일방어 부차관보, 신재현 외교부 북미국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세계적으로 국제주의가 밀려나고 민족주의가 밀려오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표류 중이며 핵 위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전환기에 들어선 한미 동맹은 주요 현안 마다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15∼16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과 미국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가 공동 주관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전환기 한미 동맹의 갈등과 진로’를 주제로 발표한 류제승 KRINS 부원장이 한미 동맹의 전환기적 상황과 과제에 대해 7회에 걸쳐 심층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세계적으로 국제주의 대신 민족주의가 밀려오는 경향 뚜렷해져

[뉴스투데이=류제승 KRINS 부원장] 한미 동맹은 전환기적 상황에 들어섰다. 세계적으로 국제주의(globalism)가 밀려나고 민족주의(nationalism)가 밀려오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왕성한 실행력으로 ‘거래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작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미래는 국제주의자가 아닌 애국주의자(patriotism)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임기 제한을 없애고 강력한 지도체제를 구축하여 중국몽과 강군몽 실현을 통해 기존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변경하려고 골몰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 수상은 장기 집권에 성공하면서 ‘보통국가’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오랜 기간 최고 권력자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냉전체제 종식 후 상실했던 국가 위상을 회복하고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전략 노선은 지정학 및 지경학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이다. 한편으로 중견국 한국의 생존과 번영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 4국의 안보적·경제적 영향력에 의존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 4국이 추구하는 전략적 이익의 크기도 한국이 어떤 전략적 입장을 취하고 어떤 전략적 접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기본노선, 김일성 시대로 회귀하는 특징 보여

이러한 전략 상황의 변화와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적 게임 플랜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견지하는 기본노선은 김정일 시대와 달리 김일성 시대로 회귀하는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첫째, 북한의 전통적 전략 목표인 김일성 시대 ‘조선반도 평화보장’ 제안과 ‘조국통일 5대 강령’을 세습하고 있다. 1954년 등장한 이 제안은 외국무력 철거, 남북 병력 감축, 평화통일 환경 조성 등으로 요약되며, 1973년 발표된 5대 강령은 남북 긴장 완화, 다방면 합작과 교류, 남북 연방제 실시, 단일 국호에 의한 유엔가입 등으로 구성된다.

둘째, 핵으로 무장한 북한은 ‘위계적 남북관계 형성’을 공세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주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김정은은 ‘전체 조선민족의 최고지도자’로서 행세하려는 것이다. 셋째, 북한은 9.19 남북군사합의의 ‘적대행위 금지’ 조항을 내세워 미북 비핵화 협상과 연계하여 한미연합연습 영구 중단 등을 요구하고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해체를 겨냥하고 있다.

넷째, 순수한 민간교류를 차단하면서 통일전선·화전양면전술 차원에서 ‘전(全)민족대회’ 등의 시도를 통해 북한의 통일노선인 인민해방·인민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다섯째, 북한은 이러한 자신들의 요구가 부딪힐 때마다 한국과 미국을 협박할 목적으로 크고 작은 도발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은 권력 승계 후 지난 10년 동안 안정적 독재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무장은 김정은의 권력을 강고하게 만들어준 요인이다. 아버지 김정일이 북핵 개발과 6자회담 등 협상을 병행했던 것과는 달리 김정은은 권력 승계이후 ‘ICBM 발사 성공과 핵무력 완성 선언’(2017년 11월)까지 어떤 협상도 거부하며 핵과 미사일 개발과 제조에 총력을 경주했다.

김정은, 권력 승계 후 핵 무장에 총력 경주해 강고한 권력 만들어

김정은의 북한은 김정일의 유산인 미북 ‘2.29 합의’(2012년)를 2012년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파기하고 대미 협상을 전면 중단했다. 그리고 다수·다종의 핵무기(플루토늄·우라늄·수소폭탄)와 다양한 투발수단(ICBM, SLBM,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초대형 방사포)을 개발하고 보유하는 완전한 핵보유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필두로 지금까지 4회의 핵실험을 마쳤고, 전체 미사일 발사 도발도 지난해 11월까지 53회(ICBM 3회, SLBM 3회, 중단거리 미사일 44회) 이어졌다. 그의 집권 이전 시대의 미사일 발사 회수 16회를 압도했다. 김정은은 전체 미사일 개발 과정을 진두지휘했고 시험 발사가 실패하면 담당 기술팀을 독려하며 개발 속도를 가속했다.

북한은 2012년 4월 사회주의 헌법과 2016년 5월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핵 보유국임을 명시하고 경제와 핵 병진노선을 추구할 것임을 선언했다. 북한은 2014년 초에 핵무기 운용 부대인 전략군사령부를 창설하고 전략군을 육·해·공군과 대등한 지위로 편제하여 핵무기의 실제 투발절차를 숙달하는 실전적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전략적 도발 행동 시 한미 감시·정찰 자산 운용의 취약시간대인 새벽과 야간을 주로 이용하고, 발사지점도 수시 변경하는 기동성을 발휘하고 있다. 작년 4월부터 11월까지 단거리미사일 발사 도발은 전략군의 핵 운용 교리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 및 보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전에 운용할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며 미국과 협상에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유지한 상태에서 제재를 해제”하는데 주력하면서, 핵과 미사일을 추가 생산하고 관련 능력의 질적 향상을 진행 중이다. 예컨대 북한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사이 8개월 동안에만 핵탄두 6개, 핵물질 6개 제조 분량을 추가 생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의 ‘전략적 게임 플랜’에 내재한 위험과 함정에 유의해야

우리는 북한의 ‘전략적 게임 플랜’에 내재한 위험과 함정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 할 듯 환상을 심어주면서 수명을 다한 영변의 ‘미래 핵’능력을 쪼개기 식으로 폐기하는 대가로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북한 내 다른 지역의 ‘미래 핵’과 ‘과거 핵’ 폐기에 관한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 수용할 수 없는 상응조치들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시간을 끌다가, 결국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속셈이다.

이러한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 환경과 북한의 전략적 게임 플랜 속에서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국익을 보호하고 증진해 나갈 것인가? 이 근본 물음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살펴보는데 기본 관점을 제공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최적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핵을 손에 쥔 김정은 위원장의 무모한 셈법과 전횡적 태도를 두고만 볼 것인가? 한미 동맹의 갈등이 심화되고 체질이 약화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회복은 가능한가? 한미 대통령의 가치관과 양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정책 노선의 차이는 좁힐 수 있는가? 한미가 직면한 주요 의제 협의에서 나타나는 이견과 대립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이처럼 전환기적 상황을 맞이한 한미 동맹은 미래 진로를 어떻게 열어가야 하는가?”



▶연재 순서◀

① 전환기적 한반도 전략 환경과 김정은의 게임 플랜
② 문재인과 트럼프의 가치 지향과 정책노선 비교
③ 한미 양국 정부의 안보정책 비교
④ 한미 동맹의 미래 진로 설계와 비(非)군사적 과제
⑤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핵 동맹으로 진화돼야
⑥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현안 안정적 관리해야
⑦ 한미 동맹과 남북 관계의 조화로운 미래

※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현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이다. 육군교육사령관, 제8군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제11기계화보병사단장, 연합사 기획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차장, 합참 군사전략과장 등을 역임했다. 독일 루르(보쿰) 대학교 역사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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