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따라잡기](9) 피해자 속출하는 ‘불완전판매’, 적당히 잘 해주는 설계사는 없다

이영민 기자 입력 : 2020.01.30 15:51 ㅣ 수정 : 2020.01.30 15:51

[보험 따라잡기] ‘불완전판매’ 예방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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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계약 중 "알아서 잘 해주세요"라는 말은 계약자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파생상품 금융투자만큼 '지식'이 필요한 금융 분야가 보험 가입이다. 복잡한 약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도 언제나 배울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보험상품들의 매력과 허점을 분석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작년 상반기 금융 민원 4만여 건 중 보험 민원 62%

“적당히 잘 해주세요”는 소비자 권리 포기하는 것과 같아


[뉴스투데이=이영민 기자] 금융감독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금융 민원 4만여 건 중 불완전보험 민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62%로 가장 높았다.

보험상품은 복잡한 상품구조와 약관 그리고 어려운 보험용어들로 인해 소비자가 상품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의 완전한 정보공유가 어려워 다른 금융상품보다 불완전판매가 많이 발생한다.

물론 판매자가 충분한 설명을 했지만, 구매자가 “적당히 잘 해주세요”라는 태도로 내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발생하는 불완전판매는 소비자 책임을 배제할 수 없지만, 설계사가 고의로 보험계약 내용에 대해 충분한 고지없이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문제다.

실제로 서울의 한 직장인 A씨는 “작년 6월에 보험가입 권유 전화가 와서 설계사와 긴 시간 통화 끝에 종신 보장과 저축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보험에 가입했지만, 가입 후 보험증권을 받아 보니 유선상 설명을 들었던 것과 너무 달라 보험 민원을 신청했다”고 토로했다.

A씨의 경우는 유선상으로 보험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에 대한 증거확보가 쉬워 보험 민원절차가 간편했고 약 2주 만에 그동안 납부했던 보험료를 보험 민원절차를 통해 환불받을 수 있었다.

보험 가입 권유 전화로 보험상품에 가입했을 때 불완전판매가 발생한다면 보험업법 제96조에 의거 유선상 대화 녹취본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유선 상이 아닌 설계사와 만나 대면채널로 상품에 가입했을 때는 증거확보가 쉽지 않다. 정확한 증거 없이 피해자의 주장만으로 보험 민원이 수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런 경우엔 보험증권과 관련 서류 이외에 설계사가 제공한 설명자료, 메모 등 가진 모든 불완전판매 관련 증거들을 보관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멀쩡한 보험 해지시키는 승환계약

보험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상품의 강점을 내세우고 약점은 숨겨가며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의 불완전판매도 있지만 멀쩡한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시키는 승환계약 형태의 불완전판매도 존재한다.

주변에서 이미 가입한 상품보다 더 좋은 상품이 출시돼 보장을 업그레이드해주겠다며 전환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가 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상품을 유지하며 보장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지를 반복하게 되면 손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설계사는 새로운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보험업법 97조에 “성립된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면서 새로운 보험계약 청약 권유를 금지한다”라고 명시되어있는 만큼 승환계약은 명백히 금지된 행위다.

만약 설계사의 권유로 보험상품을 바꾼 경험이 있다면 새로 받은 보험증권의 보장내용과 세부사항을 확인하고 기존에 가입했던 보험과 무엇이 다른지 차이점을 비교해 보고 보장내용이 바뀌거나 불리한 점이 발견된다면 보험 민원절차를 거쳐 환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알아서 적당히 잘 해주는 보험설계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랑 친한데, 설마 안 좋게 하겠어? 알아서 잘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설계사에게 내 보험계약을 맡기는 건 자신의 소비자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계약 전후 관련 서류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