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기업활력 코리아]⑤ LG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에 거는 기대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20-01-15 07:02   (기사수정: 2020-01-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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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장기적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 위주로 경제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상사이클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세수(稅收)로 경기를 부양하고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대증(對症)요법, 땜질 처방일 뿐이다. 뉴스투데이는 2020년 신년기획으로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기업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정책 대전환 과제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 오세은 기자] 지난 2일, LG그룹의 전 세계 임직원 25만명은 특별한 신년식을 치렀다. 구광모 회장은 임직원에게 신년사 영상을 담은 이메일을 전송했고,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영상을 시청했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 후 보여주고 있는 변화의 혁신, 선택과 집중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구 회장과 LG는 MZ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를 중심으로 한 미래 주축세대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한편,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이같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 구광모 회장이 지난 2일 있었던 LG그룹 디지털 신녁식에서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LG의 간절함, 변화와 혁신 의지 보여준 구광모 회장의 ‘디지털 신년식’


구광모 회장은 신년사에서 LG가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고객중심 경영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평)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불평은 고객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앉아서 검토만 하기보다 방향이 보이면 일단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라며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찾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해야 하는 이유 한 가지를 위해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LG그룹이 처한 상황, 간절함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LG그룹은 한국 재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1세대 기업으로서 기업문화와 이미지, 국민들의 평판이 가장 좋은 기업으로 꼽힌다. 1947년 부산에서 LG그룹의 직접적인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로 시작한 LG그룹은 70여년간 재계의 선두주자로 한국경제를 이끌어 왔다.

곧 42세 생일을 맞는(1978년 1월23일생) 구광모 회장은 재계에서 가장 어린 총수다. 2018년 5월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갑자기 별세함에 따라 그룹을 승계한지 3년째. 구 회장은 창업 3, 4세 재계 뉴리더 중 가장 확고한 지배구조와 안정적 지분 등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LG그룹의 재도약을 위해 뛰고 있다. 구 회장의 과제는 LG그룹의 옛 영광, ‘LG 황금시대’의 재현이다.

▶재계 최연소 총수에게 맡겨진 ‘LG 황금시대 재현’

LG그룹은 전자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선구자였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설립된 것은 1958년으로, 1965년에 창립된 삼성전자보다 7년이나 빨랐다.

금성사는 대한민국 최초로 선풍기와 냉장고, 텔레비전, 에어컨을 생산했고, 1979년 11월에는 국내 최초의 반도체 생산 회사인 금성반도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유명한 ‘동경선언’. “삼성이 반도체, DRAM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것이 4년 뒤인 1983년 2월의 일이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재계 순위는 삼성과 현대, LG가 큰 차이 없이 1~3위를 다투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현재 LG그룹의 자산기준 재계 순위는 삼성과 현대차, SK에 이어 4위다. 3위 SK와는 약 90조 원 차이로 상당한 간격이 벌어져 있다. LG그룹이 SK에 3위 자리를 내 준 것은 재계 순위 8위인 GS그룹(자산규모 63조)의 분리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뼈아픈 사연이 있다.

자산규모가 63조 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의 원 소유주는 LG그룹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은 대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사업교환, ‘빅딜’을 압박했고 그 결과,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했다. 하지만 고(故) 정몽헌 회장이 이끌던 현대그룹이 경영난에 봉착하자 2001년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했고, 2011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시장 넘어설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시장점유율 3위 ‘도약’

그룹의 거의 절반인 GS가 분리됐지만, LG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가전과 디스플레이, 화학에서부터 바이오 등 생활건강, 통신에 이르기 까지 여전히 다양한 편이다. 이중 구광모 회장이 추구하는 선택과 집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LG화학의 자동차배터리와 O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가전이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KABC(Korea Advanced Battery Conference) 2019’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200조 원대 선에 정체하고 있으나, 전기차 배터리는 현 성장세를 이어가면 2025년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인데,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의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동차(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판매량은 지난해 보다 29.3% 증가한 555만대로 예상된다.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이 수혜를 입고 있는데, 전기차 배터리 부문 강자인 LG화학에게 큰 기회가 되고 있다. 현재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은 약 70GWh수준이다. LG화학은 올해 연말까지 약 100GWh로 생산 능력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64조 원으로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3분의 1 까지 증가했는데, 2018년과 2019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LG화학은 8.3%에서 14.2%로 점유율을 높이면서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자동차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0월에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은 같은해 8,9월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중국과 미국 시장 침체로 CATL과 BYD 등 다수의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파나소닉이 타격을 받았지만 LG화학은 3위로 올라서는 호조세를 보였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는 현대기아차(한국 공장)를 비롯해 지리차(중국 공장) GM, 포드, 크라이슬러(미국 공장) 폭스바겐, 아우디, 메레세데스벤츠, 르노, 볼보, 재규어(폴란드 공장) 등, 글로벌 상위 20개 자동차 회사 중 13개 회사에 탑재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양극제, 음극제, 분리막, 전해질이 핵심 부품으로 LG화학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배터리 연구개발에 2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LG화학은 특히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금속산화물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데, 2004년 분리막의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Safety Reinforced Separator)’ 특허를 취득했다.

LG화학의 분리막(SRS) 기술은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과 성능을 높였다.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에 있는 물질이 서로 닿으면 폭발할 수 있는데, 이때 분리막이 직접 접촉을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한다.

내부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제조기술, 고유의 파우치 타입 디자인도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배터리 내부 공간 활용 극대화는 전극을 셀(Cell)단위로 잘라 쌓고, 접음으로 부피가 작아도 에너지 밀도는 높이는 고용량, 초슬림 배터리를 구현, 경쟁력을 높였다.


▶“가전시장은 살아 있다”... 최고의 화질 구현한 LG전자 올레드TV

LG 올레드TV는 지난해 세계 최고 화질의 TV로 치열한 프리미엄TV 시장인 미국에서 언론, 소비자매거진등의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3월 7일 미국 IT 전문 매체 ‘씨넷’은 “세계 1, 2위TV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표 프리미엄TV를 비교 분석한 결과 최고화질 TV는 LG 올레드TV”라며 “그동안 테스트 한 모든 올레드TV에 만점인 10점을 부여했다”고 극찬했다.

씨넷은 LG 올레드TV 중보급형모델(B8 시리즈)과 삼성QLED 최고가 모델(Q9)을 각각 테스트 한 결과, 가격은 올레드TV 가격이 더 낮지만 화질은 올레드TV가 더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화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블랙 표현인데 올레드TV는 픽셀을 완전히 끄기 때문에 말그대로 무한한 명암을 구현한다”고 강조했다.

LG 올레드TV는 지난해 미국 최고권위 소비자 전문매거진 ‘컨슈머리포트’ 성능평가에서도 1위를 비롯한 상위권을 휩쓸었다. 1위부터 10위까지 제품 중 LG 올레드TV는 8개에 달했다.

또 호주의 대표적인 소비자 매거진에 의해 최고 TV 브랜드로 선정됐다. 호주 대표적인 소비자 매거진 ‘초이스(CHOICE)’는 TV 브랜드 평가에서 2019년 최고 TV브랜드로 LG 올레드TV를 뽑았는데, 삼성, 소니, 파나소닉 등을 포함한 TV 100여 개 제품 중 테스트 평균 점수, 추천 비율, 고객 만족도에서 1위 차지했다.

현재 LG 올레드TV의 기술력은 타의 추격을 불허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LG 올레드TV는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이 때문에 최소 3.85mm 두께의 매우 얇은 디스플레이는 물론, 플라스틱 필름 형태로 유연해 롤러블과 벽걸이 디자인의 구현도 가능해졌다.

LG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대형 올레드TV 양산에 성공,55인치 올레드TV를 출시한 이래 OLED TV 시장에서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당시 미국 포브스는 LG전자 울트라 올레드TV(모델명 55B6)의 HDR 화질에 대해 “현 LCD(액정표시장치) 기술이 따라갈 수 없다”고 극찬했고, 화질에 대해 “올레드 기술에 비견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 올레드TV 시장에서 LG전자 점유율은 55.9%로 압도적 1위였다. 소니 21.7%, 파나소닉 9.9%, AOC/TP비전 5.7%, 스카이워스 2.7% 등이 뒤를 이었다.

IHS마킷의 ‘글로벌 TV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세계 TV 판매 금액은 연간 1032억달러(120조 7956억원)에 이르고 판매대수는 2022년 935만대 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에셋대우 보고서는 올해 대형 올레드 시장이 2019년보다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혁신 리더십과 안정적 지배구조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올레드’ 쌍끌이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든 LG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은 안정적인 지분 및 지배구조를 통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그룹은 2003년 국내 대기업집단 중 최초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안착시킨 이래 국내 대기업 그룹 중 가장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지분율은 구광모 회장 15%를 비롯 가족 지분 23.1%, 친척까지 합치면 46.5%로 매우 안정적이다. 1조 원에 가까운 구 회장의 상속세 납부 문제도 매끄럽게 해결됐다.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LG그룹 오너 일가는 지난해 말 그룹 물류 계열사 판토스 지분 19.9%를 전량 매각했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은 아니지만, 오너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의무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매각을 결단했다.

매각대금은 구 회장이 고(故)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LG 주식(8.8%)에 대한 상속세금(7200억원)을 내는 데 쓰였다. 역대 최고액이다. 일부 지분의 공익재단 출연 등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거론됐지만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취임 이후 구광모 회장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LG의 변신을 주도해왔다. 지난날 LG그룹은 ‘인화경영’라는 구호 아래 보수적이고 느린 경영행태와 기업문화를 보여왔다. 도전과 변화를 강조하고 경쟁기업에 법적대응도 불사하는 구광모 회장의 행보는 선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 지금까지 만든 TV중 가장 선명한 화질로 평가되는 LG 올레드TV [사진=LG전자]

구광모 회장의 LG그룹 재편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전기차 배터리와 올레드 TV 중심, ‘쌍끌이 전략’으로 표현된다. 2016년 3조5617억원이었던 전기차배터리 매출은 2018년 6조52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고,2019년 실적은 8조원을 돌파, 9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지사업본부 분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사업이 LG화학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1.2%에서 지난해 27.7%로 높아졌다. LG는 이 비중을 2024년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한동안 우리나라 제조업은 반도체 등 일부 ICT 분야 외에는 뚜렷한 미래 먹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정체를 거듭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자동차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한 LG의 선택과 집중, 변화와 혁신이 갖는 의미와 재계 안팎의 기대는 지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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