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현장에선] 5차례의 사법파동, 왜 검사들은 집단행동을 않을까?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1.14 10:13 |   수정 : 2020.01.14 10:38

사법파동, 왜 검사들은 집단행동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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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지금까지 우리나라 판사들은 행동으로 사법부 독립을 지켜왔다. 사법역사상 무려 5차례의 사법파동이 있었다. 판사들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때 마다 집단사표를 내는 등 단체행동을 해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 핵심 간부들을 지방의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등 파행인사를 두고 ‘검란(檢亂)’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장이 크다. 하지만 검사들의 집단사표와 같은 단체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무하다. 왜 그럴까?

판사들이 처음 들고 일어난 1차 사법파동은 1971년 반공법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등 검찰에 비협조적인 서울지방법원 이범렬 판사에 대해 사소한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발발했다.

삼권분립은 1,2공화국 때 까지만 해도 잘 지켜졌지만 박정희 5·16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정치,시국사건에 대한 외압이 극심해졌다. 이에 판사들은 1차 사법파동 이후 2009년 5차파동에 이르기까지 사법부 독립, 대법원장 임명, 재판제도 운영 등의 문제를 제기해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사법부의 독립과 선진적인 운영체제를 성취했다.

▶“검찰청은 행정부 조직, 검사는 상관과 대통령에게 복종해야 ”

검찰은 준(準)사법부로 불릴 뿐 행정부 수반, 대통령의 산하에 있는 조직이기에 ‘특별권력관계’에 따라 대통령에게 충성해야 한다. 그래서 검사에 대한 인사권도 대통령이 갖고 있다. 또한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검사를 지휘하기 때문에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재판하는” 판사와는 신분 자체가 다른 것이다.

과거,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년의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판사가 아닌 검사가 된 사람들은 검사의 이런 지위와 특성을 수용한 것이다. 아무래도 양명(揚名), 출세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검사를 택했다. 전통적으로 상당수 초임검사의 꿈이 검찰총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검찰조직에서는 뒷 기수가 앞 기수를 극단적으로 밀어내는 전통이 있다. 조직이 망가져도 나의 승진과 보직이 최우선인 것이다. 그 줄의 맨 앞이 낭떠러지고, 자신도 언젠가는 맨 앞에 서겠지만 계속해서 선배들을 밀어내는 것이다.

더불어 수사지휘, 결재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외압을 외압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검찰조직의 저변을 지배하고 있다. 상관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고 특히 검사장이나 차장이 관심을 갖는 사건에 고집만 부릴 경우 추후 승진이나 보직 등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양명(揚名),출세의식 있는 사람이 검사선택, 복종에 익숙한 조직문화

검사들의 항명이나 집단행동을 막는 큰 족쇄 중 하나는 ‘검찰원죄론’이다. 최근 검찰파동 와중에서 사표를 던지고 떠나는 검찰 간부들이 아쉬움과 불만 가득한 소회를 밝히면서 빼놓지 않는 것이 바로 검찰원죄론이다.

지금 검찰이 겪는 시련은 과거 검찰이 올바로 처신하지 못한 원죄 때문에 생긴 뿌리 깊은 국민적 불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대 정권은 코드에 맞는 검찰총장 임명과 인사권을 통해 검찰조직을 철저히 장악, 이용했다. 그 결과 ‘권력의 개’라는 치욕스러운 별명까지 붙었다.

검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적개심’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등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수사, ‘논두렁시계’를 둘러싼 검찰의 여론공작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처럼, 검사들이 조직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닥뜨리지 않는 이유는 변호사라는 훨씬 나은 장래도 작용한다. 대부분의 현직 검사들은 자신의 승진이 완전히 끝났다고 판단되는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변호사가 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호사 개업을 한 뒤, 후회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검사출신 전관 변호사의 수입은 현직 검사 월급의 수십배나 되기 때문이다. 검사로서 꿈을 접고, 검찰을 떠난 아쉬움을 가족들의 풍족한 생활로 달랠 수 있다.

검찰 간부가 최근 벌어지는 상황 같은 경우로 아쉽게 검찰을 떠나는 경우에도 저주나 악담을 퍼붓는 일은 거의 없다. 근본적으로 조직과 후배들을 위한 ‘예의’라는 측면과 더불어 향후 변호사로서 현직에 남아있는 후배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검사가 주축이 된 엘리트 조직이다. 하지만 모든 조직이 그렇듯이 검찰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조직을 이끈다. 검찰은 우리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한다. 최근 벌어지는 검찰 인사파동의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을 이끄는 엘리트 검사들이 조직을 떠나게 만들어 소금의 짠 맛을 없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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