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기업활력 코리아]② 삼성의 ‘사법리스크’ 정부가 적극 나서야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1.08 07:02 |   수정 : 2020.01.08 07:02

2020 기업활력② 삼성의 ‘사법리스크’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한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장기적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 위주로 경제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상사이클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세수(稅收)로 경기를 부양하고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대증(對症)요법, 땜질 처방일 뿐이다. 뉴스투데이는 2020년 신년기획으로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기업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정책 대전환 과제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 이원갑 기자] 삼성그룹이 매년 연말에 해오던 부회장급 등 고위임원 인사를 지난해에는 건너 뛰었다.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햇수로 7년째 병석에 있고, 이재용 부회장은 다시 구속될지도 모르는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국가대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의 포브스 선정 세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이다. 국내 수출의 20% 가량을 책임지고 매출의 90% 가까이를 해외에서 올린다.

삼성은 2003년 애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 고위급 임원들이 기소된 이후 2007년 삼성특검, 최순실 게이트, 아직도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 이르기까지 18년 째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17일 파기환송심 4차공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8월 29일 대법원에서 끝났어야 할 재판이 5개월을 더 끌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로 검찰에 출두한 뒤 1년여 동안의 구속과 재판 등 4년째 검찰과 구치소, 법원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 이건희 회장의 장기 와병에 이재용 부회장은 4년에 걸친 수사와 재판으로 삼성그룹이 시련을 겪고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건희 회장 ‘7년 와병’, 이재용 부회장 4년 째 수사·재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여러차례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정부가 최우선 목표로 삼고있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창출 때문이었다.

신년 간담회부터 시작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 간담회, 10월 문 대통령의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 방문,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인도공장 만남과 평양 동행, 청와대 회동 까지 포함하면 10차례에 달한다.

한국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이낙연 국무총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 부총리 등 정·관계 인사들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삼성전자 및 관련 계열사에 대해 총 20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문제가 된 것은 너무 많은 횟수, 잦은 빈도 뿐 아니라 한번 압수수색을 나오면 모든 자료를 ‘무차별, 싹쓸이’를 하고 피의사실 공표를 통해 여론재판을 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여당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단 한번도 없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과 여당 의원들이 나서서 일일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검찰의 행태를 실랄하게 비판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 인사들이 ‘이중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조국 수사에 대통령, 여당까지 검찰에 ‘총공세’, 삼성수사에는 ‘침묵’


현재 우리나라 대법관 14명 중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 과반수 이상이 문재인 정부 들어와 임명된 상대적으로 진보적 입장을 가진 법관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임명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입시비리 등 의혹사건에서 검찰 수사와 법원재판에 대해서도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해왔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나 법원재판에 대해서는 준(準)사법부(검찰) 및 사법부 독립차원에서 일체의 언급을 자제하던 과거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해를 넘기게 만든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이 거셌다. 당시 대법원이 법과 원칙, 증거에 입각한 ‘법리적 판결’, 증거가 부족하면 피고인의 이익이 되도록 하는 원칙이 아니라, 여론재판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됐다가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말 세 마리의 소유권 문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이 제3자 뇌물과 관련한 부정청탁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법리적 검토없이 논리적 비약에 따른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민주’ 소속 서정욱 변호사는 “특히 최고 법원인 대법원은 하급심보다 더욱 엄격하게 무죄추정의 원칙, 증거재판주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재벌총수라고 해서 부당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반 재벌정서에 편승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재계에서는 대통령과 여당이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수사와 재판에도 목소리를 내놓고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고소 고발공세, 검찰의 끊이지 않는 수사와 재판에는 나서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수시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투자를 독려했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 [사진=연합]

▶국내 주요기업 대부분 승계이슈 ‘진행 중’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지만 자신의 죽음과 더불어 없어질 회사를 키울 기업인은 없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기업보국(企業報國)이라는 경영철학을 만들었고,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방북하는 통일행보를 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기업은 범죄집단,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오너경영과 가업승계 또한 죄악시 된다.

현재 대한민국 재계가 공통적으로 안고있는 최대 현안은 “지키느냐, 뺏기느냐”는 가업지키기 전쟁, 즉 승계문제다. 공시 등 각종 기업자료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기업집단 상위 20위내 기업 중 포스코(6위), 농협(9위), KT(12위), S-Oil(20위) 등 법인이 동일인인 기업 3곳을 제외한 17곳 중 13개 기업에서 지분상속, 지배구조 변동 등 승계작업이 진행 중이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킨데 이어 삼성생명의 그룹 지주사 전환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안정화시키고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을 매듭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 최근 정몽구 회장이 경영일선에 거의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기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등 승계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의 승계작업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한화시스템을 코스피에 상장했는데 이 회사는 김동관 부사장 등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이 주요 주주로 있어 실탄확보 등 승계작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허태수 회장체제를 출범시킨 GS그룹도 물밑에서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등 창업주 4세로의 가업승계가 잔행 중이고, 현대중공업도 정몽준 최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확보, 3대 주주에 올랐다.

신세계는 정용진, 정유경 남매로의 분할승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 중이고 두산과 대림은 각각 박정원 회장 및 이해욱 회장으로의 승계가 마무리된 상태다.

▲ [그래픽=뉴스투데이]

▶지분확보, 증여·상속세, 엄청난 돈에 규제 강화...한진가(家) 내분도


하지만 상속·증여세법을 제대로 지키면서 승계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등 가족들 간에 벌어진 갈등도 3000억원에 가까운 상속세 부담이 주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가진 삼성그룹 관련사의 지분가치는 17조원 이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 받는데는 8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5%까지 늘어나 프랑스(45%), 미국·영국(40%), 독일(30%) 등 주요 선진국 보다 높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변경에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을 위한 배당증액, 오너 관련회사 키우기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탈법이나 불법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기업승계에 대한 직접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및 기업집단 현황공시 개정안은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공동 손자회사’ 설립이 금지되며,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은 부동산 임대·컨설팅료 내역을 공시하도록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해 달라는 의견을 최근 정부에 제출했는데, 현행법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반면, 시행령 개정안은 공적 연기금의 경영참여를 완화하고 있다.

이밖에 법률을 위반한 기업인을 전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같은 경우도 기업승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로 꼽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의원실(자유한국당)에 따르면 공정위의 지난 6년 간 하위법령 개정 가운데 규제강화가 81건, 규제완화는 32건으로 과도한 규제로 기업경영에 간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권마다 오락가락 상속세 논란, 뚜렷한 기조 정해야


현재 상속세를 둘러싸고 감세론과 증세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지세력의 입맛에 맞게끔 관련 제도가 오락가락하면서 혼란이 계속돼 왔다.

지난 1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상속세 인하를 요구했다. 손 회장은 “그간 산업화를 이끌어 온 기업인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상속세 부담 문제로 인하여 기업을 매각하거나 가업을 정리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는 대폭 인하되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히 “가업 상속을 부의 상속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업경영과 기술발전의 연속성 차원에서 검토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과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기업승계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현행 상속·증여세 체제하에서는 경영승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막대한 상속·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일부에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있지만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이 동원하고 있는 기업합병이나 오너관련 회사 키우기, 배당증액 등의 방법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처럼 탈·불법 시비를 부르고 있다.

일부 국가처럼 가업승계를 도와주는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캐나다·스웨덴·싱가포르 등의 국가는 상속세를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 세금을 줄여주고 있는데, 아버지가 10억원을 주고 산 빌딩이 20억원이 됐을 때 자식에게 물려주는 경우 매입액을 뺀 1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있는 ‘가업상속세제’를 대기업으로 늘리자는 의견도 있다. 연간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세금공제 한도도 최대 500억 원(20년 이상 계속기업)까지의 제한을 없애는 대신 고용유지 등 사후관리 요건을 강화하면 기업과 사회가 윈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과 현대차 등 글로벌 한국기업의 성공은 오너경영에 따른 리더십, 추진력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지금같은 상속·증여세법 이 지속되면 결국 모든 대기업이 공유화, 국가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2020 기업활력 코리아]② 삼성의 ‘사법리스크’ 정부가 적극 나서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