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이재용, 정의선 등 4대그룹 총수의 서로 다른 소통방식...4인4색

김태진 입력 : 2020.01.04 07:31 |   수정 : 2020.01.04 12:02

4대그룹 총수의 서로 다른 소통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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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해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4대 그룹 총수들 한 테이블에 앉았지만, ‘내면 세계’ 달라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51)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49) 수석부회장, SK그룹 최태원(59) 회장, LG그룹 구광모(41)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지난 2일 청와대 주최로 열린 신년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 날 신년회는 경자년 새해를 맞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계와 정부 주요인사 등 250여 명을 초청해 진행됐다.

4대 그룹 총수들은 한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눠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새해초에 임직원과 ‘소통하는 법’은 상당히 다르다. 이는 개인적 스타일뿐만 아니라 각각이 처한 정치사회적 상황 및 사업적 과제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재용 부회장 ▶

거창한 공식행사보다 소탈한 ‘현장소통’ 선택

강력한 성장동력 추진 중이지만 ‘몸 낮추기’ 해석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공식 행사’를 통한 메시지 전달보다는 격의없는 ‘현장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임직원을 직접 만나 의중을 표현하는 것이다. 신년에도 이 부회장은 시무식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시무식 신년사는 반도체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김기남 부회장 대표이사가 발표했다.

대신에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연구소를 찾아가 메시지를 날렸다. ‘소탈함’을 추구하는 스타일도 작용했지만, 자신과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를 둘러싼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상황을 감안한 처신이라는 해석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회복, 비메모리 반도체의 약진, 5G시장의 확대 등과 같은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강력한 성장동력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로우 키’라는 평가다.

메시지 내용을 봐도 그렇다. 이 부회장은 화성 반도체 연구소에서 임직원들에게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말하며 문 대통령이 신년회에서 강조한 '상생 도약'에 대해 화답했다.

화성 반도체 연구소는 차세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제품에 적용할 선행 공정을 개발하고 신소재·신설비 연구를 진행하는 곳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두뇌’로 불린다. 그렇기에 이 부회장의 새해 첫 행보가 현장 방문인 것은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 달성 목표를 확실히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연구소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반도체 공정기술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작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 1위인 대만 TSMC와 시장점유율 분야에서 격차가 다소 벌어진 만큼 올해는 기술력을 앞세워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또한 이 부회장은 반도체 개발 현장에서 "잘못된 관행과 사고를 과감히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이 부회장 뇌물 등 혐의 파기환송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판, 노조 와해 재판 등을 한꺼번에 받는 상황 속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 구광모 회장 ▶

LG그룹 형편은 어렵지만 자유로운 ‘온라인 소통’ 선보여

이 부회장보다 10살, 최 회장보다 17살 적은 ‘젊은 총수’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다. 이재용 부회장보다 10살, 최태원 회장보다 17살이 어리다. 그만큼 젊은 소통방식을 택했다. 올해부터 시무식을 폐지하고 신년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LG그룹의 여건은 삼성그룹에 비해 어려운 편이지만 소통방식은 훨씬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2일 오전 구 회장의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 'LG 2020 새해 편지'가 전 세계 25만 명의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전달됐다.

구 회장은 영상에서 "올해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그럴 때일 수록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한 LG만의 생각과 행동을 다듬고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질문인 가장 강조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도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한다는 것을 반드시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며 끝까지 고객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청와대 시무식에서 핵심 경영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 구 회장이 "고객 감동"이라고 답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신년사에서 알 수 있듯이 구 회장의 경영 방침은 '고객 가치'다. 구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30차례, 올해 24차례에 걸쳐 '고객 가치'를 언급했다. 고객 가치 실현 방안에 대해서는 "모든 것은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페인 포인트는 고객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며,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고객 가치 실현 몰입을 위해서는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곧 우리 LG 구성원의 즐거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고객을 잘 아는 사람의 의견이 존중받고, 성과를 평가할 때도 고객의 행복과 감동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고객을 이해하는 인재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1978년생인 구 회장은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예고하는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LG그룹은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미래 먹거리 창출 등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60대 최고경영자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50대인 LG전자 권봉석 사장과 함께 30~40대 젊은 임원진들을 동시에 선임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경영방침이 시무식 변화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 대표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제공=SK]



◀ 최태원 회장 ▶

신년사 없이 ‘대담 형식’ 시무식 가져

사회적 이슈에 초연한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 평가도


'행복 전도사' SK 최태원 회장은 신년회에서 신년사 없이 시민,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신년사 없이 대담 형식의 시무식에 대해 SK 측은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도입한 이유는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를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초연한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SK그룹 신년회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SK 최재원 수석부회장, SK디스커버리 최창원 부회장, SUPEX추구협의회 조대식 의장을 비롯해 7개 위원회 위원장 및 주요 관계사 CEO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바람이 담긴 영상 시청, 인터뷰, SK 구성들 간의 대담 등으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행복토크’ 등을 통해 강조한 행복경영에 대해 구성원들이 느낀 감정과 고민을 공유하고 실행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고 의의를 전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행복토크' 100회를 진행하며 구성원의 행복 실현은 톱다운(Top Down·하향식)방식의 의사결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소신을 피력해 왔다. 이날도 최 회장은 신년회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 없이도 구성원들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며 기존의 행복 경영 방침을 고수했다.

SK는 작년 한해 무탈하게 보냈지만 최 회장의 이혼소송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최 회장의 아내인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이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고 그에 따른 이혼소송 결과가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 지배구조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사회적으로 불편한 이슈가 주목되는 상황도 최 회장의 소통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 ▶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신년회’서 직접 신년사 발표

현대차그룹 ‘대혁신’ 드라이브 걸기 위해 ‘강력한 소통’ 선호


현대차그룹은 기존의 명칭이었던 시무식을 신년회로 바꾸고 복장도 자율로 했다. 자율 복장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한 조직 문화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직원들이 캐주얼 복장으로 일 하고 있다. 신년회 진행 전 상영한 영상물에서는 자율복장과 함께 현대차가 시행하고 있는 유연 근무제·점심시간 자율화 등에 만족하는 직원들의 인터뷰가 소개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추구하는 자율성 경영방침이 신년회 곳곳에서 확인됐다. 첫 인사로 '떡국' 얘기를 꺼내며 아이스 브레이크(어색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말)를 했고 연설이 아닌 발표 형식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또한 모바일 실시간 생중계를 도입해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까지 옆 사람과 악수를 제시하는 등 기존의 현대차 시무식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율성과 기회의 확대를 통한 일 중심의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한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무식에 해당되는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직접 발표한 4대그룹 총수로는 정 부회장이 유일하다. 메시지도 도전적이다. 임직원들에게 ‘스타트업 창업가’가 될 것을 주문했다. ‘강력한 소통’을 선택한 셈이다.

정 부회장은 신년회에서 "전기 동력 차량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분야에서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매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5년간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주행 분야는 앱티브사와 공동으로 설립한 미국 합작법인을 통하여,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혁신적인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2023년에는 상용화 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명확한 사업 계획을 제시했다.

급변하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인 만큼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방향성을 토대로 발전하고자 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제휴 협력으로 미래 산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정 부회장이 올해에는 미래시장 리더십 확보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구체적인 중장기 목표를 가지고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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