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군 이야기](14) 중등비행훈련의 '뼈아픈' 기억과 개인적 미숙함
최환종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20-01-08 16:52   (기사수정: 2020-01-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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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팔라우(Palau) 상공에서! 바다색이 환상적이다. 중등비행 훈련때 광양만 상공에서 보았던 남해 바다도 깨끗하고 환상적인, 연하고 투명한 에메랄드색이었다. [사진=최환종]

즐거웠던 초등 비행훈련과 달리 '긴박했던' 중등비행훈련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초등 비행훈련 중반 이후에는 그렇게도 자신만만하고 즐겁게 비행훈련을 즐겼는데, 중등비행훈련 입과해서는 모든 것이 엉망이 된 느낌이었다. 더위가 한창인 어느 여름날, 중등 비행훈련에 입과했다. 오전에 00 비행단으로 출발할 때는 모두들 자신감 있고 활기찬 분위기였는데, 이상하게도 비행단에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비행교관들의 우리를 맞이하는 분위기도 초등 비행훈련 대대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숙소를 배정받고 다음 일과를 준비했다.

다음날, 기본적인 행정 처리와 더불어 정밀 신체검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학술교육! 공부해야 할 양이 초등비행훈련에 비해서 두세 배 이상 많아진 것 같았다. 암기해야 할 것도 많고. 당시 중등비행훈련은 ‘T-37C’ 라는 쌍발 제트엔진 항공기를 사용했다. T-41B 와 가장 큰 차이점은 엔진이 제트 엔진이라는 것이다. 항공기 시스템도 복잡했고. 항공기 외부점검은 물론 조종석 내부점검, 시동 절차 등 이륙하기 전의 기본적인 절차도 T-41B 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복잡했고 공부할 것도 많았다.

고3때 만났던 선배 생도를 반갑게 해후, 신분은 '비행교관'

소정의 학술교육 기간이 끝나고 첫 비행하는 날이 왔다. 중등훈련에서 첫 비행할때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미 초등훈련을 거친 이후라 자신있게 첫 비행에 임했다. 한편, 첫 비행에 배정된 교관은 안면이 있는 분이다. 다름아닌 고교 3학년때 ‘주말에 사관학교를 안내해줬던 그 생도’가 비행교관(중위)으로 와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러나 고교 선배라고 마냥 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항공기 시동을 걸고, 유도로(taxi way)에 진입하는데, 교관은 필자에게 적정 속도를 맞추어 활주로까지 taxi(항공기가 이륙 직전 또는 착륙 직후에 활주로에서 천천히 달리는 것을 말함)를 해보라고 한다. 이정도쯤이야 하고 생각하며, 자신있게 대답하고 taxi way에 진입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유도로 상에서 방향유지가 잘 안되었다. 교관이 쳐다본다.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지상에서 taxi 하는 방법이 T-41B와 약간 다른데 필자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륙 후 훈련공역에 도착해서, 비행교관은 나에게 마음대로 비행기를 조종해 보라고 한다. 마음대로 조종해봤자 기본적인 상승, 강하, 선회 등등인데(실속 등등의 과목은 아직 비행기 특성을 모르니 함부로 못했다), 수평선회를 할 때 고도계가 마구 요동을 친다. 필자는 기종이 다르고 속도가 다르니 아직 익숙하지 않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잠시 후, 교관이 어떤 기동을 보여줄까 묻기에 루프(loop, 공중회전) 기동을 보여 달라고 했다. 교관은 필자를 한번 쳐다보더니 루프를 하였다. 5~6G 정도의 중력 가속도가 몸에 가해지는 것을 버티면서 말로만 듣던 루프를 체험했다. 첫 비행은 나름 뿌듯한 기분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건강에 문제 생겼지만 제대로 대처 못해 아쉬워

한편, 중등비행 훈련에 입과할 즈음해서부터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휴가 기간에 뭘 잘못 먹었는지, 아니면 훈련 비행단이 바뀌면서 마시는 물이 몸에 맞지 않았는지, 중등비행훈련 입과 이후에 계속해서 위장(胃腸)이 좋지 않았다. 식사 후에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잦았고, 의무대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고교 3학년 때도 위염 때문에 한동안 고생했었는데, 지금같이 중요한 시기에 위장(胃腸)이 좋지 않으니 답답했다.

자연스레 학술교육 집중도가 떨어졌고 체력도 떨어짐을 느꼈다. 위장은 이후에도 가끔 문제를 일으켜서 업무에 힘들 때가 있었다. 특히 지휘관 임무를 수행할 때 주로 발생했다. 신경성인가? ... 지금 같으면 비행교관에게 건강 문제를 얘기하고 비행차수를 연기해달라고 건의한다던가 집중 치료를 받는 등의 조치를 강구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비행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했을텐데, 그때는 그렇게 할 생각을 못했다. 돌이켜보면 답답한 상황이었다...

T-41B와 T-37C의 차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중등훈련 초기에 적응하기에 조금 어려웠던 것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었다. 처음 착용하면 약간의 고무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에도 적응을 해야 하고, 약간의 공중기동을 하면 호흡이 가빠질 때가 있는데, 처음에는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심호흡하기가 다소 불편했다. 물론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었다.

한편, 요즘은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훈련 상태가 교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 개인적으로 또는 단체로 물리적인 스트레스(당시 군복무를 했던 대한민국 남자들은 ‘물리적인 스트레스’가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가 많이 가해졌다. 중등훈련 당시에 ‘물리적인 스트레스’가 심할때는 며칠 동안은 조종석에 앉을 때마다 정말 조심해서 앉아야 했다. 전투조종사(또는 제트 훈련을 받는 학생 조종사)가 조종석에 앉을 때는 낙하산을 메고 앉는데, 이때 좌석에는 방석같은 사각형의 두툼한 물체를 깔고 앉는다.

조종석의 '생존키트'가 물리적 스트레스 되는 아이러니

이 두툼한 물체는 생존키트(Survival kit)로서, 그 안에는 비상탈출시 생환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무전기, 비상식량, 신호탄 등등)이 들어있고, 이 생존키트는 낙하산 하네스와 연결되어 있어서 비상탈출시에 조종사가 땅(또는 수면위)에 착지 후에 생존키트를 열어서 필요한 물품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생존키트에 들어있는 물품들 때문에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평소에 그 위에 앉을때도 엉덩이에 뭔가 뾰족하거나 둔탁한 것이 닿는 느낌이 있는데(잘못 앉으면 비행 내내 불편하다), ‘극심한 물리적인 스트레스’이후에 생존키트위에 아무 생각없이 앉게 되면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많은 통증을 느낀다.

이러한 ‘물리적인 스트레스’는 초등훈련때는 레크레이션 수준이었으나 중등훈련때는 도가 지나칠 때가 가끔 있었다...아무튼, 중등훈련 첫 비행 이후 비행시간은 늘어나는데, 필자의 비행수준은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 교관의 기대에 미칠 수 있겠는가? 아무튼 건강문제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여기서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다... 이 글(중등 비행훈련 부분)을 쓰는 며칠 동안은 그때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 만큼 중등 비행훈련은 필자에게 있어서 너무도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음에 계속)







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초빙교수(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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