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직업-TV뉴스 앵커]① 클로징멘트로 승부하는 ‘뉴스의 꽃’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12-31 07:02   (기사수정: 2020-01-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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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TV뉴스의 앵커시대를 연 월터 크롱카이트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최근 JTBC뉴스 앵커로 6년여 동안 활약해온 손석희 대표가 뉴스진행을 그만두기로 한 것과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다. 그런가하면 KBS는 9시뉴스 사상 처음으로 여성 앵커를 발탁했고, SBS 김성준 전 앵커는 몰카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TV뉴스 앵커와 관련된 소식이 유난히 많다.

‘앵커(anchor)’는 배의 닻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요충지, 정신적 지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TV뉴스 진행자를 앵커로 부르는 것은 TV뉴스의 편집 과 진행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앵커의 ‘전설’, 미국 CBS의 월트 크롱카이트

‘앵커맨’이란 용어는 1952년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의 하나인 CBS TV의 전설적인 뉴스 진행자였던 월터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1916~2009)로부터 생겨났다. 그전까지 방송은 아나운서가 기계적으로 원고를 읽는 뉴스전달 방식이었다.

크롱카이트가 마이크를 잡으면서 카리스마 있는 진행자가 기자의 리포트를 전달하고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코멘트 하는 등 뉴스에서 좀 더 강력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앵커시대를 연 것이다. 크롱카이트는 20세기 중·후반 앵커로서 수 많은 역사적인 순간들을 대중들에게 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보도로 앵커가 된 뒤 2년도 안된 1963년 11월 22일에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 주에서 암살당하자 크롱카이트가 생방송을 맡았다.

당시 크롱카이트는 미국인들이 마주친 엄청난 충격과 슬픔 속에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차분하면서도 냉철한 진행으로 대중의 신뢰를 얻게됐다. 1968년에는 직접 베트남으로 날아가 베트남전의 실상을 고발하는가 하면 전쟁이 왜 일어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심층 리포트를 보도하기도 했다. 또, 뉴스진행자는 사실(팩트) 외에는 전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논평을 했는데 오늘날 ‘클로징 멘트’의 시작인 셈이다. 크롱카이트의 월남전에 대한 일련의 보도로 미국에서 반전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밖에도 크롱카이트가 보도한 사건은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1968), 로버트 케네디 암살과 폭력으로 얼룩진 민주당 전당대회(1968), 아폴로 11호 달 착륙(1969), 워터게이트 사건(1972), 이란 미 대사관 인질사건(1979)과 더불어 한국의 5·18 민주화운동(1980) 등이 있다.

크롱카이트가 TV뉴스의 앵커진행 시대를 열자 미국의 3대 방송은 톰 브로커(NBC), 피터 제닝스(ABC), 댄 래더(CBS) 등이 2000년대 이후까지 20년 안팎으로 메인뉴스의 앵커로 활약하며 뉴스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이들은 취재기자로 잔뼈가 굵은 대기자, 우리나라의 보도본부장급으로 전권을 갖고 뉴스를 이끌었다.


▲ 한국의 첫 앵커, 봉두완

▶‘한국의 크롱카이트’, TBC 봉두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앵커 시스템을 받아들여 1970년대 TBC 방송 뉴스에 봉두완이라는 최초의 실질적 뉴스앵커가 탄생했다. 봉두완은 스스로 ‘봉카이트’로 불리기를 원했을 정도로, 철저하게 크롱카이트를 롤모델로 삼았다.

봉두완은 1980년대 들어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민정당에 입당, 정치인으로 변신했지만 언론의 자유가 없었던 1970년대 그의 ‘쓴소리’는 큰 인기를 끌었다. 1980년 신군부가 언론통폐합으로 TBC를 없애자, 봉두완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1980년대 이후 KBS와 MBC, SBS 등 우리나라 방송사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보도국장이나 본부장 등 간부급 기자가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KBS 최동호·박성범·이윤성, MBC 이득렬·강성구, SBS 맹형규 등은 현장 기자 출신으로 부장급 이상에서 이사급까지 직위에서 뉴스를 진행했다.

2000년대 들어 앵커들이 젊어지는 한편, 여성인 아나운서나 기자나 보조앵커로 진행을 돕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첫 여성 보조앵커는 1980년대 중반부터 박성범 앵커와 함께 KBS 9시 메인뉴스를 진행했던 신은경 아나운서가 그 시작이다.

▶앵커직급에 좌우되는 ‘클로징 멘트’...전문작가만 2~3명

우리나라 앵커들의 권한은 직급과 사내 위치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보도본부장이 직접 앵커를 겸할 경우 뉴스편집에 클로징멘트까지 본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평기자가 앵커일 경우 그만큼 역할이 축소되고 데스크에 의해 앵커멘트 하나하나까지 간섭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 CBS 뉴스 사장이었던 윌리엄 레오너드(William Leonard)는 훌륭한 앵커맨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덕목을 제시했다. 우선 용모, 문장력, 표현력 등에서 TV매체에 맞는 인물을 들었다. 다음으로는 기자로서 능력, 판단력, 취재팀을 이끌어 가는 지도력, 취재 감각과 사건을 파고드는 추진력을 겸비해야 한다. 셋째는 위기나 돌발 사태에 대처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 넷째는 공적, 개인적인 면에서 퍼스낼리티를 갖춘 사람을 들었다.

앵커에 대한 평가는 이 네가지 요소와 대중의 평가에 좌우되지만 결정적인 것은 각각의 뉴스 전후에 덧붙이는 멘트, 특히 클로징 멘트다. 해당 뉴스와 시국에 대한 정확하고 통찰력있는 시각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여론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 손석희 JTBC 앵커의 클로징멘트, '앵커브리핑'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TV뉴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손석희 JTBC 앵커였다. 현재 JTBC 사장인 손석희 앵커는 뉴스와 논평으로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정국을 주도, JTBC 메인뉴스를 시청률 1위의 자리에 올려 놓기도 했다.

손석희 앵커 또한 자신의 클로징멘트인 ‘앵커브리핑’에 많은 신경을 썼는데, MBC 시절부터 그와 함께한 전문작가 2~3명이 그날 그날 멘트를 만들고 음악을 고르는 일을 보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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