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탁업 욕심보단 신뢰 되찾기부터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9-12-27 07:00   (기사수정: 2019-12-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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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DLF로 신뢰 추락한 은행

사과 뒤엔 사업 다각화 위해 신탁업법 제정 목소리

이익 욕심보단, 고객 신뢰 회복이 먼저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2019년 은행권은 고객들의 신뢰를 잃은 한해였다. 은행을 믿고 찾은 평범한 주부, 난청인 고령자에게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는 상품을 안전자산으로 속여 팔았다. 소비자 보호보단 눈앞의 수익이 우선이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결국 금융당국이 은행에 책임을 물었고, 배상을 권고했다. 은행들도 연신 머리를 숙였다. 은행장이 직접 나서 거듭 사과했고, 피해복구를 약속했다. 성과평가체계도 고객 중심으로 바꾸는 등 DLF 사태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 고객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얼마 뒤 ‘반성’의 목소리는 ‘요구’로 바뀌었다. 은행들은 DLF 사태의 재발 방지대책으로 금융당국이 내놓은 신탁상품 판매 금지에 반발했다. 일부 은행의 문제로 모든 신탁판매 상품을 못팔게 하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사과했던 은행 맞냐”며 쓴소리를 했지만, 결국 은행의 요구를 받아줬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쉰 은행들은 이제 더 큰 것을 바라고 있다. 은행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인 은행연합회 김태영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신탁업무 확대를 위한 신탁업법 제정을 촉구했다. DLF 사태 재발방지책 최종안이 나오기 하루 전이었다.

김 회장은 “초저금리·고령화·저출산 등 뉴노멀 시대에 맞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자산관리와 재산증식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신탁업법 제정, 신탁재산에 대한 포괄주의 방식 도입 등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탁업은 금전, 주식, 예금, 부동산 등의 투자자산을 금융사가 운용·관리하는 것으로 금융투자사의 고유업무로 여겨졌다. 따라서 은행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려면 신탁업법 제정이 필요하다.

은행들은 새로운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속내는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김 회장은 “시장과 파이를 키워나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포괄주의 방식을 도입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폭을 좀 더 확대발전시키자는 의미에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바람대로 새로운 신탁업법이 만들어지면 은행은 수십~수백조원 규모의 돈을 굴리게 된다. 하지만, 신탁 중 일부는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아무리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원금 손실이 DLF보다 덜해도 문제 발생의 소지가 적지 않다.

DLF 사태 이후 고객들은 여전히 은행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은행들이 돈벌이 얘기를 꺼낸 건 그들의 반성 의지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 저금리, 저성장 등 악재에 직면한 입장도 이해되지만, 그 전에 올해 되돌아봐야 한다. 이익에 눈 먼 은행보단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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