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쇼핑시즌의 두 얼굴, 미국과 중국은 후끈 한국은 냉랭

정승원 기자 입력 : 2019.12.23 12:02 ㅣ 수정 : 2019.12.23 12:02

연말 쇼핑시즌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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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도 연말쇼핑시즌이 시작됐지만 현장의 열기는 뜨겁지 않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후끈 비해 한국은 냉랭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은 지금 연말 쇼핑이 한창이다.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은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목요일)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예년보다 늦은 11월29일 시작해 쇼핑시즌이 지난해보다 6일 더 짧은데도 주식시장 호황 등에 힘입어 소비는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다.

미국의 연말쇼핑은 기업들로서는 대목이다. 평상시보다 최대 30% 더 많은 소비가 연말 쇼핑시즌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쇼핑도 쇼핑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미국은 휴가시즌에 돌입했다. 라스베이거스 등 전통적으로 연말휴가 대상지로 꼽히는 휴양지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연말을 맞아 해외에서 들어오는 관광객들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국도 올해 광군제(11월11일) 당일 전체 온라인 매출액이 4101억위안(69조원)을 기록하며 작년보다 30.47% 늘어났다. 역사상 최대 매출이라는 신기록도 덤으로 따라왔다.

티몰이 광군제 당일 1시간만에 15조1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광군제는 중국 전역에서 5억명이 광클릭에 참가하면서 위축된 경제심리와 상관없이 쇼핑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음을 알 수 있다.

광군제 기간 한국브랜드도 선전했다. 이 기간 1억위안(166억원) 이상 판매된 제품 중 한국브랜드는 화장품 등 총 11개에 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의 후·숨, AHC, 닥터자르트, 3CE, LF의 해지스, 휠라 등이 1억위안 이상 판매된 제품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 중국의 연말쇼핑 시즌이 성공적으로 정착한데는 참여기업들의 대대적인 제품할인이다. 보통 미국에서는 연말이 되면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이는데, 의류 같은 경우 최고 정가의 80~90%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연말쇼핑에 열광하는 이유다.

▲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중국 역시 광군제 기간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연말쇼핑 시즌을 맞아 시내 곳곳에서는 50% DC 간판은 많이 눈에 띄지만 실제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소비자들은 적다. 정가를 올려놓고 할인율을 많이 해주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는 나쁜 관행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연말 쇼핑시즌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데는 오랜 경제침에서 오는 피로감도 있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장벽도 소비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9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통계상으로는 호전되는 것처럼 보인다.

통상적으로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8년)보다 낙관적임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 소비열풍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정부 탓만 하기 보다는 업계 스스로 정직한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역시 고민 끝에 대규모 할인행사를 활성화하여 국내소비를 늘리는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지정해 이 기간 소비재 품목에 대한 부가세를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나온 내용이다.

행동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스스로 지갑을 열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할인가격이다. 비싼 제품을 대규모 할인가를 통해 샀을 경우 거기서 오는 희열이 크기 때문에 연말 쇼핑시즌에 적극 참여하는데 만약 가격 자체가 정직하지 못하다고 한다면 아무리 할인율이 높아도 소비자들을 유도하기 힘들 것이다.

업계와 정부가 제대로 손을 잡고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활성화되어 내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연말 쇼핑시즌에 각종 신기록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