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직업 밖에서 직업을 성찰한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
이원갑 기자 | 기사작성 : 2019-12-09 15:21   (기사수정: 2019-12-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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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조민진 기자, '거리 두기'를 통한 반성적 사유 담아내

"뉴스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되니, 뉴스의 진가 깨달아"

"큰 그림은 멀리서, 작은 그림은 가까이서 감상해야"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뉴스를 다루고 기사를 쓰는 기자는 언제나 긴장해야 한다. 펜이 칼보다 강하기 때문에 칼을 쓰는 심정으로 긴장하고 절제해야 한다. 긴장할 때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천성을 바꾸긴 어려워 좋고 싫은 감정을 숨기는 게 여전히 어렵지만, 기자인 나는 어느새 감정은 표현하기보다 견뎌내야 하는 것이라고 학습되어 있다.”

최근 출간된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도서출판 아트북스)’에서 저자인 JTBC 조민진 기자는 기자라는 뜨거운 직업을 이렇게 냉정하게 기술했다. 한 인간이 직업에서 떠나 있을 때, 그 직업의 실체와 잘 수행하는 법을 인식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볼 때, 현명함을 얻게 되는 이치이다. 영국 런던에서의 연수 생활 동안 회화 수업을 듣고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삶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다.

책은 런던 소재 미술관을 돌며 감상한 미술 작품들과 여기에 얽힌 배경 이야기, 현지 영국인들과 상호작용하며 얻은 경험, 런던에서의 생활 중에 방문한 장소들, 그리고 연수 생활을 통해 기자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사유의 결과물 등을 담았다.

역설적이게도 1년간의 런던 연수를 통해 저자는 규칙적으로 이어져 왔던 14년간의 기자 생활에서 벗어났다. 이를 통해 이 같은 ‘반성적 사유’가 가능해졌다. 책은 기자라는 직업이 가지는 의미와 바람직한 접근법이 오히려 그 직업을 떠나 있을 때 발견된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뉴스 생산자로서의 입장을 떠나 완전한 소비 주체로 사는 동안 뉴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사회적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낀다.”

“런던에 있는 동안 한국 뉴스에는 의도적으로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조금은 다른 새로운 연결을 원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런던에 속해 있고 싶었고, 동시에 런던이 주는 외로움을 덜고 싶었다. (그러나) 뉴스가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는 건 런던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저자가 지금껏 “학습”했던 기자로서의 역할은 주로 문화부가 아닌 정치부와 사회부에 있었다. 런던 연수에서 미술관의 그림을 보러 다니고 그림과 관련한 글들을 읽고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는 1년의 시간은 그간의 시간들과 다른 색깔을 띤다. 연수 전과 다른 시각에서 스스로의 일과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고찰할 수 있었던 이유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구경하다보면 알 수 있다. 프레임이 큰 그림 앞에서는 그 크기만큼 먼 거리를 유지해야 그림의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반면 그림의 크기가 작다면 더 가까이 다가가야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거대담론을 말하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사를 쓸 때는 멀리 내다봐야 한다. 당장 눈앞에 일어난 문제에만 빠져 있으면 본질을 파악하거나 제대로 전망하기가 어려워진다. 반면 당장의 잘잘못을 따지고 즉각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안을 취재할 때는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집중해야 한다.”

책은 런던 연수와 같은 “쉼표”가 존재하지 않는 뭇 직장인들에게 미술관을 둘러보는 여유로운 삶에 대한 대리만족과 함께 그로부터 얻어지는 성찰을 대리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의미를 가진다. 저자 역시 연수를 마치고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사고의 전환점을 주는 경험이 여전히 유효하게 남아있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살면서 좋은 루틴을 많이 만드는 건 좋은 취향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좋은 루틴과 좋은 취향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때 인생도 차츰차츰 더 좋아진다고 믿는다. 시간이 흘러 런던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면 ‘내가 거기서 그랬었지’ 하며 런던에서의 루틴들을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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