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군 이야기](12) 4학년 생도생활의 절정, 최초 단독비행
최환종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9-12-18 13:58   (기사수정: 2019-12-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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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역한 다음해 여름, 필자는 지인과 같이 부부동반으로 하와이(오아후)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 하루는 오아후에서 Cessna-172 항공기를 빌려서 지인 부부를 뒤에 태우고 오아후섬 일주비행을 했다.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이륙하여 와이키키 해변을 지나 오아후섬 동쪽과 북쪽 해안을 거쳐 북서쪽 해안에 있는 작은 활주로에 내렸다. 준비해간 샌드위치와 삶은 달걀, 커피를 마시며 30여분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호놀룰루 공항으로 돌아왔다. 비행하면서 바라보는 지상, 특히 해안의 풍경이 그림 같다. 공군인(空軍人)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이런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사진은 착륙전 활주로에 접근하는 장면, 호놀룰루 국제공항 [사진=최환종]


비행교관이 없어 빈 옆자리, 압박감이 온몸 눌러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긴장된 가운데 비행훈련은 계속 진행되었고, 어느덧 단독 비행(Solo flight)에 대비한 평가 날짜가 다가왔다. 이 평가를 통과하면 단독비행을 나갈 수 있고, 초등비행 수료에 한발 더 다가서는 것이다. 최초 평가에서도 많은 동기생들이 탈락했기에 동기생들은 ‘단독 비행전 평가’에 통과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꿈속에서까지.

그리고 ‘단독 비행전 평가’를 하는 날이 밝았다. 역시 긴장된 마음으로 평가 비행에 임했다. 긴장은 했지만 비행교관이 지시하는 과목을 대체로 잘 수행했다. 착륙 후 브리핑을 하면서 비행교관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얘기하면서 밝은 표정으로 ‘성공적인 최초 단독비행을 준비하라’고 했다. ‘단독 비행전 평가’에 통과한 것이다.

그리고, 최초 단독비행의 날이 밝았다. 컨디션을 최상으로 하기 위해서 단독비행 전날은 푹 잤고, 상쾌한 마음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기상조건은 좋았다. 최초 단독 비행은 ‘이착륙 단독 비행’이었다. 주기장에서 비행기 시동을 걸었다. 엔진의 소음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게 느껴진다.

Taxiway를 거쳐 활주로에 다가서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몰려온다. 수없이 연습한 이착륙인데 왜 이렇게 새롭게 느껴지는지. 평소에는 비행교관과 같이 비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오늘은 비행교관이 내 옆에 없다. 허전하다. 옆에 있던 비행교관이 없으니 실수하면 의지할 사람도 없다. 갑자기 비행교관이 그리워졌다. 오로지 모든 것을 내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온몸을 눌렀다. 이륙 전 최종 점검을 마치고 활주로에 다가섰다.

긴장 끝에 이륙하면 자유의 느낌 엄습 , 착륙 후엔 성취감 만끽

드디어 이륙허가가 떨어졌고, 엔진 출력을 최대로 높였다. 서서히 비행기가 앞으로 전진한다. 이륙 속도에 이르러 조종간을 뒤로 살짝 잡아당기자 비행기는 부드럽게 공중으로 올라간다. 자유롭다. 이륙 전에는 혼자 비행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더니 공중에 혼자 떠 있으니 표현할 수 없는 자유를 느낀다.

적정 고도에 이르러서 선회한 후에 고도를 맞추고 활주로와 나란히 비행하였다. 활주로 주변의 지형지물이 눈에 익숙하다. 어느 순간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착륙전 마지막 선회! 모든 것이 교육받은 그대로 진행되었다. 모든 제원 정상! 활주로 끝이 시야에 들어왔고, 원활한 착륙을 유도하는 대대장님의 목소리가 헤드셋으로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활주로에 접근! 착륙 속도에 맞추고 적당한 강하각을 유지하며 활주로 중앙으로 접근했다. 온몸의 신경은 조종간과 활주로에 집중되어 있다. 잠시 후 바퀴가 쿵 하고 활주로에 닿는다. 착륙했다. 해냈다. 이때의 성취감과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속도를 줄여 주기장으로 향했고, 비행교관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필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최초의 단독비행! 10 여년 후에 ‘또 다른 성격의 단독비행’을 했지만 이날 ‘최초 단독비행’의 기억과 감동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최초 단독비행을 다녀온 이후에는 비행훈련에 자신감이 붙었고, 비행훈련 자체를 즐겼다. 비행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느낌이었다.

이후 단독비행은 2~3회 정도 더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비행교관과 동승하여 비행교육을 받았는데, 단독비행이던 동승비행이던 비행이 기다려졌다. 가끔 날씨가 나빠서 비행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공중조작 훈련 중 '실속'현상 이겨내며 교관과 신뢰 쌓아

어느덧 초등비행훈련도 중반을 넘어섰다. 이착륙 단독비행을 다녀온 이후로는 공중조작 훈련이 중점이 되었다. 공중조작 훈련중 기억에 남는 것은 실속(失速, Stall)훈련이다. 실속이란 항공기의 받음각을 일정각도 이상으로 증가시키면 날개 표면에 공기 흐름의 분리가 생겨 비행 속도가 줄면서 항공기가 하강하는 현상으로서, 이런 훈련을 하는 이유는 항공기를 조종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도한 받음각을 유지하다가 실속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항공기를 강제로 실속 상태에 빠뜨려서 실속을 경험하고, 또 실속에서 회복하는 절차를 연습하는 것이다.

항공기가 실속 상태에 들어가게 되면 항공기 기수가 갑자기 땅으로 향하면서 조종사는 ‘마이너스 G(Gravity, 중력)’를 받게 되는데, 이때의 느낌은 청룡열차를 타고 올라가다가 갑자기 내려올 때 느끼는 그런 불쾌한 느낌이다. 이런 불쾌한 느낌은 직접 실속에 진입하는 조종사는 미리 그런 느낌을 예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불쾌하나, 동승한 조종사나 승객은 매우 불쾌한 느낌을 갖게 된다.

한번은 실속 훈련을 하는데, 실속 진입시 경사각이 조금 깊었던 것 같다. 즉시 회복절차를 실시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즉각 자세 회복이 안되고 경사진 방향으로 회전을 계속했다. 순간 스핀(SPIN)에 들어갔나 하고 생각을 했다. 약간 긴장은 되었으나 회복절차를 재확인하고 기다렸다. 잠시 후, 1~2회 회전한 기체는 회전을 멈추고 정상 자세로 회복이 되었다.

필자와 교관은 서로 쳐다보았다. 교관도 잠시 당황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머지 과목을 수행하고 기지로 돌아왔다. 그 이후 수료할 때까지 필자의 비행교관은 비행하면서 나에게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날 필자가 실속(또는 SPIN) 회복하는 것을 보고 필자를 믿었던 것 같다.

빨간 마후라 선물받으며 초등비행훈련 수료

시간은 흘러 어느덧 초등비행 훈련 수료일이 다가왔다. 많은 종류의 군사훈련을 받았지만 훈련 수료가 아쉬웠던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자신감에 차 있었고 비행하는 것이 좋았다.

초등훈련 수료식 전날, 학생조종사 몇 명이 담당 비행교관님을 모시고 조촐한 저녁식사를 했다. 비행교관은 우리들에게 덕담을 해주면서 우리의 무운장구를 기원했다. 다음날, 초등훈련 수료식이 있었고, 비행대대장이 우리에게 “빨간 마후라”를 기념으로 주었다. 아직 조종학생인 우리에게 의미는 없지만.

그리고 며칠 후, 필자를 포함한 동기생들은 부푼 가슴을 안고 00비행단으로 향했다. 이제 중등 비행훈련에 입과하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

* 'Cessna-172'는 Cessna사(社)에서 만든 4인승 민수용 항공기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항공기이며, ‘T-41B’는 미 공군에서도 초등비행 훈련용으로 사용했다.






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초빙교수(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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