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기획: 다시 나는 아시아나항공](상) 금호그룹에 닥친 ‘승자의 저주’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12-04 07:02   (기사수정: 2019-12-04 23:35)
2,397 views
201912040702N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국적기(國籍機)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로 바뀐다. 아시아나항공의 탄생과 불시착, 매각과정을 되돌아 보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빌리티산업으로 진화하는 항공산업의 미래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제5공화국 전두환 대통령은 임기만료 일주일을 앞둔 1988년 2월17일, 제2민항 사업자선정 결재서류에 서명, 금호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었다.

재계에서는 흔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지막 결재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허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마지막 결재는 아시아나항공 허가라고 회자된다.

이런 인연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 1등석을 ‘공짜’로 이용하곤 했는데, 나중에 그가 기업으로부터 받은 뇌물에 포함되기도 했다.


아시아나 탄생 및 성장에 큰 도움 준 전두환·김대중 전 대통령


아시아나항공을 가장 애용한 정치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1994년 김 전 대통령이 영국에서 귀국, ‘대권 4수’를 위해 새정치국민회의라는 정당을 만들어 제1야당 총수로서 국내·외 출장을 다닐 때, 거의 아시아나항공만 이용했다.

대통령의 해외 출장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가 대통령 전세기로 처음 이륙한 것도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인 1998년의 일이었다.

▶대우건설 무리한 인수, 금호아시아나에 닥친 자금난

삼성과의 경쟁 끝에 제 2민항,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날개를 얻은 금호그룹은 욱일승천의 기세로 성장했고, 이름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바꿨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 시공액 기준으로 삼성물산, GS건설을 제치고 일약 건설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당시 대우건설 인수는 ‘승자의 저주’로 귀결되고 말았다. 금호아시아나는 당시 대우건설 주가의 2배가 넘는 주당 2만7000원, 총 6조6000억원에 인수, 과도한 차입이 불가피했다. 결국 1년 뒤,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닥치자 그룹 전체가 유동성위기에 빠졌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은 알짜기업으로 평가받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모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한때 부채비율이 900%까지 치솟자 “애꿎은 아시아나항공이 흑자도산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자금사정이 악화됐다.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중구 신문로 사옥 매각을 통해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대한통운 지분을 935억원에 처분, 그 무렵의 유동성 위기는 일단 극복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2019년부터 항공기 운용리스를 부채에 포함하는 내용의 회계기준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아시아나는 총 보유 항공기의 60%가량을 운용리스 형식으로 소유하고 있어 큰 타격을 받았다. 그동안 부채에 포함되지 않았던 리스 사용료가 부채로 잡히게 돼 부채비율이 1,000%까지 급등할 위기에 놓였다. 부채비율 1,000%가 넘으면 금융권으로부터 원금에 대한 즉시상환 압박이 들어오기 때문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분식회계 적발, 신용등급 급락

2019년 3월 22일, 회계법인의 외부감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 분식회계가 적발됐다. 2월 14일 발표한 2018년 연간 실적과 외부감사를 받아 3월 22일 정정한 정정 실적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당기순손실만 104억 원에서 1050억원으로 폭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즉각 증시에서 거래정지된 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2019년 3월 26일 재무제표를 전면 재작성하여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더 숨겼던 것이 발각돼 당기순손실이 1958억원으로 불어났다.

주식 상장폐지 사유는 해소했지만,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강등 경고를 받는 등 회사의 경영난이 가중됐다.

▶아시아나 불시착 예고한 ‘기내식 대란’

‘기내식 대란’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이 ‘비정상’임을 대외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2018년 7월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 출발 여객기의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짧게는 몇십분, 길게는 5시간까지 지연되어 출발하거나 기내식을 아예 탑재하지 못하고 출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4일 동안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310편 가운데 출발 지연 65편(1시간 이상), 기내식 미탑재 131편, 간편식 대체 84편이었다고 밝혔지만 해외 출발편 등이 집계에서 빠져 실제 기내식 미탑재 항공편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2018년 기내식대란 당시 상황 [사진=연합뉴스]

기내식 업체 변경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자금사정이 원인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때까지 15년 동안 기내식을 공급해오던 중국계 기업, LSG스카이셰프을 상대로 현금 투자를 요구했지만 이 회사는 거부했다.

이에따라 게이트고메코리아라는 회사와 계약을 했는데,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자 소규모 업체인 샤프도앤코코리아에게 일을 맡겼는데 감당이 안된 것이다. 이로인해 샤프도앤코코리아의 납품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국가적 신인도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대한항공까지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해놓고 나중에 박삼구 당시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대한항공의 협조를 못받아서 대란이 발생한 것처럼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 탄생과 성장과정 때문에 ‘특혜시비’가 많았지만 한때 대한항공과 경쟁하면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양과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모기업의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과도한 차입, 형제 간의 재산갈등이 제2의 국적기, 아시아나의 불시착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계속>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