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41) 현대차보다는 높은 르노삼성의 ‘노동가치’, 더 큰 리스크는 외국자본의 '냉혹'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12-03 07:33   (기사수정: 2019-12-0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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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자동차가 오는 3일 부산에서 열리는 '2019 초소형 전기차 로드쇼'에 전시할 예정인 르노 트위지(왼쪽)와 현대자동차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설치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설비 '하이차저'와 전기차. [사진 제공=연합뉴스]

4차산업혁명 시대 ‘임금 인상’은 양날의 칼

삶의 윤택함 주지만 자동화에 의한 대체 가능성 높여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4차산업혁명시대에 제조업에서 임금인상은 양날의 칼이다. 근로자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장기적으로 노동 가치를 하락시킴으로써 해당 직업이 인공지능(AI)로봇과 같은 자동화시스템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물론 근로자가 높은 임금을 향한 욕망을 줄인다고 자본의 인간에 대한 동정심(sympathy)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간 퇴출을 지연시키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자본가는 효율성의 논리에 충실하지만, 모든 기술적 진보는 인간을 위한 방법론이 돼야 한다는 명제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 노동자는 더 많은 돈을 벌고싶은 욕망을 극대화하기보다는 AI라는 새로운 생산요소와 공존하는 지점을 찾아내는 데 전력투구하는 게 현명한 생존법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의 ‘파업 문제’는 눈여겨 볼 사례이다. 노조가 기본급 12만원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경영위기’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동종업계 내에서 르노삼성자동차의 임금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사측은 내년도에 생산물량이 절반으로 감축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타혐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결국 지난 11월 29일 부산지방노동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 10일 동안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진다면, 노조는 파업찬반 투표에 돌입하게 된다.

노조가 임금인상을 위해 법 테두리 내에서 투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필요하면 파업 할 수도 있다. 노동자가 파업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획득하는 것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이다. 하지만 르노삼성노조의 쟁의행위는 우려할만한 측면도 적지 않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위험성이 그것이다. 기본급 12만원을 인상할 경우 연봉 144만원의 인상효과가 발생한다. 생활인의 입장에서 보탬이 될 만한 금액이다.

21세기 자본, 생산요소 투입을 결정하는 주인

자본 입장에서 임금 인상은 ‘노동 가치’하락 초래

하지만 임금이 인상되면 자본가의 입장에서 ‘노동 가치’는 하락하기 마련이다. 이는 노동이 자본과 대결과 타협을 거듭해온 자본주의 역사에서 숙명적 명제이다. 고전경제학에 따르면 재화를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생산의 3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다.

이는 시대착오적 개념이다. 토지는 지주가, 노동력은 노동자가, 공장과 기계를 마련할 돈은 자본가가 각각 독립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산업화 초기시대의 인식에 불과하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자본은 생산요소의 한 부분이 아니라 생산요소의 투입을 종합적으로 조절하는 주인으로 신분이 상승된 지 이미 오래됐다.

자본은 토지, 노동, 설비, 연구개발(R&D)등 다양한 생산요소에 대한 투자규모를 조절한다. 잉여가치를 더 많이 생산하는 요소에 베팅을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패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연구개발 투자가 중요하다는 주장은 노동계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명제이지만, 사실은 자본이 주인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동의 종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자본이 연구개발을 통해 AI로봇이라는 새로운 생산요소를 고안하게 됐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AI의 생산성은 인간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무수한 인간의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관측은 지배적이다. 요컨대 21세기 자본은 핵심 생산요소로 AI로봇을 전격적으로 투입하기 일보직전이고, 그 일련의 과정에서 최대 희생자는 인간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


노조의 새로운 사명은 ‘임금 인상’보다 ‘직업 유지’

따라서 노조는 새로운 사명을 떠안게 됐다. ‘직업 유지’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 단기적인 임금인상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기쁨을 안기는 전략은 노동의 가치가 확고부동하던 전성기 때나 통했다. AI, 5G, 반도체 등과 같은 첨단산업의 개발자 등과 같은 일부 직군은 몸값을 아무리 올려도 지나치지 않다. 그들의 노동가치는 자본을 매혹시킬 만큼 막대하다. 반면에 대다수 직업인의 노동가치는 AI등에 비교해보면 하락세가 완연하다. 비참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현실을 부정하는 게 가장 어리석은 삶의 태도이다.

최근 사례만 봐도 그렇다. 금융권 일각에선 고연봉의 펀드매니저들을 AI어드바이저로 대체하는 작업이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다. 연봉 수준이 높은 데 비해 AI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택시기사들은 차량공유경제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명분을 선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연봉이 적절하게 낮아 공유경제 모델에 견주어도 가격경쟁력이 나쁘지 않은 탓이다.


르노삼성 근로자 노동가치 하락 추세지만 현대차보다는 높아


이점에서 르노삼성노조의 전략은 현명하지 못하다. 르노삼성 근로자들의 ‘노동가치’는 하락추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르노삼성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107년에 비해 2018년의 노동가치는 하락했다. 2017년 영업이익은 4016억여원이고 금여총액은 1175억여원이다. 자본이 급여 1억원을 인건비로 투입했을 때 3억4178만원의 영업이익이 창출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러한 잉여가치에 기여한 공신은 인간만이 아니다.공장, 기계, 기술 등도 포함된다.

2018년 영업이익은 3541억여원이고, 급여총액은 1182억여원이다. 급여 1억원이 창출한 영업이익은 2억 9957만원이다. 1년만에 노동의 가치가 12. 3%(4221만원)나 감소한 셈이다. 르노삼성 근로자들의 노동 가치 급락이 어떤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노조가 임금을 추가로 인상한다면 조합원들의 노동가치는 더 하락하고, 대체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동종업계의 대표주자인 현대자동차와 비교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같은 방식으로 현대차 근로자의 노동가치를 계산해보면 르노삼성 근로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해도 무방한 것처럼 보인다. 현대차의 급여 1억원이 창출하는 영업이익은 2017년 7278만원에서 2018년 3781만원으로 급락했다. 노동가치가 48%(3497만원)이나 떨어졌다. 르노삼성 근로자의 노동가치는 현대차 근로자의 7.9배에 달한다.

AI의 공세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외국자본의 ‘냉혹’이 문제

르노삼성 근로자들의 노동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셈이다. 이는 임금 인상의 명분이 된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현대차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이라는 강력한 정치사회적 권력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조절하는 데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자본이 생산요소 투자에 대한 결정을 자유롭게 한다고 볼 수 없다. 노동가치 하락도 어느 정도는 '관용'해야 한다. 그게 현대차의 현주소이다.

반면에 르노 삼성은 외국계 기업이다. 프랑스 본사는 8개월간에 걸친 지난 해 파업사태 등을 이유로 닛산의 SUV 캐시카이 물량을 배정하지 않았다. 기존의 QM6 물량도 확보하지 못했고, 신규로 XM3 생산을 확보하려는 계획도 아직 확정되지 못한 상태이다. 본사의 생산물량 배정이 줄어든다면, 상당수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어야 하는 처지이다. 외국 자본은 노동가치가 낮아진 국가에서 이탈하는 게 일반적이고, 그 속도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결국 르노삼성 근로자는 현대차 근로자보다 더 절박한 위기에 몰려있는 셈이다. 낮은 노동가치 때문에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은 현대차보다 낮지만, 국내 자본과 달리 노동가치 하락을 관용하지 않는 외국 자본의 냉혹함에 의해 희생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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