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신탁 판매 불가..갈등 커지는 금융위-은행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9-12-02 18:03   (기사수정: 2019-12-0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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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성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9일 서울 남대문로4가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함께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 시중 은행장들과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금융당국, 은행권의 공모 신탁 판매 허용 건의 수용 불가 방침

조만간 DLF 사태 대책 최종안 확정

“일률적 규제는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도 팔지 말라는 것”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고위험 금융상품 대책 최종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이 요구하는 공모 신탁상품 판매에 불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모 신탁은 장려한다”고 했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입장이 바뀌면서 당국과 은행권 간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규제와 관련해 은행권이 요구한 공모 신탁 상품 판매 허용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앞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재발 방지책에서 발표한 위험한 상품은 팔지 말라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모상품으로 구성된 신탁의 은행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는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공모형 신탁과 사모형 신탁을 사실상 구분할 수도 없는 만큼 공모형 신탁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는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4일 DLF 사태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대 원금손실이 20~30% 넘는 사모펀드와 신탁을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안정 성향이 강한 은행 고객 특성상 위험 상품 취급에 따른 고객 피해가 우려된다는 취지다.

그러자 은행권이 규제가 ‘너무 과하다’며 반발했다. 신탁의 경우 공모펀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사모펀드가 문제가 됐다고 모두 판매를 금지하라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특히 주가연계신탁(ELT) 판매 금지 조치에 불만이 크다. 이번 규제로 40조원 상당의 ELT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개별 종목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주가연계증권(ELS)이라고 하는데, 이 상품을 신탁 형태로 팔면 ELT다.

은행권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한 발 물러서는 듯했다. 지난달 20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신탁을 (공모와 사모)로 분리만 할 수 있다면 (공모 신탁)을 장려하고 싶다”며 은행권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일주일 뒤 상황이 바뀌었다. 은 위원장이 26일 파주에서 열린 간담회 행사를 마친 뒤 “은행들이 ‘신탁 상품이 다 죽는다’고 (금융당국을) 협박해선 안된다. 은행이 잘못해서 시작된 일인데 오히려 은행들이 피해자가 된 것 처럼 행동한다”며 은행권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은행 신탁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신탁 판매 규모가 크다보니 시장이 위축을 넘어 아예 시장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벌 주는 식으로 은행의 책임으로만 매도하는 건 부당해 보인다”며 “전국에 지점이 깔려있는 은행이라는 판매망을 막는 건 시장을 죽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손실 범위를 일률적 정해 규제하는 건 은행에서 팔 수 있는 안전하고 좋은 상품도 팔지 말라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이런 형태의 사전적 규제보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와 같은 사후제재 중심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은 위원장은 이달 중 시중은행장과 만나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주간에 걸쳐 은행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만큼 이외에도 다양한 건의사항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보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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