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민 공감을 얻어야 로비도 힘 받는다
이호철 기자 | 기사작성 : 2019-11-27 07:12   (기사수정: 2019-11-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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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 이호철 기자] "가끔 국회 상임위 회의에서 보면 도저히 납득이 들지 않는 이상한 주장을 하는 의원이 있어요. '저 의원 로비 받았구나..'라고 생각하죠."

국회 전직 보좌관의 말이다. 이처럼 이익 단체의 압력이나 로비 때문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법안이 적지 않다. 유치원 3법이 대표적이다. 국민 80% 이상이 찬성 의견을 표한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 인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도 시민들에게 더 없이 반가운 법이다.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병원 서류를 떼러 이리 저리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의료업계의 반발로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따르면 보험 가입자는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문서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류 전송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담당한다.

이달 초 국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논의를 21일 열리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회의 직전 급작스레 순서가 29번째에서 42번째로 늦춰지면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의료계의 직접적인 로비가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공개적으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총력 저지를 나선 마당에 법안 진척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심평원에 의료 통계 축적되는 것 부담 느끼는 의료 업계

의료업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총력 저지하는 근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평원이 보험 청구 과정의 중요한 주체로 들어서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기존 법안에 따르면 미용 목적의 수술 처럼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비급여 항목은 원래 심평원에서 관리를 하지 않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 심평원이 서류를 청구하고 전송하는 과정에 위탁 기관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병원이 환자에게 비급여 항목에 대해 수가를 어떻게 책정하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의료 업계는 관련 통계가 정부 기관에 축적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의료업계는 시민의 공감 살 수 있는 주장 해야

대한의사협회와 같은 이익단체에게 공익적인 주장을 강권 할 수는 없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이익단체의 활동은 입법 과정에서 수반되는 절차다.

하지만 이익단체의 주장이더라도 시민들의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여론이 납득할 수 없는 주장만 반복하면 법안 통과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법안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유치원 3법이 이를 증명한다. 유치원 3법은 한유총 때문에 입법화에 실패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강력한 공감 속에 결국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됐고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의료 업계가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가 '심평원 같은 국가 기관에 업계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이 우려되는 것'이라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실손보험은 국민 80% 이상이 가입했다. 사실상 제2의 건강보험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민의 편리함을 위한 법'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단순히 '총력 저지'라는 피켓만 들고 반대를 외치는 것은 국민들의 반감만 살 뿐이다. 이제라도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논리를 고민해 보는 것이 의료 업계가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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