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창구 찾는 재벌 오너들...왜?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19.11.26 06:05 |   수정 : 2019.11.26 06:05

은행 대출창구 찾는 재벌 오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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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주요 재벌그룹 오너들이 잇달아 은행 대출창구를 두드리고 있다.

창업 3, 4세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증여·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재벌일수록 빚쟁이가 될 수 밖에 없는 한국 재계의 현실, ‘역설’이다.

▶‘반듯한 효자’ 이재용의 또 다른 고충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재계 안팎에서 ‘반듯한 효자’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삼성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지금까지 5년 이상, 매주 두세 차례 이상 병실을 찾아 문안을 드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회장 주변에서는 “부친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세 가지를 못한다”고 전한다.

그 세 가지는 술, 골프, 결혼이다.

외아들인 이 부회장은 어릴적부터 부친 이건희 회장 뿐 아니라 어머니 홍라희 여사로부터 엄한 가정교육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어머니 홍 여사와 딸 이부진, 이서진 남매 또한 매주 최소 몇 일은 아버지가 누워있는 삼성병원을 들른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골프실력은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골프 멤버로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 경복고 선배인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 이 부회장의 매제이자 김재호 대표의 동생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등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현대차그룹 소유인 경기도 남양주 소재 H 골프장을 가끔 찾았는데,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 코스에서도 80대 초 중반의 스코어를 유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회장 입원 후 골프는 물론 술도 일체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현재 ‘싱글’의 신분이지만 결혼도 엄두를 못내고 있는 상황이다.

▶상속세만 8조원...수조원 대출 필요한 이재용 부회장

25일 현재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가진 삼성그룹 관련사의 지분가치는 16조원에 달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 받는데는 8조원 가량의 돈이 필요하다.

이건희 회장(3.6%)과 이 부회장을 합쳐도 삼성전자 지분의 5%가 안되기 때문에 절반을 세금으로 내고 절반만 상속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이 부회장이 일부 비주력사 주식을 처분한다고 해도, 나머지 수조 원은 은행대출 형식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미국을 방문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뉴욕 특파원들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27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상속세와 관련, “지금 많이 어렵다. 1차분까지는 좀 넣었는데, 저는 소득이라도 있지만 다른 사람은 소득도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여사, 조현아 조현민 등 유족들은 5년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이 중 460억원을 정도는 납부했지만 나머지 돈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주식담보 대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상속·증여세율이 50%에 달하는 만큼 50%는 세금으로 내고, 50%만 물려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이 적은 한국 재벌기업의 현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등 유족은 그나마 규모가 적은 편이다.

구광모 LG 회장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LG 주식 8.8%에 대한 상속세 7155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판토스 보유 지분(7.5%) 매각 대금 등으로 1차분 1536억원은 납부한 뒤, 연이자 1.8%를 적용해 여섯차례 나눠 낼 계획인데 결국 주식을 담보한 대출이 불가피하다.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지난 6월 지주회사 격인 ㈜두산의 지분 약 70만주를 시간 외 매매로 팔았다.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상위 17개 재벌 중 13 곳 승계 진행중...‘승계와 생존’이 재계 키워드

2019년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기업집단 상위 20위내 기업 중 현재 13 곳에서 지분상속, 지배구조 변동 등 승계작업이 진행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패러다임(업종)의 변화와 더불어 승계 문제가 한국 재계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 일선을 떠남에 따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등 여러 가지 승계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김승연 회장이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로의 승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재계 7위 한화그룹 또한 최근 한화시스템을 증시에 상장하는 한편 승계용 실탄확보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확보, 3대 주주에 오르는 과정에서 아버지 정몽준 전 의원의 지분 25.8%를 물려받기 위해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다.

▶지분확보, 증여·상속세, 엄청난 돈에 규제 강화...험난한 기업승계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5%까지 늘어나 프랑스(45%), 미국·영국(40%), 독일(30%) 등 주요 선진국 보다 높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변경에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을 위한 배당증액, 오너 관련회사 키우기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탈법이나 불법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와 여당,자유한국당이 올 상반기부터 상속세 인하는 물론, 대기업 할증과세 폐지’ 등을 추진해 왔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물려받는 주식의 절반을 팔아서 나머지 절반을 물려받을 수 있지만, 지분율이 낮아져 투기자본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만큼 경영권을 보호해주는 ‘의결권 주식’ 제도 도입이나 상속 증여세 현실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으로 기업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르는 제도적 뒷받침이 불가피하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상속 증여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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