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40) 5대그룹 총수 만나는 문 대통령의 ‘대담한 한·아세안 구상’과 ‘일자리 딜레마’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11-25 07:03   (기사수정: 2019-11-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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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천안 MEMC코리아 제2공장 준공식에서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도리스 슈 글로벌 웨이퍼스 회장, 문 대통령, 정연성 MEMC코리아 직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제공=연합뉴스]

문 대통령, 아세안으로 경제협력 무게중심 이동 선언

5대그룹 총수 초청은 ‘아세안 구상’ 힘싣기

전체 해외투자 중 아세안 비중이 중국 이미 눌러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개막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 5대 그룹 총수를 만나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당초에는 개인 사정으로 인한 일부 총수들의 불참설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만찬에 참석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을 초대한 것은 한국경제의 파트너십 이동과 직결된 행보이다. 한국기업들은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중국에서 아세안 국가로 교역 및 투자의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한·아세안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이 지난 20일 발표한 ‘한국 제조업 생산기지의 아세안 이전 현황과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기업의 해외투자는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아세안 국가로 급속하게 이동 중이다. 전체 해외투자 중 중국비중은 43.2%(2001년~2010년)에서 12.2%포인트 감소한 31.0%(2011년~2019년 상반기)로 내려앉았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아세안 비중은 13.5%에서 24.2%포인트 증가한 37.7%로 치솟았다.

아세안의 ‘맹주’격인 베트남 비중 증가율이 주목된다. 90년대 3.7%에 불과햇으나 2017년 기준으로 11.9%까지 확대됐다. 2019년 통계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상당 폭으로 비중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추월하지 말란 법이 없다.

놀라운 것은 제조업 중소기업의 해외투자 금액은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베트남이 중국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2017년에는 대 베트남 투자액이 7.2억달러로 4.3억달러에 그친 대 중국 투자액보다 1.7배가 많았다.

소위 양질의 일자리라고 불리우는 제조업 일자리 수가 매월 감소하고 한국경제의 중추인 30~40대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상의 원인이 바로 ‘아세안 국가’ 혹은 베트남으로의 제조업 생산기지 이동에 있는 것이다.

아세안 인건비는 한국의 6~22% 수준, 각종 세제혜택도

중국은 한국기업 박해하는 ‘차별 정책’ 노골화

그렇다면, 왜 한국제조업은 아세안으로 생산기지를 이동하고 있는 것일까? 또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빠른 속도로 중국에서 이탈,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이유는 뭔가. ‘낮은 인건비’와 ‘우호적 정책’이 해답이다.

일본무역투자진흥기구(JETRO)에 의하면 2018년 기준으로 부유한 국가인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한 아세안 8개 국가들의 인건비는 한국을 100%로 놓았을 때 6~22%에 불과하다. 태국 22%, 말레이시아 연방 20%, 인도네시아 14%, 베트남 11%, 필리핀12%, 캄보디아 8%, 라오스 8%, 미얀마 6%등의 순이다.

해외투자기업에 대해 면세정책도 유인요소이다. 베트남은 하이테크 산업에 투자한 해외 자본에 대해 4년간 법인세 면제, 4년 이후에는 9년간 법인세 50%면제 등과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는 한국대비 22%이다. 아세안 국가와 비교하면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 뿐만 아니다. 정책적으로 중국기업을 우대하고 한국기업을 차별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2019년 10차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 목록'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을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에게 절반 이상 지급했다. 반면에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 SDI등과 같은 한국기업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기업을 박해하는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기업에 대해 적대적인 반면에 아세안은 우호적 시선으로 선망한다. 한국제조업이 한국의 ‘높은 인건비’와 중국의 ‘적대적 정책’을 피해 아세안으로 몰려가는 것은 굳이 경제논리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일이다.

예컨대 직원 1인당 평균 200만원의 월급을 줬던 한국 중소기업이 베트남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할 경우 1인당 인건비는 22만원으로 급감하게 된다. 더욱이 하이테크 제조업이라면 4년 동안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문대통령, 사드보복과 한일경제갈등의 출구전략으로 ‘아세안’ 지목

중국과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대담한 구상’

문 대통령은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아세안을 중시하는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을 공식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행보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한중관계, 한일관계는 ‘정치’가 ‘경제’를 망친 대표적 케이스이다.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한일경제갈등 이후로 다수 한국인들에게 중국과 일본은 ‘적대국’으로 신분이 격하됐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관련해 “사드 문제, 한일 문제에 대한 우리의 출구로 신남방(아세안 인도)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아시아 경제권이 커질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신남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가 정치적 갈등으로 껄끄러워지고 있는 일본및 중국과의 교역 감소에 대비한 출구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이 같은 정 위원장의 발언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중국과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담한 구상’을 공론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기업은 아세안으로 생산기지 이전할 명분 얻을 듯

대담한 구상의 실현, 제조업 취업자수 '감소 폭' 키워

딜레마 해결책은? 당근은 못줘도 채찍은 거둬야

그러나 딜레마는 남는다. 아세안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할수록 국내 제조업 일자리 감소추세는 가팔라질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의하면, 지난 10월 취업자수 증가는 41만 9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제조업 취업자수는 8만 1000명이 감소했다. 그 결과 핵심경제활동인구인 30대와 40대의 취업자수도 각각 5만명과 14만 6000명씩 줄었다.

제조업이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로 생산공장을 속속 이전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퍼부어도 제조업 취업자수가 증가세로 반전할 가능성은 없다.

문 대통령은 오늘(25일) 만찬에서 5대그룹 총수들에게 아세안국가들과의 교역 및 투자확대를 당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당부가 실행에 옮겨질수록 통계청 고용동향 발표에서 제조업 취업자 수의 감소폭은 걷잡을 수 없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들도 이제 아세안 국가로 생산공장을 적극적으로 이전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문대통령의 ‘한·아세안 구상’이 내포하고 있는 핵심적 딜레마이다. 그렇다고 부유한 국가인 한국의 인건비를 낮출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결책은 규제개혁을 필두로 한 ‘친기업 정책’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20일 한국경총 주최로 열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초청 간담회에서 연구개발(R&D) 세제개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를 풀어달라는 주문이었다.

특히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은 연구개발 부서 인건비 이외에 해외 기업 및 대학등과의 연구개발 비용은 세액공제에서 제외하는 현행 규제의 문제점을 호소했다고 한다. 현행 세법은 연구개발비용중 최대 30%까지 세액공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자·정보기술(IT) 기업 연구개발비용중 최대 2% 정도만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전담부서 인건비만 연구개발비용으로 인정한다”는 규제 조항이 한국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의 제조업이 한국에 남도록 유인하는 ‘당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규제는 ‘채찍’이다. 당근은 못줘도 채찍은 거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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