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47) 부대 민방공 대피훈련이 관사지역 대피소동이 된 '웃지못할 사연'
김희철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9-11-11 15:25   (기사수정: 2019-11-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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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시에 있는 노후된 군인아파트와 뒤편의 비교되는 민간 아파트와 우측 필자가 80년대에 군인관사에서 사용하던 연탄집게 [사진제공=포천시/김희철]
민방위훈련은 1972년 '민방공·소방의 날'이 시초

대대교육장교 시절, 열외 병사 및 간부들로 고민

오토바이 뒷좌석에 최루탄을 달고 주둔지를 돌며 훈련 유도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신혼 초, 대성산 기슭의 쓰러져가는 부대관사에서 살림을 시작한 우리 부부는 쥐가 왔다갔다하는 산간벽지 방 속에서 한 겨울 연탄 아궁이 열로 방바닥 아랫목은 시꺼멓게 탔지만 이불 밖의 기온은 영하로 입김이 서렸던 추억을 갖고 있다.

현재 민방위훈련은 연간 총 5회 실시하나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유명무실화 되어 있지만, 필자가 대대교육장교로 근무하던 시절인 1980년대에는 매월 15일이 되면 전부대 및 주민들이 민방공훈련을 했다.

그때 어느 달 15일에도 어김없이 민방공훈련 시간이 다가왔다. 이때 핵심은 전 부대원들이 방독면을 착용하고 적항공기 침공에 대비해 중대 및 소대별로 대공화망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또한 화재 발생 상황을 조성하여 대피 및 물자 운반, 화재진압 등 소방훈련까지 한다.

헌데 일부 간부 및 병사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훈련을 열외하는 경우가 있어 고민하다가 방법을 생각해 냈다. 방독면을 강제로 쓰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노후된 관사에서 한 겨울 추위를 잊게 했던 연탄 운반용 집게에 최류(CS)탄을 결합하여 오토바이 뒤에 달고 부대 주둔지를 한 바퀴 돌면 최류 가스 때문에 간부 및 병사들은 자동으로 방독면을 쓰고 훈련에 참가하도록 만들었다.

효과적인 훈련이 되었고 몰래 숨어 훈련 시간만 피해보려고 했던 장병들은 최류가스를 마시면 급하게 방독면을 찾아 착용했다.

또 하나의 소득이 있었다. 아마 군생활동안 요령을 피웠던 예비역들은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방독면의 정화기 마개를 열어놓아 착용시 답답함을 모면 하려고 했던 일부 병사들이 방독면을 착용했어도 최류가스가 그대로 들어오는 '재난'을 겪게 됐다. 그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마개를 닫았다. 결국 자동으로 방독면 관리 상태도 확인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제대로 훈련을 하려면 각 중대 막사마다 최류가스탄을 터뜨려야 했는데 오토바이를 이용하니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 민방공 대피훈련시 방독면 착용하에 오염부상자를 후송하는 모습과 화재진압 훈련 장면 [사진제공=국방부]

최류탄을 결합했던 연탄집게 사용하자 관사에 '최류가스 소동'

국민의 무관심과 경제논리로 소홀해지는 최근 새태 안타까워

그날 부대의 민방공훈련은 연탄 집게에 최류탄을 결합한 오토바이 운용 덕분에 방독면 관리도 확인하고 열외 없이 주둔지 내 전 병력이 제대로 훈련을 하게 되었다는 칭찬도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훈련이 끝나고 다음 일정에 바쁘게 업무를 하고있는데 관사 지역에서 급한 전화가 왔다.

필자의 가족이 최류(CS)탄을 결합하여 오토바이 뒤에 달고 부대 주둔지를 휘저었던 연탄 집게를 이용하여 아궁 속 연탄을 갈자, 달구어진 집게에서 최류(CS)가 나와 집안은 물론 관사지역에 퍼져 군인 가족들이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필자는 놀라 관사에 들어가 가족들에게 사과를 했고 필자의 가족은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원망의 하소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날은 민과 군이 제대로 통합훈련을 하게 되었던 셈이다. 동시에 부대 민방공 대피훈련이 관사지역 대피소동이 된 웃지못할 사연을 낳게 하는 추억도 남겼다.

사실 우리나라 민방위업무 및 민방공훈련은 6·25전쟁 직후인 1951년 국방부 계엄사령부에 민방공총본부가 창설되면서부터 국민과 함께 해왔다. 민방위훈련은 1972년 최초 “민방공·소방의 날” 훈련이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꾸준한 민방위활동이 유사시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그동안에 있었던 수많은 전쟁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얼마전까지도 우리 국민들은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시민들은 민방위 대원의 안내에 따라 가까운 지하대피소, 지하보도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했다. 또한 운행 중인 차량의 경우 긴급차량 비상차로 확보를 위해 도로 오른쪽에 정차한 후 시동을 끄고 라디오 실황방송을 청취하며 대기했다.

이후 경계경보가 발령되면 시민들은 대피소에서 나와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통행하고, 경보해제 발령 후에는 정상 활동으로 복귀하고 차량 역시 차량통제 해제방송에 따라 행동하면 훈련이 종료된다. 다만 병원, 지하철, 철도, 고속화도로, 항공기, 선박 등은 훈련에서 제외되었다

작금에는 국민들의 무관심과 단순한 경제 논리에 의해 민방공훈련은 소홀하게 되는 실정이다. 앞으로는 이 제도가 제대로 부할해서 유사시를 대비한 훈련을 함으로서 국민들의 안보의식 고취시키며 이를 통해 실제 상황발생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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