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39)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강남4구 집값만 올리나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11-07 16:17   (기사수정: 2019-11-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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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성훈 인천시교육청·장희국 광주시교육청·최교진 세종시교육청 교육감, 유 부총리, 이재정 경기도 교육청 교육감. [사진제공=연합뉴스]

교육부, 7일 ‘고교 서열화 해소방안’ 발표

2025년부터 과학고 제외하고 모두 일반고로 전환돼

조국 사태로 불거진 ‘교육 불공정소’ 해소될까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문재인 정부가 7일 교육 불공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는 2025년부터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모두 폐지하고 일반고로 일제히 전환시킨다고 밝혔다. 영재학교와 특수목적고 가운데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는 일반고로 전환되지 않고 유지된다.

이번 조치는 소위 ‘조국 사태’가 한국 사회에 던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이 외고 2학년 당시 2주간의 인턴을 통해 대학병리학회 학회지에 SCIE(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의 제 1저자로 등재되고, 이 경력을 자소서에 기재해 고대 수시 전형에 합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불공정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교육부는 이런 ‘금수저 입학’을 고교서열화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결론 내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5일 13개 대학 학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SKY를 포함한 13개 서울시내 주요대학의 학종 지원자 대비 합격율은 과학고가 26.1%, 외고·국제고가 13.9%, 자사고 10.2%, 일반고 9.1%등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외고,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면 학종의 불공정성이 해소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셈이다. 과학고는 과학기술영재 육성이라는 취지를 인정해 예외로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고교 서열화 해소정책은 조국 사태로 불거진 불공정성 해결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학종의 불공정성은 ‘엄마표 전형’이라는 속성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학생이 아니라 부모가 뛰어야 학종에서 평가되는 항목들을 성실하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종의 불공정성은 ‘엄마표 전형’, 일반고 전환한다고 해소 안돼
‘학생의 노력’ 아닌 ‘부모와 학교의 노력’이 당락 좌우

조 전장관의 딸이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논문 쓰기’는 일선대학들이 학종의 전형요소에서 배제한 지 이미 오래이다. 부유층과 특권층이 대학교수들에게 의뢰해 소논문을 작성하고, 대학 입학당국은 이를 높게 평가해 합격시키는 시스템은 ‘조국 사태’ 이전에 부조리의 원천으로 낙인 찍혔다.

‘논문 입학’은 이미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학종을 노리는 수험생 엄마가 할 일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게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이하 ‘세특’)이다. 학생부에 과목별 ‘세특’을 빼곡하게 적으려면 강남의 입시컨설팅을 받아 독서, 자율동아리, 수상경력 등을 챙겨야 한다. SKY에 입학하려면 세특과 수상경력으로 가득 채운 학생부가 30~40페이지는 돼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또 봉사활동도 가급적 지망하는 전공과 유관한 내용으로 채우는 게 유리하다. 고3이 되면 이 같은 활동을 논리적이고도 유려한 필치로 자소서에 담아내야 한다.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은 혼자 힘으로 이런 일련의 과정을 준비하는 게 지극히 어렵다. 치열한 내신경쟁과 수능공부에 집중하고 학종 대비는 부모가 상당부분 맡아주는 게 한국사회의 진솔한 풍경이다.

상당수 고교생들이 목에 힘줄을 세워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정시전형에서는 ‘학생의 노력’만이 평가되는 탓이다. 수백만원의 사교육비를 쓰는 학생과 참고서 살 돈도 부족한 학생간의 불공정성을 해소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경제적 불공정성으로 인한 교육환경의 격차를 해결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학생의 실력’만으로 당락을 결정하도록 하자는 이야기이다.

자녀 학교가 외고에서 일반고로 바뀐다고 ‘부모사랑’ 변치 않아
강남 지역 명문 일반고, 이미 외고 뺨치는 ‘학종 시스템’ 구축
조국사태가 던진 불공정성 핵심, 교육부만 몰라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부모의 노력’이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가 되는 학종의 불공정성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교육 소비자는 거의 없다. 부유한 동네의 일반고 학부모들은 서민층 주거지역의 일반고 학부모들보다 자식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투자할 돈과 시간이 더 많다. 자녀의 학교가 외고나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바뀐다고 자녀 사랑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의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은 최악의 경우 강남 4구 집값만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에는 누락돼 있지만 강남, 목동 등 부유층 주거지역의 명문 일반고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외고 뺨치는 ‘학종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수많은 교내상을 신설해 상위권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부여하고,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전공에 맞는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 외고뿐만 아니라 강남 지역등의 명문 일반고도 3등급까지는 서울소재 최상위권에 학종으로 입학한다는 게 사교육업체들의 핵심적 컨설팅 내용이다. 반면에 서민층 주거지역의 일반고 1등급 학생도 낙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차이는 학교의 ‘학종 시스템’ 구축과 부모의 노력 여부에서 비롯된다. 이는 교육부만 모르고 수험생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진실이다.

학생이 덜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라 학교와 부모가 덜 노력했기 때문에 원하는 대학 입시에서 낙방하는 게 조국사태가 우리 사회에 환기시킨 ‘교육 불공정성’의 핵심인 것이다. 교육부가‘고교 서열화해소’ 정책을 통해 불공정성을 차단하게 됐다고 자축하지 않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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