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워라밸] ‘만추(晩秋)’의 서촌, 박노해 사진전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11-07 06:45   (기사수정: 2019-11-0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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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촌 효자동길에 있는 경복궁의 서문 영추문과 안쪽 고궁박물관 뜰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서촌(西村)’은 경복궁의 서쪽 문, 영추문(迎秋門)과 인왕산 사이에 자리한 마을이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한 뒤 쌓은 한양도성 18km 구간 중 인왕산과 북악산을 잇는 성곽을 따라가면 자하문과 만나는데 그 안쪽, 청운동, 효자동, 통인동, 체부동, 옥인동부터 경복궁역까지를 서촌으로 부른다.


▶궁궐 밖 전문직 중인(中人)들의 동네, 서촌

조선시대 서촌에는 역관(통역관)이나 의관(의사) 궁녀 등 전문직 중인(中人)이 주로 살았다고 한다.

반면, 경복궁의 동쪽은 청계천 북쪽에 있다고 ‘북촌’으로 불렀는데, 안국동 가회동 등 북촌에는 내로라는 권문세가들이 모여 살았고, ‘남촌’ 즉 남산골은 미관말직이나 가난한 선비들이 주로 거주했다.

현재 경복궁 서쪽은 서울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660여 채의 한옥과 골목, 재래시장, 여러 곳의 근대문화유산, 최근 생겨난 소규모 갤러리, 공방이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지금도 북촌은 높은 담과 넓은 한옥집이 많은 반면, 서촌은 좁은 골목에 사람냄새가 더 나는 동네다.

그래도 인왕산 자락이 경치가 좋다보니 권문세가들의 별장도 많았는데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추사 김정희의 명필이 탄생했고, 세종대왕의 생가, 권율과 이항복의 집터도 남아 있다.

근대에는 이중섭, 윤동주, 노천명, 이상 등이 서촌에 거주하며 문화예술의 맥을 이었다.

가을을 맞이한다는 뜻의 영추문(迎秋門)은 경복궁의 서쪽문, 서촌의 가장 오른편이다. 영추문 앞 효자동길을 걸으면 청와대 뒷산, 조선땅 최고의 명당이라는 북악산의 자태와 단풍을 볼 수 있다.

영추문 북쪽은 오랫동안 통제됐는데, 2018년 12월부터 시민들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개방되었다.


▶서촌의 서민적 먹거리


서촌에는 북촌에 없는 전통시장과 동서양의 다양한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 서촌의 어느 식당을 들러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비싸지 않은 숨은 맛집이 많다.

광화문을 바라보고 왼쪽 길을 따라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먹자골목은 세종대왕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 해서 세종마을로 불린다.

음식문화 거리로 지정되어 주변 직장인들의 점심 저녁, 연인들로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통인시장은 북촌에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외국인 관광객, 외지 여행객들에게 많이 소개되어서 사람들로 북적인다.


▲ 경복궁역 바로 뒤편 음식점 골목

통인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엽전으로 사먹는 도시락 카페다. 시장에서만 통용되는 엽전을 구입한 뒤 식판을 들고 시장내 가게를 돌면서 먹고싶은 반찬과 음식을 골라먹는 뷔페코스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 사진전 ‘하루’와 만추의 서정

최근 서촌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와 소규모 갤러리가 많이 들어서고 있는데 영추문 바로 앞 갤러리 카페, <라 카페 갤러리>에서는 1980년대 유명한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가난한 나라, 분쟁지역에서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 박노해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인 하루,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써나가는 하루가 사진전의 주제다.

구로공단 노동자였던 박노해가 1984년 첫 작품 ‘노동의 새벽’을 발표했을 때, 지식인 사회에 던진 충격은 1970년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에 못지 않았다.

사회주의 혁명을 통한 노동해방을 꿈꿨던 박노해는 1989년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조국, 은수미 등과 함께 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을 만들었다가 1991년 체포돼 사형을 구형 받았다.

1998년 7년여만에 석방,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됐지만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세계 곳곳 분쟁지역을 순례하며 사진으로 기록하는 생명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 활약하고 있다.


▲ 생명과 노동 하루를 주제로 한 박노해의 사진들

늦가을 서촌을 거닐면 계절과 사람 모두 봄의 소망, 여름의 뜨거운 열정을 돌아 이르게 되는 만추의 서정과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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