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가업지키기, ‘승계전쟁’ 중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19.10.31 07:11 |   수정 : 2019.10.3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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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현대차, LG 주주총회 사진 [사진제공=각 사]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현재 대한민국 재계가 공통적으로 안고있는 최대 현안은 승계문제로 “지키느냐, 뺏기느냐”는 가업지키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뉴스투데이가 공시 등 각종 기업자료 등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기업집단 상위 20위내 기업 중 포스코(6위), 농협(9위), KT(12위), S-Oil(20위) 등 법인이 동일인인 기업 3곳을 제외한 17곳 중 13개 기업에서 최근 1년 사이 지분상속,지배구조 변동 등 승계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위 20위 이내 사기업 17곳 중 13곳, 76%의 기업에서 승계이슈가 진행중으로 대상은 모두 자녀 등 가족이었다.

이에따라 향후 수년 간 인수합병 등 각 기업들의 승계이슈가 한국경제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 현대차 승계시동 전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킨 재계 1위 삼성은 앞으로 삼성생명의 그룹 지주사 전환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안정화시키고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을 매듭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 또한 최근 정몽구 회장이 경영일선에 거의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현재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등 여러 가지 승계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 3위 SK그룹과 5위 롯데그룹은 최태원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한 지 얼마되지 않고 나이도 젊은 편이어서 승계이슈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7위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로의 승계작업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을 11월 중 코스피에 상장하기로 했는데 이 회사는 김동관 전무 등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이 주요 주주로 있어 실탄확보 등 승계작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8위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의 조카로 창업주 4세 장손인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이 최근 지주사 지분을 늘리는 등 4촌들 사이에서 지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확보, 3대 주주에 올랐다. 정 부사장은 아버지 정몽준 전 의원의 지분 25.8%를 물려받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11위)는 정용진, 정유경 남매로의 분할승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 중이고 두산(15위)과 대림(18위)은 박정원 회장 및 이해욱 회장으로의 승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다.

한진그룹(13위)은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경영권을 이어받은 아들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여사 및 조현아, 조현민 남매 간의 지분정리 방향이 주목된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아들과 딸,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의 나이가 어려 최근에서야 지주회사 지분을 취득하는 등 승계작업을 시작했고, 부영그룹(18위)도 이중근 회장의 나이탓에 장남 이성훈 부사장으로의 승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분확보, 증여·상속세, 엄청난 돈에 규제 강화...험난한 기업승계


하지만 현행 상속·증여세법을 제대로 지키면서 승계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30일 현재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가진 삼성그룹 관련사의 지분가치는 약 15조원에 달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 받는데는 7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5%까지 늘어나 프랑스(45%), 미국·영국(40%), 독일(30%) 등 주요 선진국 보다 높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변경에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을 위한 배당증액, 오너 관련회사 키우기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탈법이나 불법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기업승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및 기업집단 현황공시 개정안은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공동 손자회사’ 설립이 금지되며,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은 부동산 임대ㆍ컨설팅료 내역을 공시하도록 했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해 달라는 의견을 최근 정부에 제출했는데, 현행법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반면, 시행령 개정안은 공적 연기금의 경영참여를 완화하고 있다.

이밖에 법률을 위반한 기업인을 전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같은 경우도 기업승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로 꼽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의원실(자유한국당)에 따르면 공정위의 지난 6년간 하위법령 개정 가운데 규제강화가 81건, 규제완화는 32건으로 과도한 규제로 기업경영에 간섭하고 있다.


▶가업승계 완화 둘러싸고 ‘논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과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기업승계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현행 상속·증여세 체제하에서는 경영승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막대한 상속·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일부에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있지만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이 동원하고 있는 기업합병이나 오너관련 회사 키우기, 배당증액 등 방법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처럼 탈·불법 시비를 부르고 있다.

일부 국가처럼 가업승계를 도와주는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캐나다·스웨덴·싱가포르 등은 상속세를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 세금을 줄여주고 있는데, 아버지가 10억원을 주고 산 빌딩이 20억원이 됐을 때 자식에게 물려주는 경우 매입액을 뺀 1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있는 ‘가업상속세제’를 대기업으로 늘리자는 의견도 있다.

연간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세금공제 한도도 최대 500억원(20년 이상 계속기업)까지의 제한을 없애는 대신 고용유지 등 사후관리 요건을 강화하면 기업과 사회가 윈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과 현대차 등 글로벌 한국기업의 성공은 오너경영에 따른 리더십, 추진력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지금같은 상속·증여세법 이 지속되면 결국 모든 대기업이 공유화, 국가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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