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안보 진단] (12) 군, ‘폐쇄성’ 버리고 민간 ICT 기술 상시 도입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19.10.26 09:35 |   수정 : 2019.10.26 09:35

[사이버안보진단] (12) 민간 ICT기술 상시도입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지난 2016년 7월 26일 애쉬턴 카터 미국 국방부장관이 DIUX의 2번째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은 세계에서 ICT 인프라가 가장 발달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인식은 낮아 사이버공격을 무기화하는 일부 국가나 해커 조직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뉴스투데이는 한국의 사이버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군 차원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짚어보는 ‘사이버안보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합참 중심의 사이버작전 수행 가능토록 일원화된 지휘통제체제 정립

박호 육군 정보화기획부장, “군, 폐쇄성 때문에 뒤쳐져 위기감 느껴”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1∼2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제 시큐리티 콘퍼런스인 ‘2019 ISEC’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초연결 시대의 다양한 보안 위협은 우리 모두의 현실”이라며 ‘REAL’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예년처럼 2일차에 ‘육·해·공군 사이버안보 워크숍’이 열렸다.

육군본부가 주관한 이날 워크숍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통상적인 세미나 형태로 진행되던 과거와 달리 20여명의 기관, 업체, 대학, 연구소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방부와 합참이 그동안 사이버안보를 위해 추진한 내용을 발표한 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군이 만든 새로운 소통의 자리였고, 집단지성을 통해 해답을 구하는 최초의 시도였다.

이날 국방부는 발표를 통해 합참 중심의 사이버작전 수행이 가능토록 일원화된 지휘통제체제를 정립했고, 사이버작전 개념과 교리를 발전시켰으며, 사이버조직을 개편 및 보강했다고 말했다. 또 사이버 전문특기 신설 등 전문인력 인사관리제도를 마련하고, 직무능력 중심으로 교육체계를 개선했으며, 사이버방호체계도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합참 또한 합동 사이버작전 개념을 정립했고, 사이버작전 지휘관계와 수행절차를 발전시켰으며, 사이버 전장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운용개념과 사업추진 계획을 마련했다고 발표하면서 사이버 지휘통제체계는 금년 내에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와 합참의 발표를 들으면서 군이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고 나름대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 산·학·연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행사를 기획한 박호 육군 정보화기획참모부장(육군소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는데 군의 폐쇄성 때문에 뒤쳐져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 분야의 발전이 지지부진한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으며, 좋은 의견을 많이 내주어 감사하다”면서 미국 국방부가 2015년 실리콘밸리에 만든 ‘국방혁신실험사업단’((DIUX: Defence Innovation Unit-Experimental)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은 DIUX를 통해 민간의 기술적 성과를 국방에 상시 도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낙중 합참 사이버지통부장, “상용기술의 군사적 활용에 주력해야”

박종현 ETRI 소장, “ICT 기술 결합 못하면 미래전쟁 수행 주체 안 돼”


지난 22일에는 합참이 주관한 ‘합동 사이버지휘통신 발전 세미나’가 있었다. 이날 최낙중 합참 사이버지휘통신부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다양한 잠재적 위협에 동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보유통 수준과 사이버방어 능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통합된 체계를 구축하되, 상용기술의 군사적 활용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조연설 마무리에 “지금이 C4I 체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적기”라면서 “작전과 정보(특히 보안) 그리고 정보통신의 통합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합참과 육·해·공군 및 해병대 간 공감대 형성과 통합된 노력이 필요하고, 산·학·연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도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종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화연구소장도 기조연설에서 “ICT 기술 혁신을 국방에 효과적으로 결합시키지 못한 국가는 미래 전쟁의 수행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 “미국은 신기술 도입을 위해 2015년 DIUX를 실리콘밸리에 설치했고,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을 국방부 혁신자문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채널A와 동아일보가 주최한 ‘2019 K-디펜스 포럼’에서 강은호 방위사업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도 미국 연수 중 DIUX를 몇 차례 방문한 경험을 얘기하면서 “민간의 신기술을 군 무기체계에 적용할 방안을 찾아 2년 내에 개발을 완료하는 DIUX의 모습이 가장 부러웠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8년 임시조직이던 DIUX를 ‘국방혁신단(DIU)’으로 전환해 국방부 내 정규조직으로 편성했다. 기존의 실험적이고 한시적인 조직을 상설기구 성격으로 전환한 것이다. 2018년 9월부터 DIU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브라운은 실리콘밸리의 보안기업 ‘시만텍(Symantec)’의 CEO출신이다. 그는 군보다 민간이 앞서가는 분야로 AI와 사이버보안을 꼽았다.

집단지성으로 해법 찾으려는 노력 신선...“다소 늦었지만 희망 보여”

기술 바탕으로 개념과 교리 만들어야...‘한국형 DIU’ 필요한 시점


최근 국방 사이버안보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 고위급 인사들이 보여준 신선한 모습과 집단지성으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에 보안 전문가들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희망이 보인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편에선 “정보통신 분야에서 나타나는 일부 변화일 뿐 군을 주도하는 정책 및 작전 분야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 최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국방부장관의 과학참모가 없고 합참의장을 보좌하는 기술자 집단도 존재하지 않으며, 기술을 바탕으로 개념과 교리를 만드는 기능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우리 국방부는 지식과 기술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의 ‘국방과학원’은 창의적으로 일하는 교과서 같은 사례”라며 “우리는 기술전쟁에서 패배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우리는 국방과학원과 같은 고등 연구개발 기능이 없고, 연구를 관리하는 관리자 집단이거나 업체를 감독하는 행정관청 같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강은호 방사청 본부장은 K-디펜스 포럼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를 핵심·비닉 기술 중심의 연구체계로 재구조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부와 합참의 주요직위자들이 기술을 바탕으로 개념과 교리를 만드는데 관심을 갖고 강 본부장이 말한 ADD 재구조화가 완성될 때, 한국군은 비로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의 DIU 같은 조직도 생각할 수 있으며, 현재 육군이 그런 노력에 가장 앞서가는 듯하다. 머지않아 ‘한국형 DIU’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사이버안보 진단] (12) 군, ‘폐쇄성’ 버리고 민간 ICT 기술 상시 도입해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