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뉴리더] 범(汎)삼성 두 딸-입지탄탄 신세계 정유경, 출발선상 CJ 이경후(상)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10-21 08:35   (기사수정: 2019-10-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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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사진제공=신세계]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N세대’이자 Y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2019년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기준 재계 순위 50위내 대기업 중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피가 흐르는 ‘범(汎)삼성 기업’은 1위 삼성을 비롯, 신세계(11위)와 CJ(14위) 세 곳이다.

삼성은 이병철 창업주의 뜻에 따라 4남 이건희 회장을 거쳐 현재 이재용 부회장까지 ‘단독승계’를 해왔다.

이런 삼성과 달리 신세계와 CJ그룹의 3세 경영승계는 ‘남매경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창업 3,4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대기업, 재벌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장자(長子)’, ‘아들’ 위주로 이루어져 왔다. LG그룹 3세 구본무 회장이 아들이 없자 조카 구광모 회장을 양자(養子)로 들여 그룹을 물려준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최대의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장녀 서민정씨로의 3세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는가 하면 한진그룹에서도 조현아 조현민 자매가 입지를 과시하는 등 재계에서 딸의 입지가 강화되는 추세다.

한진, 아모레퍼시픽 등 재계 ‘딸의 입지’ 강화추세

이런 현상은 아들 못지 않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딸의 경영능력, 사회적·법적으로 남성과 대등해진 여성의 지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딸한테 기업을 물려줘서 결혼하면 사위, 사돈집 것이 된다”는 의식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는 정용진-정유경 ‘남매경영’이 굳어지고 있고, CJ그룹 또한 이선호-이경후 남매경영이 점쳐지는 것 또한 이런 요인과 더불어 특별한 내부사정 때문이다.


▶신세계, 정용진-이마트, 정유경-신세계백화점 ‘분할구도’


신세계그룹의 최대 주주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회 신세계그룹 회장(74)이다.
이명회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각각 18.2%씩 보유,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신세계로부터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분할해 이마트와 신세계를 두 축으로 현재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이명희 회장의 1남1녀 중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50)은 이마트 주식 10%, 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46)은 신세계 주식 9.8%를 보유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은 2016년 5월 각자 보유한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했으며 이후 계열사 간 영업양수도, 지분정리 등으로 분리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대형마트, 슈퍼마켓, 복합쇼핑몰, 식음료 사업 등을 담당하며 정유경 사장은 신세계를 중심으로 백화점, 면세점, 패션 사업을 담당한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전략적 제휴도 병행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를 SSG닷컴으로 통합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명희 회장이 만들고 있는 이같은 신세계그룹의 분할구도가 정용진-정유경 ‘남매경영’을 밑그림으로 한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부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신세계 정유경 사장 실적 바탕 백화점 독자경영 ‘순항’

정유경 사장은 신세계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사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어 일각에서는 오빠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사장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비주얼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그래픽디자인과를 나왔다.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그룹에 입사한 뒤에도 전공을 살려 호텔 객실의 디자인과 인테리어 일을 하다가 2003년부터 조선호텔 프로젝트실장 상무를 맡고, 2005년부터는 베이커리사업 진출을 주도했다.

2009년 12월, 신세계 부사장으로 해외 유명 쇼핑몰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샤넬, 에르메스 등의 고급 해외 브랜드 입점에도 성공했다.

또한 생활용품 브랜드인 ‘자주(JAJU)’를 성장시키는 한편, 화장품, 면세점 사업에도 진출해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경영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장자인 정용진 부회장으로서는 그룹의 성장을 위해 단독승계에 의한 ‘선단경영’을 희망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보면 정유경 사장에 대한 이명희 회장의 신뢰와 애정이 드러난다.

실제로 지난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들어 이마트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는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남매경영’이 더욱 공고화 될 것으로 보인다.


▶CJ, '이재현-이미경'→'이선호-이경후', '남매경영?


CJ그룹 이재현 회장(59)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대 종손,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31)은 4대 종손이다.

이 회장의 1남1녀중 이선호 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 올해 4월 식품전략기획1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CJ그룹의 주 업종과 관련된 대한 업무를 익혀왔다.

CJ그룹은 이선호 부장이 이병철 회장의 종손이라는 특별한 위치와 더불어 이재현 회장의 건강 문제 때문에 일찌감치 경영승계를 준비해왔다.

이에따라 지난 4월 이선호씨가 지분율 17.9%를 보유하고 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사업부문과 올리브영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IT부문을 CJ(주)로 편입시키면서 그룹 지주사인 CJ(주) 지분 2.8%를 최초로 확보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6.9%를 보유하고 있던 이재현 회장의 딸 이경후 CJ ENM 상무(33) 또한 CJ(주) 지분 1.2%를 취득함으로써 이들 남매는 이재현 회장(42.0%), 국민연금(7.4%)에 이어 각각 3·4대 주주에 올랐다.


CJ 장남 이선호 구속으로 누나 이경후 상무 대안 ‘급부상’


하지만 지난달 이선호 부장이 마약밀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이경후 상무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이경후 CJ 상무 [사진제공=CJ]

이경후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2011년 지주사 CJ의 사업팀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CJ오쇼핑 상품개발, 방송기획 등을 거쳐 2016년부터 CJ 미국지역본부에서 근무했다.

2017년 3월 상무대우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에 올랐고 8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2018년 7월부터 CJ ENM에서 브랜드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재현 회장이 누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60)과 역할을 나눠 그룹을 이끌어왔듯이 아들과 딸인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가 힘을 합쳐 그룹을 이끄는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경 부회장은 이재현 회장을 도와 완벽한 파트너십을 보이며 CJ그룹의 미디어사업을 이끌어 지금의 CJ그룹을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이재현 신세계그룹 회장(오른쪽)과 이미경 부회장 [사진제공=CJ그룹/연합뉴스]

지난해 이재현 회장이 이경후 상무를 CJ ENM으로 발령내자 그룹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이선호 부장에게는 CJ그룹의 전반적 경영과 바이오, 식품사업을 맡기고 이경후 상무에게는 미디어사업을 맡김으로써 ‘이재현-이미경 남매경영 모델’의 재현을 점쳐왔다.

한편 이선호 부장의 마약 밀반입 혐의로 경영권 승계에 차질이 불가피함에 따라 이경후 상무의 역할은 당초 구상보다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 상무는 지난 20일 아버지 이재현 회장과 함께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 ‘더 CJ컵(THE CJ CUP)’ 대회장을 찾았다.

이 상무뿐 아니라 이경후 상무의 남편인 정종환 CJ 상무도 그룹에서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경후 상무 역시 이선호 부장과 마찬가지로 아직 어린 나이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단계로 경영에 대한 재능이나 성과를 보여준 것이 없어 CJ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당초보다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계자 1순위인 이 부장이 재판에서 실형을 받으면 향후 경영권 승계에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은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도 등기임원 선임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 부장이 전과가 없는데다 미국에서는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대마 가공제품을 별다른 죄의식 없이 들여왔다는 점에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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