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뉴리더]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하) 그룹의 미래, 이해욱체제 확립 위한 ‘3대 과제'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10-14 07:35   (기사수정: 2019-10-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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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N세대’이자 Y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대림산업 이사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해욱 회장 [사진제공=대림산업]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최천욱 기자] 14일로 대림그룹 3세 경영인,이해욱 회장이 취임한 지 9개월이 된다.

이 회장은 입사 24년,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9년, 52세라는 적지않은 나이에 회장으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2세 경영자인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이 지난 2001년 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고려하면, 이해욱 회장으로의 경영승계에 난관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회장은 취임식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 취임 일성으로 “명예회장님(아버지이자 2대 경영자 이준용 명예회장을 지칭)과 선배님들이 이루어 놓으신 대림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라는 간단한 메시지만 던졌다.

재계 안팎 ‘반신반의(半信半疑)’ 시선에 부담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반신반의(半信半疑)’다. 재계에서 대림은 이해욱 회장을 둘러싼,이른바 ‘오너리스크’가 높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대림그룹과 ‘이해욱 체제’의 순항을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너리스크’ 극복 ▲경영권 위협 제거 ▲비즈니스모델 확립과 실적개선 등 세 가지를 지적한다.

▶과제①:오너리스크 극복

회장 취임 이후 이해욱 회장은 그룹의 크고 작은 일을 빠짐없이 챙기면서 적극적이고 활발한 경영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언론 등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재계순위 18위의 대림그룹이지만, 제대로 된 회장의 프로필 사진 한 장 내놓지 않는다.

이해욱 회장이 이처럼 ‘은둔경영’을 하는 것은 회장 취임 전 있었던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취임직 후 청와대 행사 초대 못받아 ...“여론 고려”


이 회장은 2016년 자신의 개인 운전기사들에게 욕설과 폭행 등 ‘갑질’을 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으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승계를 위한 ‘일감몰아주기 논란’, 상속자금 확보를 위한 ‘무리한 배당’은 물론, 하청업체에 불리한 하도급계약, 호텔상표권 문제 등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켜 피소되거나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이런 논란 때문인지, 이해욱 회장의 취임 바로 다음날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자산순위 25위내 대기업 중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과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사회적 여론을 고려했고, 동시에 논란이 다시 부각될 경우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해욱 체제 확립’과 오너리스크 극복을 위해 창업주인 할아버지 수암(修巖) 이재준과 아버지 이준용 명예회장이 추구했던 ‘청부(淸富)사상’을 돌이켜 볼 것을 주문한다.


창업주 이재준의 ‘청부(淸富)사상’ 돌아봐야


이재준이 추구한 청부사상의 요체는 ‘덕(德)이 있는 부(富)’로 설명된다.

수암은 ‘왕손(王孫)’으로서 자부심을 바탕으로 그가 일군 재산과 기업에 도덕성을 불어 넣고자 노력했다.

불시에 공사현장을 찾아 인부들의 식단을 챙기고, 형편이 어려운 직원들에게 쌀과 반찬을 나눠주는 ‘상생경영’, 낯선 땅에 가서 과감하게 개척하면서도 어려울 때는 꾸준히 버티는 선비적 기질로 최장수 건설기업의 토대를 만들었다.

재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대림그룹과 이해욱 회장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물의(物議)에도 불구하고 큰 사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던 이유로 선대 경영자들의 이같은 적선(積善)과 음덕(蔭德)을 꼽기도 한다.

대림 뿐 아니라, 지금 재계의 3,4세 경영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창업주들의 검소한 정신과 선비적 도덕성, ‘유교 자본주의’의 뿌리를 잊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해욱 회장이 취임 후 보여주고 있는 ‘은둔경영’이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일들이 잊혀질 때 까지, ‘시간끌기’가 아니라 쇄신과 비전을 준비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림그룹 창업주 이재준 회장(오른쪽)이 포항제철 열연공장 준공식에서 박태준 회장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사진제공=대림산업]

▶과제②:경영권 위협 제거

대림그룹에서 대림산업은 실질적 사업지주 회사, ‘몸통’이다. 그룹의 매출 대부분이 대림산업에서 나오고 대부분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욱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3.1%에 불과하고 외국인 지분율이 50.6%,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주주권 행사를 천명한 국민연금도 12.2%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대림산업에 대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 “(외부세력)이 뚫고 들어 올 틈이 있다”고 지적해왔다.

강성부펀드 (KCGI), 대림산업 2대주주로...경영권 위협 주목

최근 강성부 펀드(KCGI)가 대한항공,아시아니에 이어 대립그룹에도 손을 뻗침으로써 이같은 경영권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KCGI는 1,200억원을 들여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 보유하고 있던 재림그룹의 지주회사,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를 매입, 이해욱 회장(52.3%)에 이어 2대주주에 올랐다.

‘통일과 나눔’의 주식은 2016년 10월 이해욱 회장의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으이 기부한 것이다.

당시 이 명예회장으로서는 사회봉사 차원에서 ‘통큰 기부’를 한 것인데 하필이면 행동주의 펀드에 넘어가 경영권 위협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일단은 대림산업의 양호한 ‘펀더먼털’, 높은 배당성향을 바탕으로 배당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KCGI가 아시아나 인수전에 뛰어듬으로써 배당을 넘어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이해욱 회장이 내년에 등기임원 만기가 도래하는데다 대림산업에 대한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대림코퍼레이션과의 합병 가능성까지 점쳐지던 상황이어서 추후 지배구조 개편 및 경영권 문제가 주목된다.

청와대에 초청받지 못한 것처럼, 이 회장을 둘러싼 사회적 비난이 높은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대림산업 지분 12.2%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결국 이해욱 회장 스스로 나서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대림그룹의 비전, 경영쇄신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시장과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끌기 식 은둔경영이나 침묵이 답이 될 수 없는 이유다.


▶과제③:비즈니스모델 확립, 실적개선


최근 3년을 보면 그룹의 주력, 대림산업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자본시장의 평가도 양호한 편이다.

지난 8일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올해 연결기준 매출 9조6,560억원, 영업이익 9,87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18년 실적과 비교해 매출은 12.1% 줄지만 영업이익은 16.7% 늘어나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대림산업 건축부문이 상반기에 도시정비사업, 일반 건축 등 1조8,000억원 규모 신규수주를 달성했다”며 “분양가 상한제 관련 우려와 상관없이 2019년 목표인 5조5,000억 원 수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축부문의 주택 분양도 순조롭게 이루어져 대림산업은 9월까지 주택 1만6,000 세대를 분양해 연간 목표의 60%를 채웠다.


대림산업 영업실적 호조...이 회장 석유·화학 에너지 다각화 ‘주역’


또 플랜트 부문에서도 올해 현대케미칼 대산 석유화학공장(HPC), 러시아 정유공장, 미국 걸프만(USGC) 석유화학공장 등 모두 1조5,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목표 2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그룹은 종합건설사업을 모태로 성장해 석유화학사업을 통해 발전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건설·엔지니어링·석유화학·무역·제조·금융·정보통신·레저·물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 매출의 70% 이상이 대림산업의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의 위축 등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건설사업의 토대 위에 다각화와, 첨단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해욱 회장은 지난 10여년간 그룹의 실질적 경영을 맡아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과 함께 건설위주 기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석유화학 및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디벨로퍼로를 목표로 다양한 투자를 해왔다.

특히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대림산업은 10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2010년 독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고반응성 폴리부텐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선정한 ‘광복 70주년 과학기술 대표 성과 70선’에 포함되기도 했으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최초로 석유화학의 본고장인 미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또 국회의사당, 세종문화회관을 지은 국내 최초의 건설회사 답게 광화문 D타워를 성공적으로 개발했으며 서울숲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와 세계 최장의 현수교로 건설 중인 터키 차나칼레 대교를 디벨로퍼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사업 분야에서는 태국 PTT 글로벌 케미칼과 함께 미국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디벨로퍼 방식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투자를 검토중이다.

대림은 에너지 분야에서 포천의 LNG복합화력발전소를 포함하여 호주, 칠레, 요르단 등 7개 국가에서 석탄화력, LNG,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발전소까지 총 4GW의 발전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e편한세상’, ‘아크로’로 고급주택 석권...대림그룹 진화의 ‘토대’


현재 건설,주택분야는 분양가 공개 등 정부와 정치권의 각종 반(反)시장적 정책으로 인한 이른바 ‘P의 공포(Policy, 정책 공포)’가 엄습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도 고급주택 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대림의 선전은 “시장(市場)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명품은 불황이 없다” 는 말이 진실임을 입증했다.

대림은 ‘e편한세상’과 ‘아크로’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주택 고급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택 분야의 경쟁력이 있었기에 건설업을 중심으로 80년을 버텨온 것이다

이해욱 체제 대림그룹의 나아갈 방향 또한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사 등 먹거리산업이 더 이상 낡은 전통산업이 아니듯, 건설·주택산업 또한 최첨단 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믿음, 국내 최초 건설사로서 실력과 자부심의 토대 위에서 대림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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