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① 경력: '소통'하는 '전방위 게임체인저'
이원갑 기자 | 기사작성 : 2019-10-24 07:12   (기사수정: 2019-11-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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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일러스트=민정진ⓒ뉴스투데이]

‘친정 체제’ 원년에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문화 뿌리째 개혁 착수

다양한 소통 통해 '혁신의지' 공유 노력

22일 ‘타운홀 미팅'서 고정관념 탈피와 '자유의지' 강조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정의선(49)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소통'하는 '전방위 게임체인저'이다. 자동차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통념을 파괴하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모빌리티 서비스기업'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가 하면, 기업문화와 직급체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산업화시대의 유물인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바꾼 것도 선도적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한 것은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그 성과는 전방위적이라고 평가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는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앞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가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자신의 롤모델이 '게임체인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기업혁신의 과정에서 '소통'이 중시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국내 10대 대기업 총수 중 정 수석부회장 만큼 소통에 공을 들이는 경우는 발견하기 어렵다. 자신의 혁신의지를 임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공유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지난 22일 양재동 현대차 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이 단적인 사례다. 정 수석부회장은 회색 면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참석해 1200여명의 임직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고 사진 촬영에도 응했다. 그가 던진 화두는 명료했다. "고정관념을 내던지고 혁신을 주도하라"는 주문이었다.

이날 그가 간편 복장을 한 것도, 파워포인트를 버리고 간결한 보고를 하라고 주문한 것도 모두 과거의 관행에서 자유로와짐으로써 생각의 자유에 도달하라는 메시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회장의 1남 3녀 중 외아들, 1999년 현대차 평사원으로 입사


정 수석부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1남 3녀 중 외아들이다. 1970년생이다. 1997년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해 귀국, 199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구매 분야 평사원에서 시작한 그는 2001년 상무, 2002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기획과 마케팅, 영업 분야를 두루 거쳤다. 2003년에는 기아차에서 기획실장(부사장), 2005년에는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2009년부터는 10년 동안 현대차에서 기획 및 영업 부문 부회장으로 일했다.

부회장으로서 그는 2017년 소형 SUV 코나, 2018년 팰리세이드와 수소차 넥쏘 등 회사의 간판 모델들을 직접 나서 공개했다. 특히 2017년 회사가 판매 부진의 수렁에 빠진 해에는 매달 글로벌 시장 점검을 다녔다.

지난해까지의 이 같은 노력이 올해 초 신년사대로 "정몽구 회장의 의지와 철학을 계승"한 것이라면 올해부터 보이고 있는 그의 ‘개혁 드라이브’는 "미래지향적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실천"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 [자료 출처=과학기술정책연구원]

앱티브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2.4조 투자 결단, 미래차 선도 포석

실적 가뭄에 ‘팰리세이드’ 단비…투자 행보에 뒷받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근 자율주행차량 분야에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와 함께 현대차의 성장 방향을 90도 꺾는 결단이다.

지난 9월 23일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분야에 20억 달러(한화 약 2조 37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자동차 전장 기업 앱티브(APTIV, 옛 델파이)와 같은 비율로 공동 출자해 자율주행차량 소프트웨어 전문 합작법인(JV)을 내년 중에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앱티브는 자율주행차 업계에서 GM, 포드, 웨이모 등과 함께 선도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레벨 4(인간 감독 하 자율주행) 및 레벨 5(완전자율주행) 수준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현대차가 기술 개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는 회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투자계획을) 발표한 시점이 오래되지 않아 아직 세부적인 건 나오지 않았다”라며 “순차적으로 집행될 것이나 세부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 같은 행보를 지속하기 위해 정 수석부회장에게 필요한 부분은 결국 ‘총알’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자동차 시장 전반이 장기적인 판매 부진을 지나 온 터라 투자금 확보에 더 목이 말라 있을 수 밖에 없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성적은 전향적이다. 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0.17%(2869억원) 늘었고 누적 기준으로도 26.4%(4305억원) 증가했다. 기아차 역시 두 자릿수 영업이익 성장률을 보였다.

이처럼 정 수석부회장의 숨통을 트이게 한 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성공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신차 효과를 받아 판매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증산까지 결정된 데 따른 결과다. 환율 증가세도 멈추지 않으면서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 2월 19일 현대차는 에어리퀴드, 넬, 니콜라, 쉘, 도요타 등 5개사와 상용 수소전기차 부품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전기·수소차 라인업 전개도 가속화…수소 트럭까지 확대

아버지 정몽구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왔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역시 비율을 계속 늘려 가게 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공동 회장으로 취임해 수소경제 확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동차 및 에너지 업계의 13개 업체 공동 협의체로 출발한 이 위원회는 54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당시에도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계획을 분명히 했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친환경차 비중은 올해 4.6%에 달할 것”이라면서 4년 만에 5배 증가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8월 29일에는 준대형 트럭 '파비스' 신차발표회에서 친환경 상용차 전동화 계획도 발표했다. 중대형 트럭과 고속버스에 수소전기차 기술을 적용하고 도심 주행용 중소형 전기 상용차를 내놓는 투트랙 전략이다.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7종, 수소전기차 10종을 내놓기로 했다.


'순혈주의' 깬 파격 인사로 '친정체제' 구축

임직원 직급 간소화·복장 자율화로 수평적 조직 지향

이처럼 전례 없는 개혁을 추진하기에 앞서 지난해 말 정 수석부회장은 핵심 인사 물갈이에 나섰다.

아버지의 측근들을 현대제철 등 계열사 부회장으로 내려보내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그룹 중심부에는 새 인물들을 기용했다. ‘MK 라인’에 충분한 예우를 갖춤과 동시에 현대차의 ‘경로를 재탐색’하기 위해서다.

특히 연구개발본부의 수장에는 외국인 임원인 알버트 비어만 시험고성능차담당 사장을 앉혔고 스마트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를 총괄하는 전략기술본부 수장으로는 지난 2017년 삼성전자에서 영입해 온 외부 전문가인 지영조 사장이 선임됐다.

내부적으로는 임원과 직원의 직급을 단순화하고 복장 자율화를 시행해 ‘젊은 피’의 발언권을 높였다.

지난 3월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안에서 현대차는 임직원 직급을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였다. 임원 직급은 ‘이사대우’, ‘이사’가 빠진 ‘상무-전무-부사장-사장’으로, 직원 직급도 G1(4급+5급), G2(대리), G3(과장), G4(차장+부장)로 개편됐다.

복장은 일찍이 정 수석부회장 스스로 솔선수범했다. 지난 2017년 소형 SUV ‘코나’ 공개 행사에서 그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고 영업본부에서는 시범적으로 넥타이가 사라졌다.

그후 2년이 지난 올해 3월에는 전사적으로 복장 자율화가 시행돼 운동화와 티셔츠, 청바지 등이 허용됐다. 같은 달 사내 방영된 수소차 ‘넥쏘’의 자율주행 영상에는 정 수석부회장이 캔버스화에 넥타이 없는 차림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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