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사모펀드 규제강화로 모험자본 생태계 위축 우려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9-10-13 07:11   (기사수정: 2019-10-1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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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우리은행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피해자들과 금융정의연대 관계자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원금손실, 환매중단에 신뢰 잃은 사모펀드 시장

금융당국 규제 강화 시사..시장 위축 우려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잇단 악재로 논란을 낳고 있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시사하면서 모험자본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사모펀드의 순기능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성수 위원장은 전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악재가 반복되고 있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하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시사했다.

그동안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줄곧 규제완화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과 JB자산운용의 호주 부동산 투자 사모펀드 계약위반, 독일 부동산 사모 파생결합증권(DLS) 환매 연기,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등 사태가 확산하자 기존 입장에서 돌아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제약이 덜한데다 정부의 육성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해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이 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모펀드 수는 2015년 8974개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만1397개로 27% 늘었다.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 건수는 2016년 66만8841건에서 2019년 8월 말 기준 100만1849건으로 49% 급증했다.

제윤경 의원은 "2015년 정부가 발의한 자본시장법이 통과되면서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대거 이뤄진 것이 방아쇠가 됐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는 2014년 9월5일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15년 7월6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부작용도 뒤따랐다. 운용사들은 규제 완화를 기회로 고위험 투자에 서슴없이 나섰다. 최근 일부 펀드의 환매 중단을 결정한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에 투자했지만, 증시 급락으로 CB 전환을 못했다. 라임자산의 환매 중단 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는 3000여명, 설정액은 62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시중은행도 파생형 사모펀드 판매에 적극적으로 손을 댔다. 최근 5년간 16개 시중은행의 증권형 파생상품 판매 현황에 따르면 주가연계특정금전신탁(ELT)·파생결합증권신탁(DLT)·주가연계펀드(ELF)·파생결합증권펀드(DLF)의 판매 잔액은 2015년 30조원대에서 올해(8월 7일까지) 49조8000억원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대규모 투자 손실도 발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10일) 만기인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 금리 연동 DLF는 73%의 원금 손실률을, KEB하나은행의 영미 CMS(이자율스와프) 금리 연계 DLF는 처음으로 60% 손실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문제도 불거졌다.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파생결합상품을 보수적인 은행 이용자에게 팔면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의 절차를 밟지 않은 정황들이 드러났다. 한 투자자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거라 위험성이 낮을거라고 생각해 믿고 가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제가 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 수준으로 전체 판매 잔액의 99.12%(8150억원)는 은행에서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됐다. 개인투자자(3654명)가 투자한 금액만 7326억원으로 전체의 89.1%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금융정의연대와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등 원금손실을 본 투자자와 시민단체는 전날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상품이 나올때마다 공부를 해야할 정도로 복잡한 상품인데, 안정적이고 예금적인 성격이 강한 은행에서 판매하다보니 믿고 맡긴 개인투자자들이 대다수"라며 "판매할 때 절차적으로 위험고지를 명확히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모펀드 운영사의 무리한 투자와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395조4181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3조5000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달 평균 8조~9조원 이상 규모를 불려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최근 투자자의 피해가 커지자 규제 손질에 나설 것을 예고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규제 강화가 스타트업이나, 혁신기업 등에 자본 공급이라는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는 사모펀드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문제가 된 불완전 판매와 무리한 투자에 나선 운용사를 문제 삼아야지, 사모펀드의 기능 자체를 흔들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사모펀드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절차를 안지키고 판매하거나,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믿고 가입한 고객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규제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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