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84) 문 대통령과 삼성전자 이재용의 악수에서 드러난 ‘한국식 예절의 극치’
오세은 기자 | 기사작성 : 2019-10-11 07:19   (기사수정: 2019-10-1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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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신규 투자 계획 발표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 하고 있다.[그래픽=뉴스투데이]

한국식 악수 예절,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손을 힘있게 쥐지 않아

‘오른손’ ‘왼손’ 다 편 이재용 부회장, 문 대통령 향한 존경심 표현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악수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인사법 중의 하나다. 그러나 나라마다 격식이 있다. 잘못하면 결례할 수도 있다.

예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도 물론 '악수의 정석'이 존재한다. 악수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청한다. 아랫사람이 손을 불쑥 내밀면 예절에 맞지 않는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손을 힘주어 잡아서도 안된다. 손을 맡기듯이 자기 손을 펴는 게 적절하다. 힘주어 잡으면 대등한 관계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아랫사람은 고개나 몸을 숙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 비해 윗사람은 힘있게 아랫사람의 손을 잡는 것은 애정의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윗사람은 자신의 왼손으로 아랫사람의 오른손을 덮어 쥐면서 토닥거릴 수도 있다. 이는 격려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랫사람이 그런 동작을 취하면 결례에 해당된다.

이러한 한국식 악수예법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 협력 협약식’에서 이루어진 문재인 대통령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악수다. 이 부회장은 QD(퀀텀닷)디스플레이에 대한 13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 한 뒤 단상에서 내려와 문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 악수하기 위해 뻗은 오른손을 곧게 폈다.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가볍게 감싸쥘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왼손도 펴서 오른쪽 팔꿈치에 대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국가원수이면서 연장자인 문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문 대통령의 오른손은 이 부회장의 손을 감싸 쥐고 있다.

또한, 악수할 때 손을 맞잡는 신체 접촉뿐 아니라, 상대방의 눈 색깔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도 예의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서로의 손이 아닌, 눈을 쳐다보는 것도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보다 15살 많아

정치권력이 우위인 한국사회의 특수성이 낳은 풍경


이런 악수방식의 차이는 연령 격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1953년 1월생으로 올해 66세이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1968년 6월생으로 올해 51세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보다 15살 더 많은 연장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소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최고의 정치 권력자이고, 이 부회장은 한국 재계 서열 1위 그룹 삼성전자 총수다. 대통령이 재계 총수보다 사회적 지위 및 힘관계에서 월등한 우위에 있는 게 한국적 현실이다. 이 부회장의 악수법은 문 대통령이 연장자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이 같은 역학구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 지난 3월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주 식당에서 미국 노동 정책 자문위원회 회의가 시작되기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 하고있다. 쿡은 트럼프의 손을 꽉 잡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트럼프보다 14살 적은 팀 쿡 애플CEO, 트럼프만큼 힘있게 손잡고 악수

정치사회적 구조의 차이가 낳은 서로 다른 '풍경'

이에 비해 미국, 유럽과 같은 서구 선진국에서는 연장자나 윗사람이라는 사실이 악수라는 사회적 행위에 영양을 주지 않는다. 대통령과 악수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손을 잡지못하고 곧게 펴서 예를 표하는 경우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애플의 팀 쿡 CEO가 악수하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팀 쿡도 트럼프만큼 강하게 상대방의 손을 쥐면서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는 해외 정상들과 악수할 때 손을 꽉잡아서 흔드는 제스춰를 통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손을 잡은 팀 쿡의 악력도 사진상으로 보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대등한 관계인 셈이다. 하지만 연령차이는 크다.

쿡은 1960년 1월생인 쿡은 59세이고, 1946년 6월생인 트럼프는 73세이다. 14살 차이이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연령차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두 그룹 간의 악수법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정치사회적 구조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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