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기획] 한글 망치는 ‘야민정음(野民正音)’을 아시나요?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10-09 07:10   (기사수정: 2019-10-0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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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9일은 573돌 한글날이다.

1446년, 세종대왕께서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운 한글을 만들어 반포하셨기에 21세기 대한민국이 IC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하고, 진화 또는 퇴보하게 마련이다.

한글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쓰이는 우리 말은 더 이상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아니다. 10~20세대, 'Z세대' 이자 ‘밀레니엄 세대’가 소통의 효율성과 스피드를 위해 사용하는 한글은 ‘야민정음(野民正音)’이다.


◆ 야민정음 표기: '멍멍이'→'댕댕이', '폭풍눈물'→'롬곡웊눞'


야민정음은 유명한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국내야구 갤러리’의 ‘야’와 ‘훈민정음’의 ‘민정음’을 붙인 합성어다.

2015년 무렵부터 국내야구 갤러리에서 비슷한 글자들을 서로 바꾸어 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존 신조어들이 긴 단어를 줄여서 사용했다면 야민정음은 뜻과 무관하게 글자 모양을 변형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머’, ‘파→과’처럼 비슷한 글자를 서로 바꾸는 것부터 글자의 회전, 압축, 한자 및 로마자를 사용해 단어를 변형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멍멍이’는 ‘댕댕이’가 되고 ‘폭풍눈물’은 글자를 뒤집고 순서를 바꿔 ‘롬곡웊눞’이 된다.

‘야민정음’은 앞서 등장한 ‘급식체’와 함께, 10대들 및 특정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할 만큼 대중화 됐다.

신조어를 아느냐 알지 못하느냐는 잘 노는 사람과 놀지 못하는 사람, 요즘 사람과 옛날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 급식먹는 10대 언어, 급식체...고도의 압축

급식체는 급식을 먹는 세대, 즉 10대들이 사용하는 문체라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초·중·고생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이 신조어는 '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처럼 문장이나 단어를 줄이는 형태가 보통이다.

또 "오지고~지리고~렛잇고~"처럼 의미적 연관성은 없지만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연이어 쓰는 형태나 "ㅇㄱㄹㅇㅂㅂㅂㄱ" 처럼 초성만 사용해 말하는 형태까지 다양하다.

1990년대 PC통신 상용화와 함께 등장한 신조어는 각종 커뮤니티와 온라인 채팅사이트를 기반으로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 시대, '하이루' '안냐세여’ 같은 신조어에서 출발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족' 처럼 특정 집단을 묶어서 부르기도 하고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 등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줄임말 형태로도 발전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메신저가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으면서 신조어는 1020세대 뿐 아니라 3040세대에까지 전파됐다.

그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신조어들이 탄생하게 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 ‘급식체’와 ‘야민정음’인 것이다.

이제 온라인 신조어는 젊은 세대들에게 하나의 놀이문화이자 중요한 소통수단으로 정착됐지만 한편으로는 한글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세대간 소통 단절을 부른다는 우려가 크다.

▶ 야민정음 급식체 대화 ◀

철수: 어제 BTS 정국 사진봤냐? 완전 팬아저 아니냐
영희: “ㄹㅇ 진짜 커엽...ㅠㅠㅠ 진짜 세젤멋이야...오빠...
철수: ? 오빠라니? 니가 나이 더 많아
영희: ^^팩폭금지;

▶ 해석 ◀
철수: 어제 BTS 정국 사진봤냐? 완전 팬 아니어도 저장할 것 같지 않냐
영희: 리얼 진짜 귀여워 ㅠㅠㅠ 진짜 세상에서 제일 멋져 오빠
철수: ? 오빠라니? 니가 나이 더 많아
영희: ^^팩폭(팩트폭력,반박할 수 없는 사실로 충격을 주는 것)금지;


◆ 야민정음, 급식체 활용하는 유통업체


기업들은 젊은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그들의 언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급식체’, ‘야민정음’등의 신조어를 이용한 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팔도는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기존 제품보타 5배 매운 ‘팔도 네넴띤’을 내 놓았다.

'팔도비빔면'을 야민정음으로 표기한 것인데 5일만에 온라인 판매물량 7만5000개 모두를 팔아 치웠고, 2차 온라인 판매도 하루만에 매진됐다.

마케팅의 주 전장인 편이점의 네이밍 방식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변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2017년 부터 급식체와 야민정음을 사용한 디저트 제품을 출시하면서 SNS 상에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제품이 쇼콜라 생크림 케이크인 ‘ㅇㄱㄹㅇㅂㅂㅂ(이거 레알 반박불가) 생크림케이크 ’ㅇㅈ?ㅇㅇㅈ(인정? 응 인정)‘등이다.

해당제품을 CU에 납품한 업체의 매출액은 2017년 36억원에서 2018년 114억원으로 3배이상 늘었다.

롯데제과도 40여년 간 소비자들의 사람을 받아온 최장수 과자 브랜드 ‘롯데샌드’의 이름을 ‘롯샌’으로 바꿨다. 요즘 10대들이 긴 단어를 무조건 줄여서 사용하는 현상 때문이다.


◆ 한글날 맞아 무료서체 내놓은 유통업계

그런가 하면 한글날을 앞두고 식품·유통업계가 무료 서체를 내놓기도 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한글날을 맞아 새로운 무료 서체 '배달의민족 을지로체'를 8일 선보였다. 서울 을지로라는 공간의 느낌을 서체에 담아냈다고 배달의민족은 설명했다.

빙그레도 새로운 한글 글꼴 '빙그레 메로나체'를 무료 배포한다. 메로나체는 메로나 아이스크림의 네모난 형태와 산뜻한 맛을 글꼴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빙그레가 비용을 부담하고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한국글꼴개발연구원이 자문하고 윤디자인그룹이 디자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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