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군 이야기](9) 우리는 '낙하산 강하 훈련' 받은 첫 3학년 생도
최환종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9-10-10 15:52   (기사수정: 2019-10-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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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하산 강하 장면 [사진=최환종]

선배생도들은 '10미터 타워 낙하훈련'만 받아

우리 동기는 실제 낙하산 강화훈련 받은 '공사 최초의 기수'돼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공군사관생도가 이수하는 훈련 중 가장 멋있고 흥미진진한 훈련을 꼽으라면 필자는 비행훈련과 낙하산 강하훈련을 꼽는다. 이중 낙하산 강하훈련은 선배 생도들까지는 ‘낙하산 강하 기초 훈련 및 10미터 타워에서 뛰는 것’까지만 실시했는데, 우리 때부터 갑작스럽게 ‘낙하산 강하 훈련’으로 변경되어 실시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궁금했다. 낙하산 강하 훈련의 내용이 무엇인지, 훈련 강도는 어떤지 등등. 선배 생도들은 10미터 타워에서만 뛰었기 때문에 실제 낙하산 강하 훈련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었고 다만 엄청 힘들지 않겠느냐는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우리 동기들은 ‘공군사관학교에서 낙하산 강하 훈련을 받는 최초의 생도들이 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훈련에 입과한다’는 말들은 주고 받았지만 처음이니만큼 막연한 불안감과 은근한 부담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튼 시간은 흘러 초여름이 시작되기 전, 공군 00부대로 낙하산 강하 훈련에 입과했다. 마음속으로 긴장을 하고는 갔으나, 입과 첫날부터 실시되는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훈련은 오전 일과 시작 시간에 맞춰 해당 부대로 가서 하루종일 훈련을 받고, 일과 이후에는 생도대로 돌아와서 저녁 일과를 보냈는데, 첫 주에는 체력 훈련과 지상 훈련이 너무 고되어서 잠자리에 들 때는 다음날 태양이 떠오르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육체적인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내할 수 있었고, 정신력과 체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훈련 2주차에 접어들면서는 훈련 내용을 즐길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돌이켜보면 인간의 적응력이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그렇게 힘든 훈련이,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고 힘들어도 힘든 줄을 모르게 되니.

막바지 훈련인 '10미터 타워 뛰어내리기'는 불괘한 느낌

막바지 훈련은 10미터 타워에서 뛰어 내리는 것이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뛰는 것이 아니라 낙하 자세를 잡으면서 뛰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중에서 몸이 회전하면서 낙하산 줄이 엉키게 된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는 10미터라고 하는데, 역시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지상에서 볼 때는 별 것 아닌 높이지만 막상 10미터 위에 올라가면 그리 상쾌한 기분은 아니다.(오히려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는 그런 불쾌한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워낙 고도가 높아 지상의 건물들이 장난감같이 보여서 그럴까?) 그리고 10미터 위에서 뛰려면(물론 안전줄은 몸에 묶고 있지만) 담력이 없으면 뛰지 못한다. 10미터 타워에서 뛰어내리는 훈련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낙하산 강하'하는 날, 여유 보이려는 웃음 속에 '긴장감' 숨겨

실제 낙하순간, 약한 충격 느꼈지만 '상쾌한 기분'이 온 몸 감싸

훈련 마지막 주! 드디어 ‘낙하산 강하’를 하는 날이 밝았다. 얼굴에는 검은색 위장을 하고, 낙하산을 착용하고 C-123 수송기에 탑승했다. 비행기가 시동을 걸고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진입하는 가운데, 동기생들은 서로 여유있게 보이려고 웃음을 지어 보이지만, 검은색 안면 위장에도 불구하고 동기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뚜렷이 보였다. 필자도 마찬가지이고.

그리고, 최종 장비 점검 후, 강하 지점에서 한 명씩 비행기 문을 박차고 공중으로 나갔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전까지는 다소 떨렸지만, 비행기 밖으로 뛰어나가 허공에 몸이 떠 있는 순간, 사방이 조용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매우 편안했다. 그리고 약 3초 후, 낙하산이 펼쳐지는 약한 충격을 느꼈고, 고개를 들어 낙하산이 정상적으로 펼쳐졌음을 확인했다.

그때의 그 상쾌한 기분! 몇 주간의 힘들었던 훈련과정이 보상을 받는 순간이었다. 낙하산 강하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기분을 모를 것이다. 낙하산 형태를 보니 S-17 타입이다. 이 낙하산은 구형 T-10 타입보다 개량된 것으로 방향 조종 성능이 좋다. 필자는 낙하산 강하 기간 내내 운 좋게도 모두 S-17 낙하산을 배정받았다. 공중에서의 짧은 시간이지만 3차원 공간에서 낙하산을 조종하며 강하 지점으로 내려오는 기분은 ‘무척 자유로운 느낌’ 이었다.

▲ 지상 착지 후 낙하산을 정리하는 동기생 [사진=최환종]

땅에서 뒤따라 오는 동기생들의 낙하 모습 지켜봐

먼 공중의 작은 점들이 수많은 꽃들로 피어나는 광경 목격

한편, 낙하산 강하를 먼저 마치고 지상에서 타 동기생들의 낙하산 강하를 볼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작은 점으로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점에서 작은 천 조각이 나오는가 싶더니, 천 조각은 이내 꽃봉오리로 변하고, 이어서 한송이의 꽃으로 피어난다.

하늘에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 낙하산이 펼쳐지면 마치 하늘에 꽃이 피어나는 것 같다. 볼수록 멋진 광경이다. 지금도 낙하산 강하 장면을 보면(실제로 보던, TV에서 보던) 그때의 감동이 마음속에 살아난다.

규정된 횟수의 낙하산 강하를 모두 마치고, 생도대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우리 모두는 ‘힘든 훈련을 마무리했다는 만족감’에 젖어 있었다. 다음날, 00부대에서 낙하산 강하훈련 수료식이 있었고, 모두들 왼쪽 가슴에 은빛 낙하산 흉장을 부착했다. 또 하나의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다음에 계속)




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초빙교수(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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