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4차산업 기술](11)‘해피엔딩’ 될 수 있었던 ‘살인의 추억’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10-02 07:11   (기사수정: 2019-10-0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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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살인의 추억’ 포스터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2003년 4월 개봉한 영화,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은 여러 미디어와 비평가가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영화로 꼽을 정도로 명작이다.

최근 30년만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범인이 밝혀지면서 영화채널을 중심으로 ‘살인의 추억’이 ‘리바이벌’ 되고 있다. 16년전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안들 정도로 탄탄한 대본과 연출, 송강호의 명대사처럼 감동은 여전하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범인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연신 허탕을 치는 무능한 형사들의 모습에서 화성 들판의 허황한 풍경,변희봉 송재호 같은 배우와 어울려 ‘짙은 페이소스’가 흐른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디테일의 왕자’, 봉준호 가독의 연출은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들고, 비범한 것이 오히려 평범해진다. 관객은 정작 놀랄 대목에서는 안 놀라고 엉뚱한 장면에서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영화 속 지속적인 어두운 톤은 전두환 대통령이 통치하던 1980년대 초·중반 사회상과 맞물려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온다.


영화 ‘살인의 추억’ 중 한 장면

▶ 영화 ‘살인의 추억’ 스토리 ◀

1986년 경기도.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일대는 연쇄살인이라는 생소한 범죄의 공포에 휩싸인다. 사건 발생지역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수사본부는 구희봉 반장(변희봉 분)을 필두로 지역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과 조용구(김뢰하 분), 그리고 서울 시경에서 자원해 온 서태윤(김상경 분)이 배치된다. 육감으로 대표되는 박두만은 동네 양아치들을 족치며 자백을 강요하고, 서태윤은 사건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지만,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은 처음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용의자가 검거되고 사건의 끝이 보일 듯 하더니, 매스컴이 몰려든 현장 검증에서 용의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구반장은 파면 당하는데...



사건 당시 경찰이 육감(肉感)과 자백에만 의존하는 원시적 수사를 하다보니 용의자만 세명이 자살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허무개그’도 있었다.

전 세계 경찰의 수사력을 겨루는 대회가 열렸다. 깊은 산속에 쥐 한 마리를 풀어놓고 어느나라 경찰이 빨리 검거하는지 시간을 재는 경기였다.

꼴찌는 중국 경찰, ‘인해전술(人海戰術)’로 십만명을 풀어서 산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3등은 미국 경찰, 인공위성을 띄워서 적외선 추적을 했는데 반나절 만에 쥐를 검거했다.

2등은 소련 경찰, 다른 쥐를 풀어서 잡을 쥐와 내통하게 만든 뒤 체포하는 KGB식 기법을 써서 두시간만에 잡았다.

1등은 한국경찰, 점퍼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형사 몇 명이 산으로 올라간 지 5분도 안돼서 범인을 잡아 내려왔다. 그런데 범인은 쥐가 아니라 곰이었다.

얼굴과 온몸이 얻어맞은 자국으로 가득한 범인, 곰이 경찰에 둘러싸여 기자회견을 했다. “사실 저는 곰이 아니라 쥐입니다, 제가 범인입니다”

‘살인의 추억’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면 우여곡절 속에 범인을 잡는 결말이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나라 경찰은 아직 ‘과학수사’라는 말조차 등장하기 전,‘육감수사’에 의존하고 있었다.

지금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이 그 시대에 있었다면 범인은 검거되었을 것이다. ‘살인의 추억’을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었던 4차산업 기술은 무엇일까?


▶첨단 나노(Nano)기술에 의한 DNA 분석

‘살인의 추억’, 송강호 시절에도 사건현장에서 혈흔(血痕), 모발(毛髮) 등을 채취해 혈액형을 밝혀내는 정도의 수사기법은 존재했다. 아직 DNA 추출은 제대로 이루어지기 전이었다.

이번에 30년 만에 화성 연쇄살인의 유력한 범인이 밝혀진 것은 너무 작아서 30년 전에는 찾아내지 못했던 미량의 혈흔이 새로 검출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나노(Nano)는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말로 10억 분의 1(10⁻⁹)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수소 원자의 크기가 10⁻¹m 정도이므로 나노기술은 원자 혹은 분자의 단위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크기가 0.1mm 정도인데, 사람 머리카락의 굵기가 보통 0.07~0.08mm이다. 나노 크기는 머리카락보다 8만배쯤 작은데 원자현미경은 폭은 1~5나노미터의 DNA를 측정할 뿐만 아니라 자르고, 끊고, 옮기는 등 나노 재료를 조작하는 도구로도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나노기술 수준은 미국에 대비하여 2001년에는 25%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70∼80%에 이를 정도로 발전했다.



▶드론 추적·순찰, 최첨단 스마트폰과 앱

화성 연쇄살인이 벌어진 현장은 지금과 달리 인적이 드물어 CCTV는 고사하고 가로등조차 제대로 없었다.

하지만 1, 2차 사건이 벌어졌을 때, 드론에 의한 수색이나 추적, 방범용 순찰을 벌였다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무려 10차례나 벌어지고, 범인은 미궁에 빠지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군사적 용도로 많이 사용되던 드론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범인 추적, 실종자 수색 등에 드론이 필수장비로 등장하고 있다. ‘조은누리 양 실종사건’에서 경찰은 수색용 드론 10여 대를 투입한 바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전 국민의 필수품이다. 연쇄살인범에게 희생된 10명의 여성 모두 지금이라면 스마트폰이 있었을 것이다.

최첨단 스마트폰용 앱에는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이상경로로 접어들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알람을 보내는 기능이 있다. 길에서 범인에게 납치돼 농수로 같은 범행장소로 끌려갔다면 이 알람이 울렸을 것이다.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5G 통신속도와 통신망


빅데이터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수많은 정보가 있다.

경찰은 연쇄 살인사건 당시 화성에 사는 젊은 남자 수천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범행이 있었던 날의 동선, 알리바이를 추궁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최근에는 내비게이션 기록, 하이패스 등 카드사용 내역 등을 통해 용의자의 동선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전화기 사용내역으로도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

경찰청이 전국 곳곳에 깔아놓은 방범용 CCTV는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가장 가까운 파출소에 해당 차량의 통과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앞으로 안면인식 기술과 빅데이터가 축적되면 특정인의 특정장소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다.

예컨대 아이를 잃어 버렸을 경우 사진만 있으면 거리 곳곳에 깔려있는 카메라가 사람들의 용모를 분별해서 알려주는 것이다.

5G시대에 이른 통신속도와 통신망은 클라우드와 연결,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의 존재장소는 실시간으로 저장되며 스마트시티 안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동선이 드러나게 된다.



▶정확한 몽타주를 만드는 안면인식 기술과 3D프린터

경찰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당시 작성했던 몽타주가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된 이모씨와 매우 닮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30년 전 몽타주는 목격담을 토대로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다.

이제 3D프린터로 더 정확하고 입체적인 몽타주를 만들 수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첨단 성능을 가진 3D프린터로 자신의 원래 신체와 거의 같은 의족(義足)이나 의수(義手)를 만들고 있다.

CCTV와 안면인식기술 클라우드와 같은 기술은 범인의 몽타주가 필요없게 하겠지만, 이런 기술과 결합하면 거의 실물과 같은 몽타주, 신체모형까지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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