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82) LG생활건강 직원이 간파한 '화장품 트렌드'의 붕괴, 새 소비패턴 암시
안서진 기자 | 기사작성 : 2019-09-30 07:01   (기사수정: 2019-09-3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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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처럼 존재하던 화장품 트렌드가 사라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은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구글 이미지]

LG생건 관계자, "요즘 화장품 시장엔 트렌드가 없어지고 있어요"

"가을 벽돌 색, 겨울 레드립은 옛말"

한국 여성들, '유행' 버리고 '순간의 감성'과 '개성'에 충실

[뉴스투데이=안서진 기자]

“가을에는 벽돌색 립, 겨울에는 쨍한 레드립 사라진 지 오래에요”

최근 기자와 만났던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한국 여성들이 낙엽지는 가을에는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벽돌색 립스틱을 발라 계절의 운취를 표현하는 데 익숙했다. 반면에 흰눈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빨간 입술로 자신을 돋보이게 한다는 미학적 전략을 공유해왔다.

이 같은 공통분모가 실종되고 있다는 게 LG생건 관계자의 지적은 '사실 폭로'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았던 색조 화장품 트렌드가 최근 들어 모호해지는 것은 한국 여성이라면 대부분 체감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남들을 따라 유행에 맞는 화장품을 다수가 소비하면서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자신에게 어울리고 딱 맞는 화장품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계절별로 공식처럼 존재하던 트렌드가 사라지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봄에는 주로 산뜻하면서도 화사한 느낌의 메이크업을 위한 자연스러운 색조 화장이 유행이었다. 여름에는 화사함이 포인트로 파운데이션을 기존 피부색보다 한 톤 밝은 컬러를 사용하면서도 땀이 많기 때문에 조금 매트한 타입의 제품이 잘 팔렸다.

또 가을과 겨울에는 브라운톤 메이크업으로 분위기 있으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특징이다. 특히 겨울에는 피부 상태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유분기 있는 메이크업제품과 하얀 겨울과 어울리는 빨간색 립스틱이 유행이곤 했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은 일종의 공식처럼 계절별로 유행하던 제품을 더는 선호하지 않는다. 군중심리와도 같은 유행에 편승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이야기이다.

그 대신 주도적으로 자신의 피부 상태, 자신과 어울리는 색깔 등을 고려해 화장품을 고르게 됐다. 남들의 취향보단 자신의 취향을 먼저 생각하게 되면서 특정한 화장품 트렌드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개성'이 '유행'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은 이제 남을 의식하고 유행에 따라다니던 과거와 달리 각자가 강한 개성을 가진 존재로 표현되기를 원한다. 한마디로 여성들이 순간적인 자기 기분 상태, 개인적 취향을 우선시하게 립스틱 색깔이나 화장품 종류를 선택하게 됐다.

이로인해 트렌드는 붕괴하고 있다.

기자 역시도 트렌드가 사라졌다는 말에 격한 공감을 했다. 과거에는 친구들이 많이 쓰는 브랜드의 비슷한 색상을 주로 구매하곤 했다. 또 유명 연예인이 바르고 나와 화제가 됐던 립스틱이 갑자기 인기를 끌었을 때는 기자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일지라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굳이 찾아서 바르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계절이나 유행에 상관없이 기자에게 어울리고 진짜 원하는 화장품을 고른다. 피부에 바르는 기초 제품 역시도 마찬가지다. 크게 보통 피부, 지성 피부, 복합성 피부, 건성 피부, 민감성 피부 5가지로 나뉘는 피부 타입 중 복합성 피부에 해당하는 기자는 스스로 맞는 화장품을 골라서 사용한다.

개성과 순간의 감성에 충실한 여성들, '미니 화장품' 선호

몇 번 쓰고 버리는 '소비 패턴' 주목돼

이와 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는 새로운 화장품 문화로 이어졌다. 최근 화장품 업계에는 ‘미니 화장품’ 바람이 불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고자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사용하게 되면서 적은 용량의 화장품이 새롭게 등장했다.

순간의 느낌에 따라 화장품을 선택하는 경우 몇 번 쓰고 버릴 수도 있다. 이런 소비에 적합한 화장품은 용량이 작아야 한다.

실제로 소비자 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15~24세 소비자의 1인당 화장품 구매 브랜드 수는 지난 2014년 6.61개에서 지난 2016년 8.72개로 약 2개 넘게 늘었다. 그만큼 다양한 브랜드를 골고루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화장품 업계도 '다품종 소량 생산' 전성 시대

이 같은 소비패턴의 급격한 변화는 기업의 생산시스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계절별로 소품종 대량생산하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사계절 내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을이라고 벽돌색 립스틱을 양산하는 화장품 회사는 결국 넘쳐나는 재고상품을 견디지 못하고 경영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한국 화장품의 생산 시스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미니 화장품은 당분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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