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국회 농해수위 정운천 의원의 '대기업 강요' 논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위해 총수 증인채택?
박혜원 기자 | 기사작성 : 2019-09-24 10:42   (기사수정: 2019-09-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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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가 지난해 11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5대 그룹 총수에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한 저조한 출연을 지적하는 모습. 정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할 예정이다.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지난해 이어 올해 국감에도 대기업 CEO 불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요구 예정

정운천 의원실 측, 본지와의 통화서 “강요 아닌 독려 취지” 해명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최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정운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한 저조한 출연을 지적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주도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해 국감에서도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기금은 당초 기업의 출연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강요’라는 비판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실 측은 23일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열악한 국내 농어업계를 지원하려는 목적일 뿐 기업을 겨냥한 강요라고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실 측은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기업에 기금 출연을 압박하는 것이 사실상 강요는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국내 농어업계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감안하여,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업들을 적극 독려하려는 취지이지 강요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지난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여·야·정이 농어민에게 자녀 장학사업, 현지복지시설 설치, 농수산물 생산·유통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설정한 기금이다.

2017년 3월 이후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모으는 게 정부 목표였으나 민간기업의 참여가 극히 부진한 실정이다. 2017년 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금된 액수는 576억원으로 3년 간 목표액인 3000억 원 대비 19.2%에 그치고 있다. 특히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의 출연금 총액은 68억 원(12%)에 불과하다.

FTA특별법은 ‘정부 외의 자’의 '자발적 출연'을 규정

총수나 CEO증인 채택은 대기업에게 '극도의 정치적 압박'


법적으로 보면 기업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할 ‘의무’는 없다. 2017년 발효된 ‘FTA특별법(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농어촌상생기금을 ‘정부 외의 자의 출연금’으로 조성할 것까지만 규정하고 있다. FTA로 이익을 보는 기업이 '자발적 기부'를 통해 농어업계 피해를 보전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전북 전주시 을이 지역구인 정 의원등이 대기업의 기금 출연을 압박하기 위해 주요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주도해왔다. 농어촌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당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극도의 정치적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올해 기업 규모 1~15위 그룹 총수와 경제 5개 단체장 등 18명을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등을 모두 블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압박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들을 무더기로 국회에 불러들이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결국 여야 간사 간 합의를 통해 최종 명단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최선목 ㈜한화 사장, 홍순기 GS 사장, 이갑수 이마트 사장 등이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LG전자, 롯데지주 5개 그룹 총수들을 호출해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을 요구한 바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기금 출연 압박도 '강요죄' 논란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압력,
'공익' 지향하지만 FTA 특별법 위배되는 '강제성'가져

정 의원실 측, “특별법 당시 전경련 합의 거쳐 무조건적 강요 아냐”

일각에선 이처럼 거듭되는 국회의 농어촌상생기금 출연 요구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삼성전자와 롯데그룹을 포함한 53개사 기업은 두 재단에 약 774억 원의 기금을 출연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에 대한 수사 초점은 모금 과정에 ‘강요’가 있었는지의 여부였다. 대법원은 지난 8월 29일 최순실 씨가 기업들에게 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가 성립될 정도의 협박은 아니었다고 판단, 2심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모금의 강요죄 논란은 한국사회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국가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설립했던 재단이고, 그 취지가 선의라고 해도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기금 모금이 이루어진다면 불법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례'가 되고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도 마찬가지이다. 그 취지가 공익을 지향하고 있지만 국회가 총수의 국감 증인채택 등을 무기로 삼아 대기업의 출연을 압박한다면 '특별법'에 명시된 '자율성'에 위배된다. '강요' 혹은 '위법' 논란에 휩쓸릴 소지는 다분하다.

이에 관해 정 의원실 측은 "농어촌상생기금은 법안 마련 당시 여·야·정 및 전경련 합의 거친 FTA특별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강요라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에만 기금 출연을 요구하지는 않았다"며 "최근 정부도 농어촌상생기금에 출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FTA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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