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보다 더 무서운 ‘경기위축 공포’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9-24 07:11   (기사수정: 2019-09-2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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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3일 오전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 앞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가을축제 취소로 경기 북부·강원서만 수천억 날아갈 판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첫 확진판정이 나온 뒤 연천 김포 등 인근 경기 북부지역에서 잇달아 의심신고가 이어지는 등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양돈 농가와 돈육업계, 식탁에 이르기까지 육류공급과 소비경제가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 ‘메르스 사태’나 ‘구제역 파동’때 마다 겪은 2차 피해, 통행제한 정책으로 인한 ‘경기위축’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국내에 퍼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은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시에 19억 달러(2조 2500억 원) 규모의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다수의 사망자와 1만6,600명이 격리된 것도 큰 피해지만 정부의 이동제한 정책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 축제 여행 등의 취소로 인한 GDP 감소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힘든 국민의 삶을 극도로 피폐하게 만들었다.

사망자만큼 심각한 국민경제 피해

‘메르스’, 2조 원 이상 사회·경제적 피해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또다시 이런 ‘경기위축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24일 경기도와 파주시, 연천군 등에 따르면 파주, 연천 등 DMZ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지역행사들이 취소 및 축소되고 있다.

경기도는 21일 파주 임진각에서 진행하려던 ‘9·19 평화공동선언’ 1주년 기념 ‘Live DMZ’ 콘서트, 20일부터 22일까지 파주·김포, 연천~철원 등에서 열 계획이던 ‘DMZ 트레일러닝’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또 내달 6일 임진각에서 개최 예정이던 ‘2019년 평화통일마라톤대회’도 취소했다.

이와 함께 의정부 포천 동두천 양주 등 경기북부 지자체는 물론 강원도 철원 양구 등 경기 북부 및 인접 시·군들이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중에 개최해오던 각각 4~5개의 가을축제들이 모두 취소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주시는 역대책에 집중하기 위해 18일 개최 예정이었던 ‘시민고충처리 옴부즈만 위촉식’과 ‘수요포럼’을 전격 취소했다.

포천시도 20일 예정된 ‘포천시 홀스타인 품평회’와 다음달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개최하려던 ‘한우축제’를 취소했으며, 포천 한탄강 마라톤 대회는 점정 연기됐다.

연천군도 ‘10개 읍면민의 날 기념행사’ 등 크고 작은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지자체 공무원 면피용 ‘원천봉쇄’ 대응에

경기북부 강원도 가을축제 대부분 취소


문제는 각 지자체의 가을축제다.포천 명성산 억새풀축제, 연천 코스모스축제, 양주 나리공원 천일송축제 등 지역 명소의 관광뿐 아니라 가을에 수확되는 농수산물 판매까지 겸하는, 위축된 지역경제의 유일한 활로로 그동안 각 지자체 마다 관광객을 모으는 축제만들기에 골몰해왔다.

포천 명성산 억새풀축제의 경우 매년 30만 명 정도의 관광객에 직간접 매출액이 1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행사다. 이에따라 이번 가을에 경기 북부 및 강원 서부지역 지자체 축제 30개 정도가 취소되면 최소 1000억 원, 최대 3000억 원 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

현재 일선 지자체, 공무원의 대응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모든 행사를 취소하는 등 ‘1970년대 야간 통행금지’ 방식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 및 지자체 방역당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또한 원천봉쇄가 아닌, 탄력적이고 스마트한 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명성산 억새풀축제를 준비해왔던 포천 도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명성산은 파주와 거리도 멀고, 인근에 돼지 사육농가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해발고도가 높은 산에서 여는 축제여서 일정대로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데 시청에서는 무조건 취소로 입장을 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AI(조류독감) 확산 방지, ICT 기술

돼지열병에도 적용 가능할까?

더불어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ICT(정보통신기술)로 동물의 감염병 확산을 막았던 사례가 이번 돼지열병에도 적용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많은 사망자가 나왔던 것은 최초 감염자의 추적이 안됐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체류하면서 메르스에 걸렸던 최초 감염자는 바레인을 통해 귀국했다. 당시 보건당국은 바레인이 메르스 발병국이 아니었고 감염자가 사우디에 머물렀던 사실을 알 수 없어서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축산차량 이동, 동물검역자료, 농가정보 등이 담긴 ‘KAHIS’(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란 경보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축산차량 운행이 AI(조류인플루엔자)의 주원인으로 분석되면서 검역본부는 이 KAHIS 데이터를 KT의 빅데이터 분석과 연계, 2014년 AI 확산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AI 발병 시 축산차량의 위치정보 등을 활용해 해당 농장을 다녀간 차량을 역추적, 어떤 농장으로 AI가 확산할지 위험도를 예측해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게 한다.

이와 관련,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6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여행자에 의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제안한 감염병 확산방지 플랫폼(GEPP)을 동물 감염병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GEPP와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가축전염병 확산방지 플랫폼(LEPP)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KT 관계자는 “ASF는 발병원인, 전파 경로 등이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이 역시 같은 시스템 적용이 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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