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44) 이웅평의 미그19기 귀순사건이 만들어낸 '불타는 용사'의 교훈
김희철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9-09-23 14:56   (기사수정: 2019-09-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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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조선인민군 공군 이웅평 상위가 지난 1983년 3월 4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과 그가 몰고온 미그 19 전투기. [사진제공=국방부]

미그기를 타고 귀순한 북한공군 고(故) 이웅평 상위

천문학적인 보상금과 명예 얻었으나 수술 부작용으로 48세에 요절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1983년 2월 25일 당시 조선인민군 공군 상위(대한민국 공군의 대위에 해당)였던 고(故)이웅평은 미그 19 전투기를 몰고 월남하였다.

로켓 사격 훈련을 위해 10시 30분 평안남도 개천비행장을 이륙한 미그19 전투기는 갑자기 편대를 이탈하여 남쪽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행로를 이탈한 미그기는 레이다망을 피하기 위해 고도 50~100m를 유지하면서 시속 920km의 전속력으로 남하, 10시 45분 황해남도 해주시 상공을 지나 연평도 상공의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었다.

미그 19 전투기가 남한영역에 들어오자 놀란 민방위 관계자는 그날 오전 10시 58분경에 "여기는 민방위본부입니다. 지금 서울, 인천, 경기도 지역에 공습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북한기들이 인천을 폭격하고 있습니다."라는 경보 방송을 울렸고, 일선 군부대에서도 무장을 갖추는 소동이 있었다.

당시 팀스피리트 훈련을 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방공망에 미그19 전투기가 포착되자 공군의 F-5 전투기들이 요격에 나섰다. 그러나 미그기는 날개를 흔들어 귀순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F-5기는 미그기를 유도해 11시 4분 수원 비행장에 착륙하여 귀순하였다.

미그기를 타고 귀순한 이웅평은 귀순하여 천문학적인 보상금(공산 진영의 군수품을 가지고 올 경우 장비에 대한 보상을 하도록 한 법률에 따라 MiG-19기로 무려 15억 6천만 원, 현재 가치로 대략 수백억 원 수준)도 받고, 결혼도 하고, 대령으로 진급하여 공군대학교관으로 명예까지 부족할 것 없는 선택과 삶이었는데 간이식수술 부작용으로 48세로 요절했다.

▲ 조선인민군 공군 상위 이웅평의 귀순 당시모습과 대령 진급후 공군대학 교관 시절 모습[사진제공=김희철]

타성에 젖은 매복작전으로 납득이 안되는 교통사고 발생

진지 투입시 무거운 실탄 대신 종이 카드 수령하기도

필자가 소대장을 마치고 대대 작전항공장교(교육장교로 통칭) 직책을 시작했을 때 GOP후방종심 매복작전에 투입했던 병사가 야간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도 오후 늦게 상급부대의 추가 업무사항이 하달되어 보고서 준비 때문에 야근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매복작전조에서 긴급 무전이 날라왔다. 작전중이던 병사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 앰블란스를 보내달라는 전문이었다.

대대장에게 보고를 하고 군의관과 앰블란스를 보냈다. 현장에 긴급 출동한 해당 중대장은 다행이 피해자는 어깨가 골절만 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보고를 해왔다. 사단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매복작전간 교통사고에 대해 감찰조사가 나왔다.

감찰조사 확인 결과 매복지점 산 정상에는 있는 미군의 라지트 기지로 투입하는 차량이 도로에 인접한 매복조를 발견하고 노출을 피해 차량 라이트를 소등하고 이동하다가 매복진지에서 팔을 내놓고 가면을 취하던 병사의 어깨를 치었던 것이었다. 마침 차량의 진지방향에 있던 차폭등이 꺼져 미군 운전병이 병사를 식별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차량 바퀴가 1센티만 더 들어 갔으면 머리를 치고 지나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매복진지 선정의 부적절함과 매복작전 중이던 병사들의 타성이 또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비상이 발령되어 진지에 투입할 때는 탄약을 휴대해야 하는데 통상 훈련시에는 실제 탄약 대신 탄약고에서 종이 카드를 수령하여 지참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는 탄약을 꺼내는 것도 복잡하지만 산 정상에 배치된 진지까지 휴대하고 이동하면 분실 및 관리에 어려움 때문이었다. 또한 병사들도 완전군장에 식량, 탄약까지 무겁게 휴대하고 1시간 넘도록 산정상 진지로 올라가야 함으로 실제 탄약보다는 종이카드를 선호했다.

말 그대로 타성과 관례에 젖어 훈련 및 작전에 임하니 매복작전간 웃지 못할 교통사고도 발생하는 실정이었다.

이웅평 월남 당시 경고방송은 "실제 상황입니다, 북한기들이 인천을 폭격"

타성과 게으름에 젖었던 '철없는 병사들' 탄약과 수류탄 더 받으려고 아우성

하지만 1983년 2월 25일 방송에서 "서울, 인천, 경기도 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북한기들이 인천을 폭격하고 있습니다."라고 발표하고 상급부대에서 비상이 발령되자 상황은 달라 졌다.

당시 부대는 이웅평이 미그 19 전투기를 몰고 월남한 사실이 전파되지는 않은 상태로 전쟁이 곧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병사들은 완전군장으로 진지로 투입되기 시작하자 탄약고를 관리하던 병기관이 바빠졌다.

종이카드로 탄약을 대치했던 과거 훈련시의 모습은 없어지고 각개병사들은 훈련시 무거워서 카드로 대치했던 탄약과 수류탄을 한발이라도 더 받아서 진지에 투입하려고 아우성이었다.

타성에 젖어 안일과 편리함만을 추구했던 게으르고 요령만 피우던 철없는 병사들은 찾을 수가 없었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임무를 완수할 차비에 매진하는 용사들의 불타는 전투의지만 보였다.

반드시 훈련은 실전 같이 해야 한다. 따라서 간부와 리더들의 훈련 및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군대나 사회조직에는 “나쁜 부대는 없다. 오직 나쁜 리더만 있을 뿐이다.(There are no bad troops. What is there are only bad leaders.)”라는 영어 격언이 떠오른다.

작금의 국제정세와 대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접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현명한 리더와 미그기 귀순 사건시 보여준 것처럼 불타는 전투의지의 용사들이 꼭 필요한 때이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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